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Roster Split과 그 이후 몇 개월 동안, WWE는 타이틀 정립 기간을 가졌다. WCW, ECW의 통합 이후 진행된 Invasion 각본에서야 많은 타이틀은 각본 진행에 필요한 요소였지만, 침공이 진압되고 안정을 이루는 시기에 타이틀은 다소 정리될 필요가 있었다.
결국 Lightheavyweight와 Cruiserweight는 X-Pac이 보유하고 있던 Light 쪽이 사라지게 되었고, [정확하지는 않다. Mick Foley가 발표하던 어렴풋한 기억만 있어서.] Tag Team Title도 하나, Women's Title도 하나. 결국 남은 것은 World Title을 통합한 WWE Undisputed Title과 유서깊은 Intercontinental Title, European Title, Hardcore Title, 당연 필수인 Tag Team Title이 있었고, Women's Title, Cruiserweight Title이 있었다. 이 벨트들은 각각의 단체에만 귀속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Women's Title은 (당초 양 브랜드 공동이었지만) Raw 브랜드에 귀속됨으로써 Raw의 여성 디비전 활성화를 가져왔고, Cruiserweight Title 역시 SmackDown! 브랜드에 귀속, Billy Kidman, The Hurricane, Jamie Noble 등의 경량급 선수들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WWE는 이중 몇몇 타이틀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내게 된다. Hardcore Title, European Title, Intercontinental Title 이 그것이다.
Hardcore Title은 디비전 자체의 구심점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폐지,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Bradshaw, Johnny Stamboli 등과 하드코어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Rob Van Dam, Tommy Dreamer, Jeff Hardy, Al Snow 등의 비중이 줄게 되었다. 허나 Entertainment를 지향하는 WWE로서는 별수없는 선택이었다.
European Title은 사실상 있는둥 마는둥 했기에 현재까지도 특별히 부활해야 한다는 말이 없고, 그럴 의지도 없어보인다. 사실상 유럽 시장 개척에 이용된 이 타이틀을 다시금 부활시킬 필요도 없긴 하다.
허나 Intercontinental Title만은 의외였다. 사실상 World 다음 레벨이기도 했고, 그 역사로 보아도 WWE에서 보존되어야 할 타이틀의 0순위였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 타이틀은 World Heavyweight에 통합되었고, 그후 많은 미드카더들이 타이틀 샷이나 한번 얻고 나서는(심지어는 그마저도 못얻고)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타이틀의 필요성을 느낀 WWE는 2003년. 타이틀 부활에 나선다. 사실상 단체별로 나뉘어진 타이틀을 각각의 브랜드에 하나씩 부활/생성 시키는데, US Title과 Intercontinental Title이 그것이다.
이 타이틀을 얻기 위해 경기가 펼쳐지는데, 그것이 Raw와 SD를 구분짓는데 단적인 근거가 된다.
US Championship은 8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Tournament로 이루어졌다. SmackDown! 브랜드는 일전에도 WWE Title에 대한 No.1 Contendership으로 토너먼트를 치러 John Cena에게 Titleshot을 준적이 있다. 반면 Raw는 IC Championship으로 Battle Royal을 선택했다. Raw 역시 그 이후 Women's Championship으로 Battle Royal을 열었었다.
포인트가 이것이다. SD가 토너먼트라면 Raw는 배틀로얄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Raw는 한방, SD는 잔펀치랄까.
거물급 스타들이 대거 포진된 Raw는 굵직굵직한 덩어리를 중요시하는 타입이다. 그러다보니 잔챙이 가지에 별 신경을 쓰지 못했다. 현재 Raw에서 가장 중요한 각본은 Triple H (of Evolution) vs Goldberg 라인과, Kane vs Shane McMahon 라인이다. 이 대립은 쇼 전면을 뒤덮으며 Raw의 중심 라인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반면? IC 쪽은 아직 경기도 확정이 안된 상태이다. Christian의 말마따나 IC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챔프의 무게감이 타 레슬러에 비해 다소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명실상부한 Raw의 No.2 Title이 이렇게 대접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위의 대립에 치중하다보니 Chris Jericho, RVD 등은 경기가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RVD는 Unforgiven이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Kane과의 대립에 감초역할만 해주고 있다. 작년 Armageddon과 유사한 상황인데, 그 때도 결국 The World에서 껄쩍댄 것을 보아할때 이번에도 출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Test - Scott Steiner, Dudleyz - Resistance는 겉보기엔 탄탄한 대립을 이루는 것 같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마땅히 붙일데가 없어 다시 써먹는 중이다. Summerslam에서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마땅한 도전자도 없고 Dudleyz 써먹을데도 없고 하니 한번 더 붙이게 되었고, Test에게는 IC Title에 연관시키려는 노력도 해봤지만 미적지근한 선수들끼리 붙여놔봐야 별 호응도 없고 하니, 결국 Hot Issue인 Stacy를 둘러싼 대립이 가장 좋았다고 느끼고 재탕하는 실정이다. Women's Division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도 없고, SHIT과 Goldust - Lance Storm은 결성된지 꽤 되었는데도 도대체 목적이 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Rodney Mack이라고? 그는 언제 PPV 출전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반면 SmackDown!의 경우, 토너먼트 스타일인만큼 구심점을 두고 돌리기보다는 각각의 대립이 균형을 맞춰가며 톱니바퀴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드카더들의 탄탄한 대립구도는, WWE Title을 둘러싼 Kurt Angle - Brock Lesnar (or + Big Show)의 대립과 상관없이 John Cena, Eddie Guerrero, Rey Mysterio 등이 주목을 받게 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John Cena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으로, Backlash 이후 타이틀과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추종자가 늘어가는 상황이다. 물론 The Undertaker라는 걸출한 레슬러가 그와 대립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John Cena가 Raw에 계속 있었더라면 그처럼 진가를 발휘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SmackDown!의 간판 대립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그들의 단점 중 하나이다. 대립 스토리가 다양한 것은 좋지만, 그러다보니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키워주는 것은 어렵다는 것. 2003년에 벌어진 PPV 중 SmackDown!이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것은 2월과 5월뿐이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번 8월에는 아예 Semi-Main Event도 되지 못했다. Raw의 두가지 중심축 중 어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는 뜻으로 비약시킬 수도 있겠다.
또 하나 단점이 있다면 스토리면은 다소 부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필자는 Angle이 없던 시점의 WWE Title 대립과 US Title 첫 시기를 가장 부실하다고 본다.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타이틀을 지키고 있던 Angle이 사라지자 챔피언이 될 Brock Lesnar는 더 이상 상대할 선수가 없었다. Angle만한 선수는 되어야겠는데, 당시 SmackDown!에는 그만한 규모의 선수가 없었다. Chris Benoit도 Kurt Angle에 비하면 입지가 다소 좁지만 그와 Angle의 Partnership이 워낙에 좋기 때문에 명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고, Brock Lesnar 역시 뛰어난 선수지만 Benoit와 잘 맞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리고 Benoit 역시 관련된 스토리가 따로 있었고. 결국 WWE는 토너먼트라는 궁여지책을 내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선발된 선수가 John Cena. 그러나, WM과 Backlash 사이의 4주. 그중 선발전만 3주. 토너먼트가 끝날때까지 Lesnar는 어떤 선수와도 앵글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 선수가 우승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결국 Cena의 우승 이후 단 일주일만에 치열한 대립을 성립시켜야 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Cena의 가능성만 증명한 이후 5월의 상대는 결국 Big Show와의 재대결로 되었다. Mysterio의 원수를 갚는다는 건데, 사실 Show와 Lesnar가 그렇게 궁합이 잘 맞는 것도 아니고, Survivor Series Rematch라는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기 자체는 재밌다는 사람도 많았고 모처럼 메인 이벤트도 장식했지만, 식상한 느낌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결국 Angle은 컴백하자마자 그쪽에 다시금 투입되었으니, SD 쪽은 아무래도 메인 이벤터 층이 너무 얇은 듯 싶다.
US Title전 역시 매한가지다. Eddie와 Benoit는 친구니뭐니 했지만, Angle과 Benoit가 팀을 이루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라는 설정이 있었고, Raw에서도 같이 이적해왔고, Raw에 있을때도 같은 각본에 투입되어 있었다. 일단 둘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은 없는데, 한주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니 힘든 것이 사실. 경기력으로 메꾸기는 충분하지만, 'SD는 스토리가 부실'이라는 타이틀을 늘 걸어놓는 신세가 된 것이다.
'덩어리를 중심으로 하고 한방을 노리지만 잔가지가 불량품인, 떼거지 경기를 좋아하는' Raw와, '다양한 스토리가 잘 조화되었고 잔챙이들의 파워를 보여주지만 결정적인 하나가 부족한, 체계적 경기가 주특기인' SmackDown!. 두 단체는 승패를 추구하는 사이가 아닌, 경쟁을 통한 협력을 추구하는 단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출저:wwebank.com
작성자:권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