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트수리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생 한 이후 전 세계에 창궐한 감염병 코로나로 인한 사태가 2022년 현재까지 이어지며 레저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CLJAY호도 수산항 요트장에 정박한 채 폰툰을 벗어나지 못하고 2년 넘게 계류 줄에 묶여서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그간 울릉도 항해, 독도 항해를 하면서 선체 여기저기에 생긴 자잘한 생채기들을 수리하지도 못하고 2년 넘는 세월동안 비, 바람, 눈보라에 노출된 채 방치해 와서 더 이상 수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22년 5월 23일 기점으로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2종으로 변경되어 운신할 여유가 조금 생긴 터라 일정을 잡아서 CLJAY호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수리할 내용을 정리해본다.
측면 헐 수리 및 도색
선저 AF페인트 작업 및 스크류 정비
요트 내 엔진룸 정비
요트 내 선실 정리가 주된 작업이다
5월27일부터 6월 4일까지 수리 일정을 잡고 휴가를 내고 필요한 물품도 구입했다.
원래는 기간 내내 육상에 올려두고 수리하는 일정이었는데 수산항 세척장을 5월27일부터 5월3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세척장 밖에는 세워둘 공간이 없어서 그 이후에는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일정이 어긋나버렸지만 하는데까지는 해봐야지.
5월27일 쾌청한 날씨 속에 수리용품들을 자동차에 싣고 제이와 양양으로 출발을 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선대 이동이다.
개인 창고에서 선대이동용 바퀴를 가져와 선대에 장착하는데 쉽지가 않다.
2년 전에 작업했을 때만 해도 그리 힘든 줄 몰랐는데 그 사이에 나이를 타박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일까? 힘겹게 선대에 바퀴를 장착하고 밀고 이동하여 세척장으로 옮겨둔다.
이제 요트를 옮길 차례다.
엔진 시동 후 예열을 하고 요트를 선박이동용 리프트로 이동하여 오전 12시경 들어 올렸다.
요트 선저는 그야말로 양식장을 방불케 하는 상태다.
생각해보니 2020년에 선저 페인트 작업을 하고 만 2년이 지났다.
그때 준비한 방오 페인트가 부족하여 조금 얇게 칠한데다가 2년간 운항을 하지 않아 해조류 및 따개비들이 떨어지지 않고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요트를 리프트에 고정 한 채로 스크레퍼로 따개비, 홍합, 해조류들을 긁어서 떼어내다 보니
해조류 사이에 살고 있던 작은 게도 등장한다, 제이가 얼른 구조해서 바다로 돌려보내준다.
그렇게 팔과 고개를 혹사시켜가며 떼어낸 것들이 50리터 마대자루 2개에 가득 차는 양이다(요트 선저에서 떼어낸 수생물들은 폐기물로서 불연성폐기물 마대에 넣어서 별도로 버려야 한다, 해양 투기 금지다).
이후 고압세척기를 이용하여 선저를 청소를 하는 동안 제이는 미처 떨어지지 않은 따개비들을 긁어낸다
2시 쯤, 주문해두었던 중고 PT아시바(비계)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PT비계는 요트 헐 수리 시 받침대로 사용하기 위하여 중고로 구입했다(비용10만원).
조립식 비계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분해하여서 보관하면 된다.
1~2일 정도 사용하실 분들은 수산항내 가비마린에서 유료로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고압세척기를 이용하여 선저 청소를 마친 요트를 선대에 올려야 한다.
요트를 내릴 곳에 선대를 잘 조정하여 자리를 잡고 선대이동용 바퀴를 제거하는데 역시 쉽지가 않다, 다행히 수산항 관리사무소 신과장님이 도와주어 바퀴를 떼어내고 요트 받침용 기둥을 조절하는데 받침 기둥 8개중 3개가 잘 움직이지를 않는다.
3년 전에 제이와 기름칠도 하고 수리해 두었는데 그간 사용하지 않아 다시 녹이 슬고 해서 고착현상이 온 것 같다.
신과장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망치로 두드리고 쇠파이프를 끼워 돌리고 해서 2개는 요트를 받칠수 있었으나 한 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한쪽은 기둥 4개로 받치고, 다른 한 쪽은 3개 기둥을 받쳐 요트를 선대에 내렸다.
다행히 요트는 안정적으로 받쳐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주위의 나무 고임목을 이용하여 가까스로 남은 한 개의 고정 기둥도 요트를 받칠 수 있도록 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를 훌쩍 넘은 시간, 제이와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식사 후 요트 헐 상태를 학인하고 전에 손상이 있었던 부위를 학인하고 샌드 그라인더로 손상부위를 정리하는 적업을 한다.
요트가 선대에 올라가 있어 헐 측면 작업 부위 높이가 지상에서 2미터가 넘어 작업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중고로 구입한 PT비계 덕분에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정상적인 요트 헐은 샌딩기를 이용하여 페인트를 벗겨내고 새로 겔코트 도색을 하기 위하여 청소 및 스티커 제거작업 등을 실시한다.
작업을 하다 보니 반가운 분-손선장님이 딸 승연이와 함께 우리가 작업하는 곳으로 찾아 오셨다.
우리가 작업하는 것을 도와주러 오셨다고 한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오후 7시 오늘 작업을 마무리 하고 요트에 올라 휴식을 취한다.
28일.
아침부터 요트 헐 샌딩 작업이다.
37피트 요트 헐이 생각보다 넓은 면적이다.
요트 전면 좌우측과 요트 후면에 있는 배이름이 인쇄된 시트지를 제거해야 한다.
예전 선명을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백색 큰 시트지를 붙이고 스티커처럼 제작하여 선명을 붙였는데 햇볕에 시트지가 경화하여 잘게 조각조각 떨어지고 요트 헐에 끈적한 접착제가 남아서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제이가 생각해낸 비결은 겨울에 요트에서 사용하던 전기 히터를 가져와서 시트지에 열을 가한 이후에 떼어 내 보자고 한다.
열을 가하니 떼어내는 건 조금 수월해졌지만 요트 헐에 끈적한 접착제는 더 많이 남게 되었다.
손선장님에게 연락하여 오실 때 숙소에서 헤어드라이어를 자져와 달라고 부탁한다.
손선장님이 요트수리작업을 하는 동안 딸 승연이는 하조대 부근에서 서핑을 배운다고 했다
나와 손선장님이 합심하여 시트지 제거작업에 몰두한다.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겨우 시트지 제거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떼어낸 자리에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끈적한 접착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손선장님은 서핑교육을 마쳤을 딸내미 데리러 가시고,
우리는 헐 상처부위에 퍼터 작업을 한다.
퍼터 작업을 마치면 다시 센딩작업이 이어진다.
면이 고르지 못한 부위에 다시 퍼터 작업과 샌딩 작업이 반복 된다.
상처부위가 여러 곳이고 표면 겔코트가 손상된 곳이 여러 곳 있다 보니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일의 진척은 더디다.
손선장님이 시원한 얼음물과 함께 다시 작업장으로 오셨다,
시원한 얼음물이 갈증과 피로, 더위를 함께 날려준다.
지리한 센딩 작업과 퍼터작업이 서서히 마무리 되고,
시간은 어느덧 7시가 넘어간다.
손선장님과 어제 선저에서 떼어낸 홍합이며, 해초 등을 폐기물처리 마대에 담아서 분리수거장으로 옮겼다.
손선장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양과 무게였다.
손선장님은 숙소로 돌아가고 나와 제이만 남았다.
수돗가에서 시원하게(?) 입고 간이 샤워를 했다.
몸의 열기가 씻겨 내려가니 살 것 같다.
나는 제이가 준비해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제이는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식힌다.
해가 졌는데도 열기가 쉽게 식지 않는다.
벌써 이렇게 더운데..., 올해도 더위에 힘든 여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제이와 그간 요트로 항해한 이야기들로 옛 추억을 소환해보았다.
밤하늘에 별들은 총총한데 달은 얼굴을 내밀지 않고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9시가 넘어가니 피곤이 밀려온다.
제이에게 먼저 쉰다고 이야기 하고 바로 꿈속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29일.
밤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였다
어제의 요트 헐 측면 스티커 제거 작업이 마음에 걸린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새벽 3시를 넘겼을 뿐인데 오늘은 어떤 작업을 어떻게 할지 마음이 쓰여 계속 뒤척이게 된다.
요트 창문을 통해 서서히 동이 터 오기 시작한다, 살짝 일어나 요트 밖으로 나가 보았다, 어제 제거한 스티커 자리에 이물질이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신나를 찾아서 스티커 자욱을 지워본다...,
된다!, 신나에 스티커 자욱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좌우 헐에 남아 있는 스티커 자국을 깨끗이 제거한다.
제이가 나를 찾아서 요트 밖으로 나온다.
이른 시간부터 무슨 일을 그렇게 부산스럽게 하는지 걱정이 앞서나 보다.
스티커 자국이 남아 있어 겔코트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사전 작업을 한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제이가 챙겨 주는 아침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본격적인 겔코트 도장작업을 준비한다.
겔코트 도장 작업을 할 트레이, 희석제, 계량용 저울, 믹서용 회전 스크류, 전동드릴을 준비하고, 오염 방지용 일회용 작업복도 입고, 안전 장갑도 챙기고, 유해물질을 방어할 수 있는 탄소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도 착용한다.
사전에 설명들은 대로 겔코트100 : 경화제2 비율로 겔코트 400g에 경화제 8cc를 넣고 페인트 믹서로 잘 섞어준다.
설명서대로 라면 겔코트는 1시간 정도 뒤에 경화가 일어날 터이니 그 안에 휘리릭 작업해야 한다.
준비한 붓으로 요트 후면부터 겔코트를 발라본다.
생각처럼 겔코트가 잘 칠해지지 않는다. 붓자욱이 영 꼴보기 싫다,
두세 번 붓질을 했는데 갑자기 겔코트가 경화되기 시작한다,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시간이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겔코트가 경화해 버린 것이다.
붓도 단단해 지고 더 이상 도장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다시 겔코트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경화제 양을 조금 줄여서 겔코트 300g에 경화제를 3cc 넣어본다.
요트 후면에 도포를 하는데 역시 붓 자욱이 남고 깨끗하게 작업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준비한 겔코트로 작업을 하는데 10분여 경과했을까..., 벌써 겔코트가 경화가 진행된다.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가비마린 과장님이 오셔서 어렵죠? 한다.
겔코트는 온도에 민감해서 기온 23℃에서 100: 1 비율로 경화제를 넣으면 1시간 정도 이후 경화가 시작되지만,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경화시간이 급속도로 짧아진다고 하신다.
그래서 작업 온도에 따라서 경화제 비율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하신다.
휴대폰을 보니 양양 현재 기온이 28도가 넘는다, 낮에는 30도를 넘을 거라는 예보다.
준비해둔 붓도 이리저리 실패를 하면서 다 사용해서 남은 것이 없다.
어찌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손선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물어 오신다, 바로 페인트 붓 좀 구입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엘렌치 셋트도 더 구입을 부탁드렸다.
엘렌치 세트는 스크류 분해용이다.
2년 전 작업할 때 스크류 고정 육각나사에 록타이드를 사용했는데 그게 너무 강하게 고정되어 풀어지지를 않는다.
기존에 사용하던 엘렌치가 망가져서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가뭄에 단비와도 같이 손선장님이 부탁드린 붓과 엘렌치를 사오시면서 시원하게 얼린 2리터 생수도 같이 가져오셨다.
날은 덥고 힘들었는데 정말 시원한 물이다.
손선장님이 구입해 오신 엘렌치로 스크류를 분해하는데 역시 되지를 않는다.
엘렌치 나사머리가 뭉개져서 풀어낼 수가 없다.
스크류를 분해해 내려면 큰 공사를 해야 할 판이다.
일이 뜻대로 진척되지 않으니 지치고 신경이 예민해 진다.
결국 겔코트 작업은 포기하기로 했다.
날은 뜨거운데 경화시간을 알 수 없으니 계속 도색작업을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다. 제이도 겔코트 작업은 선선할 때로 미루고 선저페인트 작업을 먼저 하자고 한다.
겔코트를 정리하고 선저페인트 도색작업 준비를 한다.
선저페인트는 2통을 준비했다, 그런데 예전 보관해두었던 AF페인트용 희석제 통이 비어있다.
2년 사이에 다 휘발해버린 것이다.
예전 작업 시 희석제가 여유 있게 남아 있었기에 이번에 구입을 하지 않았는데 낭패다.
급히 가비마린 권사장님에게 구입가능한지 물어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AF페인트용 희석제가 아니며 가격도 너무 차이가 난다.
그래서 희석제 없이 바로 선저 페인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제이는 붓으로, 나는 롤러를 이용하여 작업을 한다.
손선장님도 도와서 페인트작업을 하겠다고 하신다.
페인트 작업은 페인트가 이리저리 튀고 해서 옷도 버리는 적업이라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도와주러 오신 거라 하시면서 제이대신 붓을 잡고 페인트 작업을 해주셨다.
희석제가 없어 페인트를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페인트가 뻑뻑하여 팔도 아프고 고개며 허리도 아파온다고 투정을 하니 제이가 한말 한다.
이제 나이를 생각하라고, 언제까지나 청춘이 아니라고!
맞는 말이다, 선대 옮기는 것부터 페인트 작업까지 2년 전과 다르게 모든 일에 힘이 든다.
정말 나이50 중반이 넘어가니 신체상태가 예전 같지 않음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한쪽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가는 작업 이였으나 몸이 힘들어지니 여기조금, 저기조금 페인트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면서 37피트 요트의 선저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점심이 가까워지니 손선장님 전화기가 울린다,
한창 사춘기 소녀인 승연이랑 유명 햄버거 맛집에 가기로 약속을 했단다.
나와 제이가 남은 작업을 진행 한다.
2시가 넘어 요트 선저 페인트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
조금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디스커버리호 신선장님이 계류장에 CLJAY호가 안 보인다고 전화를 주셨다.
세척장에서 작업중이라 하니 신선장님과 아내 지영씨가 같이 왔다.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만남이다.
그간 서로의 경황에 대하여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지영씨의 등단에 대해서 제이가 기억하고 축하를 해 준다.
신선장님가족은 그사이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했다고 하신다.
축하할 일이 많아서 좋다.
지영씨가 등단한 작품이 실린 책도 선물(?강탈)받아 또 좋다.
오늘은 점심도 거르고 작업하느라 허기가 몰려오는데 때마침 손선장님이랑 승연이가 햄버거를 들고 오셔서 게눈 감추듯 햄버거 하나를 먹어치웠다.
나와 제이 손선장님 승연이까지 쉬면서 아이들 이야기, 요트 타던 이야기들를 한참이나 떠들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건강한 땀을 흘리며 기뻐할 수 있으니 또 행복하다.
수산항의 해는 짧다.
5시가 넘어가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해지고 손선장님네 집으로 가는 길을 배웅하고 나와 제이는 다시 요트로 돌아와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첫댓글 고생이 많으셨네요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은 느낌입니다.
대단하시기도 하구요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