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눈 맞으며 원노온사동을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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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노온사동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형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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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들어 두 번째 내리는 눈을 맞으며 원노온사동을 걸었다. 도심에서 차로 5분도 채 벗어나지 않았는데 마을은 한없이 조용하고 정겹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기분은 어릴 때 그 마을 그대로였다.
마을을 한 바퀴 천천히 걸어 한시간 남짓. 기와집, 슬레트 지붕집, 되는대로 집을 조금씩 수리해 야릇한 모양을 하고 있는 집, 그리고 그들 사이로난 골목길을 지나자 산길이 나온다. 그 산길을 넘자 탁트인(?) 들판이 보인다. 불과 몇천평 정도의 논이지만 산에 둘러싸인 분지여서 그런지 유달리 더 넓게 보인다.
동네 안에는 제법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멋을 낸 옛집도 보인다. 대문도 소슬대문을 흉내냈다. 꽤 연륜이 쌓인집 같은데 그래도 제 모습을 지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출신이 어딘지 모를 백구 두 마리가 행인인데도 반가워 한다. 그래도 양반집 갠지 밥그릇으로 소위 법랑 그릇을 차고 있다.
동네집이 끝나는 그곳에 부들이 떼를 이뤄 자라고 있다. 부들이 맺어놓은 씨는 털면 눈송이처럼 하얗게 흩어져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오른다. 타는 불속에 넣으면 탁탁소리를 내며 터지면서 불꽃을 낸다고 한다. 누구의 조화인지 부들의 씨들은 가는 실에 의지하여 대롱에 달려 있다.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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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멋을 낸 마을 어귀의 옛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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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구 두 마리가 처음본 사람에게도 반갑다 인사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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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지나 산길로 오르면 배배꼰 자태를 뽐내는 녀석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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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 끝나는 곳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쭉 뻗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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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를 맺은 부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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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들씨를 털면 가는실에 의지해 대롱에 붙어 있는 신비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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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12 이승봉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