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통일된다<미국국가정보위>? 올해 요동치는 한반도가 될까!
안병순(시화노동정책연구소)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6․25전쟁 발발 72주년이다. 2008년 11월경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보고서를 내면서 한반도는 2025년께 통일되며, 최소한 남북연합 형태라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 해이다. 공교롭게도 한반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세 가지 정세요인이 2024년에 발생하여 2025년의 요동을 준비하였다. 첫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초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하였다. 둘째,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셋째,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켰으나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데 이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5년 동안 미동도 없던 한반도 정세였다. 그런데 세 건이 같은 해에 경천동지의 사건으로 발생한 것이다. 세 사건 중에서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사건은 뭐니 뭐니 하여도 남한의 ‘윤석열 이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남과 북은 강대강 맞대응 전략(hostile tit-for-tat strategy)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은 2024년 5월부터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여 ‘오물풍선(폐전선, 거름, 폐지, 담배꽁초, 분뇨, 중국산 폐건전지 등의 쓰레기와 대남전단 등)’을 남으로 날려 피해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남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2024. 12. 3.) 일주일 전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에게 북한 오물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을 지시했으나 김 합참의장이 이를 반대해 김 전 장관의 지시는 무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원점 타격이 이루어졌다면 남북한 간에 심각한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9일·10일 심야 시각에 평양에 침투해서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당중앙위원회 청사 상공에 삐라를 살포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중대한 군사·정치적 도발이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남한에 경고했다. 최근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로 드론작전사령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되었다. 이처럼 2024년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다.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에서는 2024년 북한 정세(평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꼽았다.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와 적대적 남북관계 고착, △ 북러 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 김주애의 위상 격상 등이다. 동시에 2025년도 정세를 결정지을 주요 사건과 정책으로는 △ 북러 군사협력 확대와 김정은의 방러, △ 북미 대화 재개, △ ‘통일과 민족 지우기’ 정책 지속과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을 들고 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은 2014년에 동북아 정세의 10년 후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였다. △ 북한은 핵무장력을 늘리고 더욱 공격적으로 된다. △ 권력투쟁이 발생하거나 체제 붕괴 가능성도 있다. △ 일본은 재무장과 보통국가화를 촉진하고, 영토·역사문제에 더욱 강경해진다. △ 동북아에서 미중의 세력균형이 급변하면서 신구세력의 거대갈등이 분출된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하였듯이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남북미 정세가 경색되어 악화일로로 치달았으나, 남북미는 최근 완전히 새로운 정세요인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하여 2025년 남북정세는 아래의 세 가지 요인을 꼭지로 해서 전망해보고자 한다. 이 글에 담긴 사항은 국가안보실, 국가 및 민간의 연구기관, 여러 언론매체 등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여, 세 꼭지를 중심 방향으로 가감하며 새로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북한,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
먼저 남북관계 회복은 녹록하지 않다. 아니 어렵다. 지금 대화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남과 북의 관계를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개 국가관계’라고 규정하며 헤어질 결심을 해버린 것이다. 남과 북이 민족통일을 향해 대화할 구조와 틀이 깨진 것이다. 남한이 이런 ‘김정은 언명’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의 틀을 열 수 없다는 점이다(북의 입장으로 볼 때). ‘두 개 국가’를 인정해 설사 대화의 기회가 열린다고 해도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바꾸기 위한 과정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최근 윤석열 등 내란세력이 오물풍선 원점타격과 드론 평양 상공 침투 등을 통한 북한의 대응을 유도해 계엄령 발동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듯이, 남한으로서는 북한에 대화의 눈길조차 보내기도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북한의 상황인식이다. 북한의 대한반도 정세관과 대미 인식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에 멈춰있다. 다 된 밥을 미국이 엎어버렸다고 보는 것이다.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현장에서 당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사실상 독설을 퍼부었다.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해 ‘정면돌파전’과 ‘장기전’ 계획을 수립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맺으며 미국과 남한을 도외시한 행보를 걸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초 핵 포기를 위해 두 전제조건을 제안했다. (1)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2) 북한체제의 보장인데, 두 조건을 충족해주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하노이회담에서 공수표를 날렸고, 외려 그간의 모든 노력을 무위로 만들어 우롱해버린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미국이 ‘하노이 노딜’의 원죄가 있는 만큼 먼저 나서야 한다. 북미대화의 관건은 ‘북한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 ‘대북 적대시정책’, ‘대북 제재’ 그리고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이들 난제를 헤치고 미국(트럼프 정권)이 북한에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그나마 북미대화가 선행돼야 추후 남북관계 재개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의 다음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조합 시기는 매우 의미가 있던 때였다. 그 시기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거의 동시에 순차적으로 일어난 최초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와 비슷한 시기가 올 수 있을까!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우리는 희망을 일궈야 하므로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번엔 희극이 되길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이 재임하던 지난 ‘윤석열-김정은-바이든’ 조합은 최악의 조합이었다. 대화는커녕 무위와 갈등 그리고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북한에 대해 바이든은 ‘전략적 인내’로 세월을 허비하였고, 윤석열은 ‘힘에 의한 평화’, ‘흡수통일’을 펼쳐 대결적 분위기로 몰아갔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는 신냉전의 선봉장을 자임하였다.
북한이 북핵문제와 관련 비핵화로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핵보유국 법제화, 김정은의 핵능력 질·양적 제고 지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중·러의 방파제 역할, 러-우전쟁 파병,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최종 완결판’ 주장) 시험발사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따라서 트럼프가 유화 제스처를 수시로 보내고 있지만, 김정은은 러-우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적대적 2국가론’ 정착화와 푸틴과의 공조에 주력하며 탐색전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트럼프 역시 국내경제 문제, 러-우 전쟁과 같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하므로 북한이 9차 당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쯤이 되어서야 ‘Again 2018’과 같은 제2의 브로맨스를 상정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올해 2025년에는 2018~2019년의 조합이 다시 올 가능성이 생겼다. 남한에서 그 숨통이 트였다. 2012년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김정은은 13년간 여전히 건재해 있고, 낙마했던 트럼프는 지난해에 놀랍게도 ‘제2기 트럼프 시대’를 열었으며, 더 놀랍게도 남한에서는 2년 반이나 임기가 남아있던 윤석열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 탄핵과 구속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조만간에 남한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펼쳐진 것이다.
3. 윤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켜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예측한다면 그 단초이자 핵심은 내란 상태인 남한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한마디로 남한이 일상을 되찾고 바로 서야 한다. 그 기회인가? 마침 남한이 바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거듭, 지금 남한에서는 놀라운 일이 진행 중에 있다.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고 해를 넘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관저에 숨은 윤석열을 두고, 잡으려는 공수처와 이를 막으려는 경호처라는 공권력과 공권력이 맞붙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세력과 내란세력과의 쟁투가 벌어지고 있다. 명분과 역량 상 민주주의 시민세력이 압도적이기에 승리를 점칠 수 있겠다. 게다가 윤석열 등 내란세력의 범죄가 명백하기에 탄핵과 실형을 받을 것도 확실시 된다. 그 후 이어질 남한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예상한다면 새로운 정치 일정이 펼쳐질 것이고 그 정치 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대통령 선거가 될 것이다. 남한에서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를 향한 다시 한번의 ‘2018~2019년 조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시기 남한에는 두 가지 과제가 제기된다. 하나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회복하는 일이다. 윤석열이 2년 반에 걸쳐 국가의 법과 제도, 질서 등 민주주의 가치를 망가트렸다. 이번에 밝혀졌듯이 정계와 군부 등 사회 곳곳에 잠복해 있는 내란세력과 내란 동조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다른 하나 역시 윤석열이 저지른 일이다. 대외관계는 만신창이가 됐고 특히 남북관계는 까닥하면 천추에 남을 계엄령의 빌미까지 될 뻔했다. 대외관계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민주주의 수호와 남북관계 정상화.’ 그것만이 윤석열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남한을 바로 잡는 일이다. 2025에는 남한이 바로 서야 한반도 정세가 변한다.
4. 우리의 대응 방향
꽁꽁 얼어붙은 아니 전쟁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미・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남북미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있다.
첫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울, 평양, 워싱턴 3국이 대화 의지를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남북미 3국이 대화와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미가 북한에게 대화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북미・남북 간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대화 제안을 하여 상호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고,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의 회담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3국 최고 지도자의 강단과 지도력(leadership)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둘째, 윤석열 정부가 추진되어온 대북 강경・압박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상되는 대북정잭 변화에 맞춰서 한미동맹의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되는 가운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북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남북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우호적 맞대응 전략(friendly tit-for-tat)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셋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② 북한체제의 보장, 두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남・북・미・중 4자 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국제적 보장 장치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맞교환할 수 있도록 안보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끝으로, 3국 간 대화 기회는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북미 3국이 협력하여 함께 만들어 간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복원될 것이다. 1905년 을사년의 을사늑약을 넘어, 1965년 을사년의 한일협정을 뛰어넘어, 2025년 을사년은 ‘한반도 프로세스’ 복원을 통하여 종국의 희극이 되도록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