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천뢰 님
blog.naver.com/innerlight34/222081520639
수릿날, 정수리
『또 수릿날 쑥으로 사람 만들어 문 위에 두면 온역을 없게 한다.
우리말샘, <<분문 6>>』 [네이버국어사전]
이 예문에 나온 ‘수릿날’의 뜻을 보자.
“수릿-날 : 「명사」 『민속』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 음력 5월 5일로, 단오떡을 해 먹고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남자는 씨름을 한다.=단오. 어원 수릿날<구방>←수리+-ㅅ+날” [표준국어대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수릿-날’에 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보자.
【원래 ‘수리’란 말은 어원적으로 고(高), 상(上), 봉(峰), 신(神)을 의미하는 고어(古語)이다. 그러므로 수릿날은 신일(神日) 또는 상일(上日)의 뜻이 된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문무왕 법민조에는 단오를 민간에서 ‘술의(戌衣)날’이라고 하였는데, 술의는 우리말로 ‘달구지’라는 뜻이다. …… 이날 쑥을 뜯어서 떡을 만드는데, 그 모양을 달구지처럼 만들어서 먹었기 때문에 술의날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예로부터 이날 수리치로 떡을 해먹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냈으며……】(1)
여기서 “‘수리’란 말은 어원적으로 고(高), 상(上), 봉(峰), 신(神)을 의미하는 고어(古語)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수리’라는 고어는 또 어디서 유래했을까?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태양을 숭배했다. 고구려의 삼족오(三足烏)도 태양을 상징한 것이었다. 《천부경》에는 ‘本心本太陽(본심본태양)’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의] 마음은 본래 태양과 같다.”는 뜻이다. 태양을 신격화 한 것이 바로 태양신(太陽神)이다. 태양은 하늘 높이 뜨니 그 어느 것보다 높고, 만물을 낳아 기르니 그 어느 것보다 위에 존재하며, 산봉우리 위로 솟아오른다. 그래서 ‘고(高), 상(上), 봉(峰)’이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양이나 태양신은 ‘수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실마리는 산스크리트에서 찾을 수 있다,
sūrya m. the sun or its deity; a symbolical expression for the number "twelve" (in allusion to the sun in the 12 signs of the zodiac) [Sanskrit English Dictionary]
수∼리아 : 태양이나 태양신(神); 숫자 ‘12’에 대한 상징적 표현(황도 12 궁도의 12 궁에서 태양에 대해 빗대어 말한 것).
‘태양이나 태양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 ‘수∼리아’는 발음이 우리말 고어 ‘수리’와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하늘의 자손’인 우리 민족이 상고시대부터 숭배해왔던 태양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이 ‘수리’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불교경전 가운데 하나인 《묘법연화경》의 ‘서품’에 보면 ‘짠드라-수∼리아-쁘라디∼빠 따타∼가따(candra-sūrya-pradīpa tathāgata)’라는 부처의 이름이 나온다. 옛날 중국에서는 이를 ‘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로 번역했다(순서대로 하면 ‘월일등명불’임). 여기서 ‘짠드라’는 달[月]을, ‘수∼리아’는 태양[日]을, ‘쁘라디∼빠’는 등(燈)을, ‘따타∼가따’는 여래(如來)를 각각 의미한다.
‘수릿날’에 관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풀이에서 “단오를 민간에서 ‘술의(戌衣)날’이라고 하였는데, 술의는 우리말로 ‘달구지’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술의(戌衣)’는 우리말 고어 ‘수리’를 소리에 따라 한자로 옮긴 것 같다. 또 “술의는 우리말로 ‘달구지’라는 뜻이다.”라고 했는데, ‘달구지’를 또 ‘수레’라고도 한다. 수레바퀴는 둥글기 때문에 그 모양이 태양과 같다. 해를 숭상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바퀴가 해를 닮은 모습을 보고 달구지의 이름을 ‘수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술의’, ‘수리’, ‘수레’ 등은 모두 산스크리트 ‘수∼리아’와 그 음이 유사하므로, ‘태양’ 또는 ‘태양신’을 가리킴이 틀림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릿-날’은 태양이나 태양신을 기리는 날로 보아야할 것이다.
또 우리말에 ‘정수리’라는 단어가 있다. 먼저 그 뜻을 보자.
“정수리(頂수리) : 「명사」 머리 위의 숫구멍이 있는 자리.≒꼭대기, 뇌천, 신문, 정문, 정심.”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면 왜 머리꼭대기의 숨구멍을 ‘정수리’라 부를까? ‘정수리’에서 ‘정(頂)’은 한자어로 ‘꼭대기’를 의미함은 다 아는 사실인데, ‘수리’는 대체 무엇을 나타내는 말인가? 아마 이 ‘수리’도 앞에서 본 우리말 고어 ‘수리’와 같으며, 산스크리트 ‘수∼리아’의 뜻인 ‘태양’을 가리킬 것이다. ‘정수리’는 숨이 드나드는 숨구멍이다. 갓난아기의 정수리를 바라보면 발딱발딱 움직인다. 옛날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하늘의 생명력이 들어온다고 믿었을 것이다. 생명의 원동력이 태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우리 민족은 해를 뜻하는 ‘수리’라는 말을 거기에 붙였을 것이다.
『 또 수릿날 한낮 전에 있던 잡스러운 약을 모아 사르면 모진 기운을 없게 한다. 우리말샘, <<분문 6>>』 [네이버국어사전]
“땀에 젖은 살에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었다. 머리에는 수건을 쓰고 있었으나, 정수리가 뜨끈뜨끈 익는 듯했다.≪하근찬, 야호≫” [표준국어대사전]
“쌀분이는 정수리에 혹이 생기도록 망태기에 흙을 담아 이어 날랐다. 표준국어대사전, <<문순태, 타오르는 강>>” [네이버국어사전]
【주】
(1)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4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