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잎사귀들이/ 최기순
연꽃 호수에 바람이 불자
일제히 잎사귀들을 뒤집는다
장비목 코끼리 떼가 한꺼번에 귀를 펄럭인다.
멀고 먼 사바나를 향해 대이동을 하나보다
수면 위에는 떨어진 꽃잎들 종이배처럼 떠 있다
저들도 몸을 나룻배 삼아 어디든 멀리
흘러가버리고 싶은가보다
나도 커브를 한 번 휙 돌아서 몸을 기울여
이 생을 어제와 오늘을 뒤집어볼 수 있는 것일까
휘파람 노를 저어 떠날 수도 있는 것일까
그런 저 연밥들
세상의 이런저런 소문 다 듣고도 입 다문 늙은이처럼
눈 감은 얼굴 형상을 하고 물위에 떠서 쭈글쭈글 말라간다
펄럭이던 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해묵은 줄기들 덩치 큰 초식동물의 뼈처럼 얼기설기
컴컴한 물 위에 정박 중인 흰 배들 고요하고
둥글넓적한 연잎들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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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와 함께 화랑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김희샘 최홍연샘과 더불어 생각지 않은 호사를 내 눈이 누리고 왔습니다.
근교에 그렇게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있어도 여태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에 인라인 타러간 기억이 전부입니다.
접어두고
시인은 화랑공원에 연잎들을 보며 코끼리 귀라고 다시 한 번 상기 하셨습니다.
멀고먼 사바나를 향해 대이동하는 코끼리떼를 연잎들에게서 만날 때
저는 누구나 다 외치는 ‘좋다’라는 말만 늘어 놓았습니다.
잎사귀를 뒤집는 것처럼 “이 생을 어제와 오늘을 뒤집어 볼 수 있는 것일까” 가만 던지는 물음을 저도 따라 묻고 싶은 날입니다.
“컴컴한 물 위에 정박 중인 흰 배들 고요하고” 이 글귀를 직접 감상하자면
한 번 더 화랑공원을 찾아야겠습니다.
첫댓글 대이동 앞에 함께 바라보던 호수가 눈에 선합니다.
정리해서 올려놓으니 (너무 좋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