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이야기]
성가 92장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성가 93장 은혜로운 법신불 사은이시여
흔히 하는 말 중에 ‘목숨 걸고’라는 표현이 있다. 모든 힘을 다한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고, 운동경기나 사업 등을 할 때 갖는 비장한 각오일 것이다. 그런데 기도란 게 그렇다.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걸고 그야말로 목숨 걸고 해도 결과를 내기 힘든 것이 기도인 듯 싶다.
기도의 기(祈)는 제단(示) 위에 도끼(斤)를 올려놓는 모양이고, 도(禱)는 제단에 목숨(壽)을 바치는 의미도 있는 글자이다. 오래전 시대에 도끼는 생명을 지키는 도구였다. 사냥을 하고 전쟁도 하고 생계 관련 일을 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데, 그것을 제단에 놓는 것은 목숨을 바치는 것과 다름없다. 즉, 내 생명을 좌우할 힘을 가진 어떤 존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고 그 정도 각오 없이 ‘~해달라’고 요구사항만 늘어놓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닐 것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겠지만 원불교도 산신기도로부터 혈인기도까지 ‘기도’로 이루어진 종교이다.
원불교의 기도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청원 기도가 아닌 감사기도이고, 둘째는 나보다는 남을 위한 기도이며, 셋째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기도여야 더 큰 위력과 성공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도를 아침과 저녁으로 행하는 것은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통해 나날이 거듭나고자 하는 자기 성찰, 신앙과 수행에 대한 정진 적공, 나아가 자신의 행복과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소중한 서원을 다져가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성가의 가사는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
<성가> 92장과 93장은 2/4박자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그 강약 리듬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도’라는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며, 곡 중에 등장하는 셋잇단음표의 연결에 유의해서 가창해야 한다.
나운영은 성가 11곡을 작곡했는데 모두 선법(旋法, mode, 장·단조 체계 이전의 고대 음악의 형태)으로 작곡하였으므로 그 화음 구조가 다름을 인식하고 연주 및 가창에 주의해야 한다. 기도 노래니까 당연히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가창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겠지만 이 성가들이 갖는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고 조금은 비장하고 무겁게 느껴야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성가의 역사 ②
원불교 최초의 성가모음집은 원기38년(1953)의 <성가집>이다. 이 성가집은 제1대 성업봉찬사업을 위해 구타원 종사의 정재로 제작되었다. 행사용으로 17곡의 성가를 수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교단 내에 단 1권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단 최초의 공식 성가집은 원기47년(1962)에 간행된 <원불교 성가집 제1집>이며, 이 성가집에는 성가 40곡과 부록곡 9곡이 수록되어 있다. 필경본 악보로 제작되어 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록된 악보의 형태가 일정하지 않아 초기 성가 연구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무렵 유사한 성가집이 4종류 정도 교단 내에 유통되었으나 모두 아류작이며,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원기47년(1962)의 정본(正本)도 단 4권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때와 이후의 원기53년(1968), 원기75년(1990)에 제작된 성가들 모두 작가들의 원본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註. 선법 음악은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 무렵까지 서양음악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후 발달한 다성(多聲, poliphony)음악과 17세기의 화성(和聲, homophony)음악에 밀렸다가 현대에 들어 다시 서양음악의 한 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김승원 교무
원광보건대학교 교수
3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