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의 흙길을 따라 걷는 아름다운 산행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상추를 뜯었습니다. 보리쌀에 강낭콩을 넣고 차조를 넣어 밥을 끓이고 마늘장아찌, 오이장아찌 챙겨 담아 처음으로 짝꿍과 함께 산행을 위해 7시 30분 우체국 앞에 집결한 34명의 회원님들과 함께 천안ㆍ아산에 있는 광덕산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고문님을 비롯한 전회장님들의 건강하신 얼굴을 뵈니 반갑고 또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어른들을 뵈면서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아침부터 취한 잠을 물리치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사이 국도와 고속도로를 지나 호두나무의 고장 천안에 들어서서 강당골 휴게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출렁 출렁 다리를 지나 정상을 향해 걷는 길은 곧게 뻗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내내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유월의 광덕산은 비릿한 밤꽃 향기가 가득하였습니다.
장마철에 접어들어 습도가 높고 바람이 불지를 않아 헉헉거릴 만큼 힘든 등산로에는 흔히 의자가 놓여 있기 마련인데 서너명이 앉는 의자보다 여럿이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펼쳐놓고 점심을 먹어도 좋을 만큼의 넓적한 평상이어서 참으로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흙을 밟고 철마봉에 올랐는데 다시 내려가는 능선이어서 힘들게 오른 산길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광덕산을 오르는 중 70도 정도의 경사의 산길에 돌들이 토들 토들 삐져나와 힘이 들었습니다. 법성의 삼총사님들께서 걷는 발걸음도 가벼이 걸으시고 쓰레기도 줍고 가시고 서로 어이! 어이! 부르시면 함께 하시는 모습이 정겨워 함께 나이 들어 가는 것이 저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하며 노익장의 시간을 초월한 우정이 부러웠습니다. 앞서가는 짝꿍이 가방을 메고 저는 물 한 병 들지 않고 그 뒤를 따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저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주고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하늘은 벌써부터 보였지만 다소 가파른 산이어서 정상을 오르자니 힘에 겨웠지만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보는 즐거움이 가득하였습니다. 별로 많이 오른 것 같지도 않았는데 발밑에 내려앉은 산봉우리를 보면서 내려보는 즐거움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쪽을 바라보니 아산이고 저쪽을 바라보니 천안이었습니다. 아산과 천안의 경계에 광덕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막걸리를 파는 상인과 통키타 하나 메고 릴레이 노래를 부르는 그 분들 곁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역시 여름 반찬은 마른굴비를 쪄서 먹는 짭쪼름한 맛과 고추에 된장 찍어 베어 무는 맛과 오목성님의 김치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여유있는 점심을 먹고 장군바위를 향하였습니다. 능성이를 걷노라니 힘겨웠던 길은 편안한 산책길로 바뀌었고 으흠~~ 참 산길이 좋다는 말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도 걷겠노라며 으흠~~ 으흠 산을 느끼며 장군바위의 전설을 읽고 하산을 하였습니다. 저는 다소 산을 돌아 하산을 하였지만 사진은 보니 광덕사를 들르신 것 같았습니다.
시원한 그늘은 하산 할 때까지 이어져 가파른 산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고 하류에서는 벌써 물놀이를 즐기는 이도 더러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웅덩이에 얼굴을 씻고 자분자분 걷는 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법성 삼총사 분들과 산행대장님의 담소가 피곤함을 덜어 주셨습니다.
하산 한 후에 먹는 소주한잔과 맥주 한잔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산 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하산 하고 먹는 한잔 술은 피로와 즐거움과 상쾌함을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기 때문입니다.
광덕산은 오르는 등산로도 많고 등산로의 현재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푯말)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편안한 산행을 즐길수 있도록 아산시의 배려를 받고 산행을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전회장님들의 구수한 노래 가락이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여러 전회장님들께서 부르시는 모습을 보니 흥은 같이 나누어야 배가 된다는 느낌으로 산행과 오락을 함께 즐기는 회원님들의 참여가 서해산악회의 큰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법성 삼총사님들께서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셔서 7시 30분쯤 동락식당에 도착하여 맛난 식사를 한 후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어른들을 뵈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막걸리 통의 젓가락 장단에서 디스코에서 차차차에서 막춤까지를 이어오면서 6.25를 넘어 월남전을 지나 오늘까지 굴곡 많은 현대사에서 우리세대가 감히 상상치 못할 일들을 지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버리고 무슨 마음을 비워내고 무슨 욕심을 털어내었을까요? 어른들을 뵈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해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댓글 광덕산 산행후기를 올리셨네요 산행하고 이렇게 정성이 가득담긴 글 잘읽었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나이는 언제 드시는지요 함께한 산행이 즐거움이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제비꽃님이 와야 즐겁고 좋아 버려.~산행일지 잘 읽고 갑니당.
무슨 그런 엄청난 말씀을요 ㅎㅎ 산이 완만하고 산책하기에 참 좋은 산이었습니다. 집행부께서 탁월한 산행지를 선정하셔서 기분좋은 산행을 했던것 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제비꽃님과의 동행시는 산행기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어 홀가분 합니다. 오랫만에 옆지기님과의 함께 한 산행 행복하게 보였고 항상 행복 만땅 하시길 바랍니다.. 정감이가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날씨부터 좋아서 그런지, 귀가하는 그시간까지 모두 좋은시간이었던 같네요,,구수한 맛이 들어있는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산도 여러류의 산이있어 분위기를 바꾸는데 특히 암릉보다 육산(흙)을 산행하다보면 발에 닿는 그 부두러움이 육신을 더욱 편하게해주지요 험한 준령의 아찔한 멋이있다면 낮지만 아기자기한 그 부드러움도 더 멋질수있지요 모처럼 제비님 산행기 접하면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