첫 여성 총무비서관 박금옥
“청와대 돈줄 움켜쥔 깔끔한 여자”
청와대
사상 최초로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된 박금옥씨. 미혼인데다 4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박금옥씨의 발탁은 신선한 충격파를 몰고 왔다. ‘돈과 인사’를
주무르는 총무비서관의 자리에 깔끔하고 정확하기로 소문난 박금옥씨가 앉아 앞으로 어떻게 청와대 살림을 맡아 꾸려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1998년3월 여성동아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새로 출범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 자리에 박금옥(42)이 임명됐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고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그 중요한 자리에 여성이 앉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박금옥 본인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금옥씨는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깨가 무겁다” “열심히 하겠다” “임명 자체에 관심을 갖지 말고 총무비서관 일을
잘 해냈을 때 좋은 평가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는 “총무비서관이라는 이름의 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남자들이 농담도 못 건네
우선 박금옥씨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자. 서울 출신에 인일여고와 청주대 가정과를 졸업하고 83년 도미, 미술·패션 전문학교인 뉴욕의
FIT에서 인테리어를 공부한 걸로 되어 있다. 미국 라이프보험회사에 근무하기도 했고 미주 매일신문 뉴욕지사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한국경제신문
뉴욕법인 설립시에는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미국에서 ‘독립신문’을 창간했던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이 시절 박금옥기자를 일찍부터 알았는데 한때는 김의원이 박씨를 김대통령에게
천거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제가 추천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에 있었을 때 내가 신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신문 기사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 남들보다 먼저
알고 지낸 사이긴 하죠. 박금옥기자는 똑똑하고 영어도 잘하는데다 문장력이 뛰어난 기자였어요. 기자 사회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당시 김의원의 친구가 박금옥씨가 근무하는 미주매일신문 사장이어서 직접 소개도 받았는데 인상이 무척 강했다고 한다. 김의원은 “치밀하고
정밀한 일 스타일에, 나서는 형이 아니고 입이 무거워 김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허투루 농담 했다가는
큰 일 납니다”였다. 그만큼 깔끔하고 분명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박금옥씨는 91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소개를 받아 발탁되어 한국에 정착, 9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 김대중후보 비서로
활동하면서 죽 김대통령 곁을 지켜왔다.
박금옥씨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박금옥씨의 깔끔한 성격을 특성으로 꼽는다. 때로는 너무 깔끔하여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한다. 특히
남자들은 농담도 함부로 못 건넬 ‘어려운 여자’라는 것이 중평이다. 일은 싹싹하게 잘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끈적거림’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라는
것.
민주당 시절 박금옥씨를 곁에서 지켜보고 친하게 지내는 한 여성은 박금옥씨의 이런 깔끔한 성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판에 있다 보면 여자들도 걸걸해지기 쉬운데, 박금옥씨는 그런 만만함이나 여성적인 애교, 허점을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요. 남자들이
감히 시덥지 않은 농담을 건네지를 못해요. 무척 분석적이고 꼼꼼한 사람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여도 상대에게 선물이나 호의를 받으면 그 배를 갚아주는 성격 때문에 선물하기가 겁날 정도였다고 고백한다.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또 있다. 김대중가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들려준 일화.
“한번은 공항에서 일이 있어서 박금옥씨와 남게 됐습니다. 그때 박씨는 가방을 두 개나 들고 있었고 마침 제 차는 텅텅 비었더랬어요. 그래서
시내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싫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아무리 권해도 끝까지 거절하더군요.”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사이였는데도 도움을 거절한 것이다.
청와대 돈 관리 어떻게 할까
최근까지 아태재단 비서실장 대우로 있었던 박금옥씨는 평소 명함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비서는 비서일 뿐”이며 그림자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 때문이라고. 실제로 박금옥씨는 91년부터 내내 김대통령과 이희호여사 곁을 지키면서도 자신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보좌해왔다.
92년 대선에서 떨어진 후 김대통령이 영국으로 건너갈 때 이희호여사의 비서로 따라간 박금옥씨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김상우 의원과
함께 김대통령을 도운 일꾼이었다. 김상우 의원이 김대통령의 학업과 연구, 현지생활 등을 도왔다면 박금옥씨는 일정과 실생활을 도운 주인공이었다.
이때 박씨는 김대통령의 친인척과 사적인 인맥에도 정통해졌다고.
김대통령이 귀국하여 아태평화재단을 설립했을 때는 이사장 비서실 차장으로 김이사장의 일정관리와 의전 통역 등의 일을 담당해왔다. 박금옥씨는
오랜 미국생활로 영어가 능통하여 외신을 요약, 분석하는 데도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아태재단은 자연히 김대통령의 영국 체류와 관련 깊었던 사람들의 활동무대가 됐고, 이번 새 정부의 인사에는 영국파들이 많이 등용됐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김대통령의 비서노릇을 했던 장성민부대변인과 이강래 특보 등이 주목받는 인물. 한때 정무수석 자리까지 오를 뻔한 이강래 특보와
박금옥씨의 부상을 두고 사람들은 젊고 새로운 인물 위주의 인사라며 ‘이·박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신측근’으로 불리는 영국파의 득세에 대하여 주변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김대통령의 옛 가신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불신을 하고 있는데다, 그렇다고 아무 연고 없는 사람을 끌어 쓸 수도 없으니 자연히 영국파들을 발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
하지만 박금옥씨의 총무비서관 발탁은 확실히 신선했다. 박씨의 경력상 사람들은 그가 공보수석실의 해외 공보담당이나 의전 분야의 일을 하지
않을까 점쳤었는데 뜻밖에도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되자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총무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청와대 살림을 도맡으면서 다른 수석들에게 돈도
‘만들어’ 주고 대통령가의 친인척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곧이곧대로’인 박금옥씨 스타일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무비서관의 주임무가 돈 만드는 일인데, 그런 자리에 박금옥씨를 앉힌 건 앞으로 돈 만들어주는 걸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국적인 상황이 어디 그렇습니까. 다른 수석들이 어디다 손을 내밀지 모르겠군요.”
이 자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김영삼 정권에서 이 자리를 맡았던 이는 홍인길씨. 돈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뿌리다가 결국 감옥까지 갔었다.
홍인길씨가 역대 총무비서관 중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라면 박금옥씨는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김대중 대통령은 바로 그 점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총무비서관은 그런 돈 만들기보다는 청와대 살림에만 국한된 일을 하라는(그래서 차관급이던 총무비서관의 직급을 1급으로
낮춘 것이기도 하고). 또한 박씨의 깔끔한 성격상 친인척 관리나 청탁문제도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그런 면에서 박금옥씨야말로 새로운 총무비서관에 적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쉽사리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청탁이나 돈줄이
다른 데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총무비서관이 앞으로 돈줄보다는 핵심측근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다. 물론 과거 이 자리도 청와대의 모든 업무에
관여하면서 인사권 같은 조직장악력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비서실의 위상에 따라 중요 사안마다 의견을 내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박금옥씨가 이번 대선 때 김대중후보의 비공식 대선기획팀에 참가, 인수위원장인 이종찬부총재와 경희대 나종일교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강래 특보
등이 참가한 6인 멤버 중의 한 사람으로 여론동향과 전망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던 걸 감안하면 이 의견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박금옥씨가 과연 어떤 식으로 총무비서관 일을 해낼지 두고 볼 일이다.
글·한경심 기자 /사진·전영한 기자
첫댓글 첫 총무 비서관이 미인이었네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총무비서관에 여성을 발탁한 것을 보면 대통령님의 남녀평등 사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여성장관, 여성경찰서장, 여성장군 등 여성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지요..문패도 이희호 여사와 나란히 걸려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