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빨간방』을 읽고(2011.12.17)
찾고자 하는 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분류번호에 따르면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없을 때는 좀 당황스럽고 땀도 난다. 그때 눈에 들어온 제목이 바로 이 책이다.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이란 부제도 달려 있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그래서 읽게 되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기로 해서 차를 두고 마을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면서 읽기 시작해서 퇴근 후 서초동까지 가면서 읽었다. 저자는 초월명상을 강조한다. 하루 20분씩 2회 실시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제작자로 성공한 작가는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초월명상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가 초월명상을 하게 된 것은 세상만사는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누구인가. 내 안에 무엇이 있을까? 깊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초월명상이라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정신없는 한국사람들이 한번 읽어보고 실천하면 어떨까? 해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표지3,4면에 홍보한 내용
영화사상 가장 기괴하고 뒤틀린 욕망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아주 특별한 예술론 그리고 명상이야기
내 창작의 원천은 명상
그녀는 나를 작은 방으로 안내해 최초의 명상을 하도록 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만트라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내가 탄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이 잘려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쿵! 나는 충만한 희열감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순수한 행복감. 나는 그냥 그 순수한 행복감 속에 있었다. 이윽고 강사가 말했다.
이제 깨어날 시간이에요. 20분이 지났어요.
벌써 20분이 지났다고요?
내가 소리 지르자 그녀는 쉬잇!하고 손을 입에 댔다. 다른 사람들이 명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아주 친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웠고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 일 이후로 나는 유일무이하다라는 단어는 그런 경우에만 쓸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명상은 당신을 순수한 의식의 바다로, 순수한 앎의 바다로 데려간다. 그러나 그것은 낯설지 않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행복감이 밀려온다. 신경안정제로 얻는 행복감이 아닌 진한 행복감이 밀려 온다.-본문 중에서
데이빗 린치의 조용한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시대의 손꼽히는 영화감독이자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작가, 데이빗 린치, 그의 작품은 흥행 성공과 함께 비평가들의 갈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문화적 후손까지 낳았다. 이 책은 데이빗 린치가 33년간 초월명상을 통해 얻게 된 놀라운 창조적 이점들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것이다.
그는 짤막한 챕터 안에서 내면으로 잠수하는 법과 물고기를 낚듯이 아이디어를 낚는 법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스크린, 그 밖에 사진이나 그림처럼 자신이 애용하는 매체들을 위해 그 아이디어들을 조리하는 법을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압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을 데이빗 린치의 심오하고 독특한 비전을 더 잘 이해하길 열망하는 팬들에게 일종의 계시처럼 다가설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창조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과 씨름하는 모든 이에게도 고무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 책에서 더욱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그의 예술관을 직접 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과 그의 영화들에 대한 갖가지 뒷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트윈픽스나 인랜드 엠파이어, 이레이저 헤드, 로스트 하이웨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저로선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거든요.-이동진 영화평론가 블로그
이 책은 마법의 주문과 같다.
현대 미국영화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감독 데이빗 린치가 우리에게 삶과 예술의 충만함을 얻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명쾌한 언어로 그는 수리수리 마수리, 마법을 건다. 간결하고 반복적인 언어로.
그는 하루 20분씩 명상에 몰입하면 어떤 평안을 얻게 되는지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시작하며
아이디어는 물고기와 같다.
작은 물고기를 잡고자 한다면 얕은 물에 머물러도 된다. 그러나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는 더 힘세고 더 순수하다. 그놈들은 덩치가 크고 심원하며 아주 아름답다.
난 내게 중요한 물고기를 찾는다. 영화로 옮길 수 있는 물고기, 그런데 저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한두 종류가 아니다. 사업에 필요한 물고기도 있고, 스포츠에 적합한 물고기도 있다. 모든 것에 필요한 제각각의 물고기들.
대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현대 물리학은 그곳을 통일장 the Unified Field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의식을 확장하면 할수록 그 원천을 향해 더 깊이 내려갈 수 있고,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나는 33년간 초월명상법 Transcendental Meditation Program을 수행해 왔다. 초월명상법은 영화와 회화를 비롯한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중심 역할을 해왔다. 내게 그것은 큰 물고기를 찾아 좀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하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이 책에서 나는 초월명상법을 통한 경험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첫 명상
-행복이 자기 내부에, 만족이 자기 내부에, 빛이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람이 요기고 브라만과 하나 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신적인 의식에서 영원한 자유를 얻는다.-바가바드기타
고무 광대옷
-자기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진정한 행복을 얻기는 하늘 전체를 작은 보자기에 싸는 것보다 어렵다.-우파니샤드
다른 세계
-모든 자연은 단지 마법의 극장이요, 위대한 마법사요, 이 모든 세계는 마법의 수많은 부분이 모여 이뤄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우파니샤드
의식
-명상을 하면 속박되지 않은 광활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것이 행복이다. 작은 것에 갇히면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우파니샤드
직관
-알려진 모든 것을 앎으로써 그것을 알 수 있다.- 우파니샤드
통일장
-속박되지 않은 의식의 바다는 빛이 되었고, 물이 되었고, 물질이 되었다. 이 세가지로부터 만물이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속박되지 않은 의식의 바다가 그 자체 내부에서 끝없이 펼쳐짐으로써 우주 전체를 창조했다.-우파니샤드
창조 에너지
-의식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머무는 상태인 아트마만이 보고 듣고 관조하고 깨달을 가치가 있다.- 우파니샤드
아이디어 2
-의식에 나타나는 것에 형체를 부여하는 형식은 의식 내에 있어야 한다.-우파니샤드
자아의 빛
-모든 것을 오직 자아로 여기는 자, 그리고 자신이 보는 모든 것에서 자아를 보는 자는 어느 것으로부터도 물러나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 모든 존재하는 것은 자아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하나 됨을 아는 자에게 어찌 고통이나 미망이 지속할 수 있겠는가.-우파니샤드
깨달음
-거울의 먼지를 닦아 내면 거울이 빛나는 것처럼 자아를 보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과 몸이 빛난다. 마음과 몸은 항상 그리고 영원히 행복으로 가득 찬다.-우파니샤드
불을 밝혀라
-요가-통일성-의 주위에서는 적대적 경향들이 제거된다.-요가수트라
인랜드 엠파이어
-우리는 거미와 같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짜나가고 그 속에서 움직인다. 우리는 꿈을 꾸며 그 꿈속에 사는 사람과 같다. 이 말은 우주 전체에도 해당한다.-우파니샤드
충고
-진실은 향기로운 지구를 떠받치고 살아 있는 것들을 적셔 준다. 진실은 불을 타오르게 하고, 공기가 이동하게 하고, 태양을 빛나게 하고,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한다. 숨겨져 있는 진실은 모든 것을 떠받친다. 그 진실을 발견하라, 그리고 얻어라.-라마야나
욕망의 불씨
-내 본성으로 되돌아옴으로써 나는 창조하고 또 창조한다.-바가바드 기타
공감
-친절은 꽃보다도 부드럽고 원칙은 천둥보다도 지엄하다. -깨달음에 대한 베다의 정의
진정한 평화
-아직 찾아오지 않은 위험을 피하라- 요가 경전
마치며
나는 영화를 마음 깊이 사랑한다. 아이디어를 낚는 것과 명상하기도 좋아한다. 통일성을 활성화하는 것 역시 좋아한다. 통일성을 활성화하면 삶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아마도 깨달음은 저 멀리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한 걸음 한 걸음 빛을 향해 나아가면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고들 한다. 내가 보기에 세월이 갈수록 삶은 점점 더 나아진다. 세상에서 통일성을 활성화하면 지구상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기를, 병에 시달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어디서나 서광이 비치기를, 누구에게도 고통이 찾아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하길.
(용어설명)
초월명상법(Ttansendental Meditation)
명상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대체의학. 동양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왔으나 현대의학을 대체하는 치료법으로 연구된 것은 1960년 이후 인도의 요가와 명상이 본격적으로 서양에 알려지면서부터임. 특히 스트레스에 관련된 질환과 약물치료 부작용에 불만족스러웠던 의사들이 널리 보급함.
지은이
데이빗 린치 David Lynch
1946년 미국 몬테나주 미술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데이빗 린치는 미술에 관심을 두고 예술학교와 미술아카데미를 진학하지만,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졸업 후 미국영화연구소(AFI)의 연구생으로 들어가 16mm 단편영화 〈할머니 The Grandmother〉(1970)을 찍는다. 그리고 기형아를 낳은 젊은 부부 이야기를 다룬영화 〈이레이저 헤드 Eraser head〉(1977)를 촬영한지 7년 만에 힘들게 완겅한다. 린치의 데뷔작인 이 장편영화는 개봉 당시 언론의 악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81년까지 꾸준히 장기 상영되면서 컬트영화의 대명사로 떠오른다.
그는 잠재적인 재능과 상상력으로 메이지 감독으로 부상하게 되고, 두 번째 장편영화 「엘리펀트 맨 The Elephant Man〉(1980)이 흥행 성공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된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듄Dune〉(1984)은 연출하지만,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흥행에 참패한다. 하지만, 2년후〈블루 벨벳 Bleu Velvet〉(1986)으로 전 세계 영화팬을 열광시키면서 컬트 거장으로서의 명성을 되찾는다. 그 후 〈광란의 사랑 Wild at Heart〉(1990)으로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같은 해 시작된 TV시리즈 〈트윈 픽스 Twin Peaks〉가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히트작이 되면서, 1992년에 극장판으로도 상영된다.
이어서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없애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다룬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1997)와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1999)를 내놓는다. 특히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그의 영화 중 유일한 휴먼드라마로 평단의 호평을 얻어 아카데미, 칸느 국제영화제 등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다. 2001년에는 린치 미학의 결정체라고 평가받는 〈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로 칸느 국제영화제 감독상의 영광에 이어, 2006년에는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받는다. 2002년에는 칸느 국제영황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한편, 데이빗 린치는 30년간 명상을 해온 명상의 고수로, 2005년 의식 기반 교육과 세계 평화를 위한 데이빗 린치 재단을 출범시켰다. 따라서 이 책의 판매수익은 각 학교의 초월명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으로 보내진다. 이 재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www.DavidLynchFoundation.org에서 얻을 수 있다.
옮긴이 곽한주
195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MBC-TV PD와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논문《Mass Culture in Age of Public/Private Split)으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Korean Film History, Resistance, and Democratic Imagination(공저)》와 역서 《대중영화의 이해(공역)》《히치콕과의 대화(공역)》《YU Hyunmok(영역)》, 편저 《컬트영화, 그 미학과 이데올로기》등이 있다.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초판1쇄 발행 2008년11월20일
초판2쇄 발행 2009년1월10일
지은이 데이빗 린치
옮긴이 곽한주
펴낸이 정상준
펴낸곳 (주)그책
기획 정상준, 김혜진
편집 박지원
교정교열 김지은
마케팅 김정혜
관리 박지현
디자인 (주)꽃피는 봄이오면
출판등록 2008년7월2일 제322-2008-000143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0-6
전화번호 02-3444-8535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