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신화
배 화 열
추석이 되기 며칠 전에, 사촌형님과 외사촌 형님 집으로, 명절 인사를 다녀왔다. 사과 한 박스를 들고 다녀왔는데, 그날따라 수성구립 범어도서관에서 짝수 수요일 밤 영화에 다녀오느라, 종형 집에는 비가 내리는 야밤에 도착하여, 한참 집안 이야기를 나누느라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특이하게도 나는 친가와 외가와 처가에 각각 모임이 있는데, 그 중에서 외가의 7부부의 모임이 두달에 한 번씩 모이고, 집이 가까워서 제사는 참여한다. 지난해에 선종하신 어머니가 6남매의 막내였지만, 이제 이모님 한분만 계신다. 어느 가문이나 비슷하지만, 모든 친척이 다 모이는 것이 아니고, 게다가 나의 형제 중에는 우리부부만 참여한다.
벌초를 하다가, 땡벌집을 건드려서 4째 남동생과 조카(부자간에)가 함께, 심하게 다친 이야기를 하였다. 벌을 막느라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낫에, 왼쪽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어 응급실에 실려가서, 여러 발을 꿰메는 치료를 했던 이야기도 하였다. 집안이 발칵 뒤집힌 줄도 모르고, 밤10시에 전화 연락을 하여, 나는 그 사고를 알았다.
요사이 벌초는 잘 참석하지 않는데, 다른 친동생들도 참여하지 않고, 조카들과 4째 남동생만 다른 6촌과 당숙들과 함께 벌초를 하였다. 다친 조카는 처음 참석하였다가, 윗대 즉 8대 조모의 산소 옆에 붙어있는 벌집을 부자가 건드렸다가, 모두 혼비백산하여 다른 벌초를 미루고 하산하였다. 신문에나 종종 나는 일이었고, 우리 종중산(11대조. 약 2만 6천평)에는 거의 대형사고가 없던 곳이었다. 그런데 문중산은 대표이사로 지난 번 회장을 역임한 나의 이름으로 서류가 작성되어 있다.
추석날에 형제들과 모여서 차례를 지내었다. 옛날에는 왕과 귀족들은 제사를 지낸 날이, 매달 초하루 였는데, 그중에도 새벽(3시와 4시 정도) 즉 낮과 밤사이의 음양의 교차시간에 지냈다. 특히 제사나 묘사에는 축문에 초하루 삭(朔)을 사용한다. 더 나아가 초하루는 달이 그믐달(죽음을 상징함)이 초승달(부활을 상징함)로 변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달의 신화(3일후에 부활한다는 원형적 이미지를 가짐)는, 부활의 3이란 숫자와 관련되는데, 술잔을 향불 위에 세 번 흔드는 것에도 나타난다.
두 달 전에는, 달성초등학교를 졸업(62년 2월 8일)한지 53년 만에, 옛 친구들의 모임(20여명을 만남. 외사촌 동생도 졸업반에는 같은 반이었음)에 참여하였다. 이제 모두 할아버지들(4반)과 할머니들(4반)의 경로잔치였다. 지난 세월 세계 속의 우뚝한 한국을 일으키기 위해서, 수많은 고통과 고민을 안고 땀을 흘려온 기적을 만든 주역의 인물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신교육을 현제의 72세(57년 졸업)로 본다면, 친구들은 모두 신교육의 시작에 가까운 인물들이어서 그런지 멋지고 신화적인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다.
한편 신화가 의례를 낳는다. 바리공주가 진오기 굿을 낳았듯이, 조상에게 감사하는 신화들이 모여서, 추석이란 문화(or 의례)를 낳았다. 이 번 추석은 빅문(Big Moon)이란 말이 있었으나, 밖은 내다보지 않았다.
신화의 세계는 원형(原形. archetype)을 찾는다면, 바빌로니아의 이난나와 두무지이고, 그 변형을 찾는다면, 즉 다른 나라의 신들 예를 들면 그리스의 헤라와 데메테르 그리고 이집트의 이시스(오시리스의 부인)와 가나안(시리아와 요르단의 북서쪽 지역. 아브라함이 야웨를 가지고 들어와서 삶)의 바알(Ba'al. 엘의 아들로서 셈족의 엘로힘과 같은 어원임)의 부인 아세라 그리고 탐무즈와 이슈타르 등 유럽(특히 그리스)과 중동과 아프리카(특히 이집트)를 포함하는 거의 모든 신(무당의 가면 신들)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에 삼위일체로서 성부 성자 성령이 있는데, 삼위(persona)란 가면(mask)란 뜻이고, 일체(substance)는 본체(서양철학에서 현상에 반대되는 것 혹은 동양철학에서 용에 대한 체)는 하느님(God)이다. 신화의 세계에서 신화의 본체는 무당(지하세계를 다녀와서 치유의 전문가임)으로써 이난나와 두무지라면, 가면으로는 헤라와 이시스 바알과 엘로힘(or 야웨) 그리고 탐무즈와 이슈타르가 있다.
요사이는 상징연구가 지쳐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한밤이 이슥하게 지나서까지, 바둑책을 펴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그리고 영화도 즐긴다. 더 나아가 특히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9월(or 3월)부터 시작하는 4군데 도서관(중앙, 수성, 범어, 용학)을 중심으로 대학 교수님들의 특강(사회문화대학에서는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특강을 8년째 들어오고 있음)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대학 노트(1만원 노트로, 30여권에 이르렀음)에 열심히 받아적을 때는, 다윈의 ‘적자생존’(실제로 강사의 강의를 적는 것이 나의 생존법이므로, 적자생존임)을 생각한다. 또한 매주 화요일은 용학에서 영화를 해설과 함께 감상을 즐기고, 격주의 수요일마다 범어에서 역시 영화의 해석과 감상을 즐긴다. TV에서 영화와 바둑을 즐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종교 체널에 목을 메었으나, 지금은 관심의 판도가 많이 바뀐 셈이다.
오늘은 종형의 전화를 받고, 외사촌 종형에게 안부를 물었다. 특히 사위들과 처가 식구들이 모두 다녀가서,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글을 적고 있다. 내년도 아마 비슷한 기분으로 추석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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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수필가 협회에 제출한 글입니다.
첫댓글 선생님 여전히 건강하시게 사니네예.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생활을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