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110호 익재 영정(益齋影幀)에 대한 화평(畵評)
고려시대(高麗時代)의 초상화(肖像畵) 원본(原本)으로는
*안향(安珦)의 반신상(半身像. 국보111호. 1318년작)과
익재공의 전신상(全身像. 국보110호. 1319년작)을 그린 2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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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향(安珦)
고려시대 문신. 학자이다.
1260년(원종 1년) 문과 급제, 교서랑이 되고
1288년(충렬왕 14년) 정동행성의 원외랑을 거쳐 고려유학 제거(提擧)가 되고
이 해에 원나라에 들어가 연경에서 <주자전서>를 필사하여 돌아와
주자학을 연구하고 '섬학전'이란 육영재단을 설치하고,
국학대성전을 낙성하여 공자의 초상화를 비치하고
제기(祭器), 악기, 육경, 제자, 사(史) 등의 책을 구입하여 유학의 발전에 기여함.
그 중 익재영정(益齋影幀)은 우안(右顔- 오른쪽 얼굴) 8분면으로
심의(深衣-지위가 높은 사람이 입는 위옷)를 입고
공수(拱手-두 손을 맞잡는 것) 자세를 취한
전신교의좌상(全身交椅坐像- 전신이 보이는 의자에 앉은 상)인데,
인물을 중심으로 상부 공간에는 제문(祭文)과 찬문(撰文)을 여유 있게 배치하였다.
인물의 오른편에는 몇 권의 서책이 놓여진 탁상을 배치하여
밀도 있는 화면 구성을 보이고 있다
왼편에 있는 의자의 손잡이는 앞으로,
서탁(書卓- 글을 쓰는 탁자)은 인물의 뒤로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인물의 앉음새가 균형을 이루면서 화면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안면과 옷주름은 선염(渲染- 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기법)없이
필선(筆線- 붓으로 그은 선)만으로 이루어졌으나
부위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며 능숙한 처리가 부드럽게 마무리되어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정확한 세부묘사와 함께 채색 효과도 가라앉은 색조로
차분한 느낌을 주는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대상 인물이 고려인인데 반해 화가(畵家)는 원(元)나라 사람이어서
우리나라 초상화의 역사에서는 방계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말기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이제현의 풍모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원나라 최고의 화가인 진감여의 초상화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작품 자체가 지닌 질적 수준은 드물게 보는 가품(佳品- 질이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