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심리학>
<1> 전쟁과 공격성
인간이 맹수보다 더 위험하다… 왜?
공격력 막강한 맹수, 절제력도 함께 발달해 종 멸종 피해
인간, 공격력 비해 절제력 발달 못 시켜 대량파괴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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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국가가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정도로 전쟁은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보편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전쟁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치열한 사건 중 하나다. 승자와 패자를 가장 분명하게 구분 짓는 전쟁의 전형적인 제로섬(zero-sum: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쪽은 반드시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득과 손실의 합이 언제나 0이 되는 상황) 특성 때문에 우리는 전쟁에서 쉽게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이 절박한 전쟁의 본질은 우리로 하여금 전쟁을 평범한 삶의 한 단면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생명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나 도덕을 적용하기 어려운,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왜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는 혹은 누군가는 우리를 납득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는 가족과 국가 등 더 큰 나를 위해서 작은 나의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엄청난 사태에 직면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일 즉, 내가 누군가의 목숨을 거두어야 하는 일 그리고 나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은 자동적인 행위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대신에 우리는 이 두 가지 일을 겪는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 스펙트럼을 체험한다. 전쟁이 아니고서야 쉽게 겪을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상의 심리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한 심리를 살펴보는 것은 전쟁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연재의 형식을 빌려 주로 전쟁영화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색깔의 심리를 전쟁과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펼쳐내 보고자 한다.
전쟁은 꼭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다. 인간 이외 동물들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도 전쟁을 한다. 상대 집단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도 보초를 서고 매복을 하며 우두머리 침팬지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다. 그들의 전쟁이 인간의 전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전쟁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인간이 벌이는 어떤 전쟁은 매우 무자비해서 인간의 삶을 비인간화한다. 우리가 인간의 전쟁을 문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리들리 스콧 감독, 2001년 작)의 근간이 된 소말리아의 부족 간 전쟁은 인간의 잔인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삶은 늘 전쟁과 함께 있었다. 수년간의 부족 간 전쟁으로 30만 명이 아사했다. 아이디드 장군이 수도 모가디슈를 통치하면서 국제기구가 지원한 식량을 무기로 사용한 결과였다. 그러면 이러한 행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쟁의 원인으로 흔히들 꼽는 것이 사회문화적 요인과 더불어 인간의 본능적인 공격성이다.
공격성을 인간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종 내의 구성원들끼리 잔인하게 싸우는 것도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다. 심지어 어떤 종은 같은 종족을 자신의 먹이로 삼기도 한다. 킹코브라가 자주 잡아먹는 것은 다름 아닌 같은 종족의 뱀이고 황소개구리도 다른 개구리를 자신의 먹이로 삼는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맹수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같은 종족을 죽을 때까지 잔인하게 공격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매우 평화를 사랑하고 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물고기나 비둘기가 실제로는 영토 다툼에서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공격할 만큼 매우 잔인한 행동을 보인다.
그렇다면 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일까?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에 따르면 맹수처럼 공격성이 높은 동물들은 그와 비례해 그러한 공격성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진화적으로 함께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토행위나 서열경쟁에서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낼 만큼만 공격을 할 정도로 자신의 공격성을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제력 덕분에 막강한 공격성을 가진 맹수들이 서로 싸워 궁극적으로 종이 멸종하는 파국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떠한가? 인간은 적어도 신체적인 측면에서 강한 힘을 가진 종이 아니다.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인간은 그에 비례해서 자신의 공격력을 조절할 수 있는 강한 절제력을 발달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높은 지적 능력 덕분에 다양한 도구를 개발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힘을 엄청나게 증가시켜왔다. 특히 오늘날 대량살상무기들은 인간의 공격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켰다. 문제는 공격력 증가에 비례해 그것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맹수와는 달리 인간에게는 함께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인간을 맹수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인간은 무분별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공격행동을 저지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을 때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트럭킹 게임을 이용한 한 연구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이 하는 이 게임은 각자가 자신의 트럭을 이용해 각자의 목표지점까지 주어진 물건을 옮기는 것이다. 이때 각자가 자신의 목표지점까지 가는 도중에 일정 거리의 도로를 공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그 도로는 트럭이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어서 한쪽에서 양보할 때만 다른 쪽에서 트럭으로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누구도 물건을 옮길 수가 없다. 이 게임에서 첫 번째 조건은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두 번째 조건은 자신이 도로를 독점할 수 있도록 상대방이 트럭을 처음부터 움직이지 못하게 문으로 막을 수 있게 돼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협동적으로 행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첫 번째 조건에서 두 사람이 옮긴 물건의 총합이 두 번째 조건일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이러한 연구가 함축하는 바는 인간이 상대방을 공격하고 통제하기 위해 발달시켜 온 도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때 그것은 모두에게 부정적이고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서 우리의 안위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의 개발은 협동과 공존보다는 파괴와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문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간의 공격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작게는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길이고 크게는 인류의 공동체적 삶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ongs From a Secret Gar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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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Songs From a Secret Garden
Secret Garden 1995–present
No.1 - Noctur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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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Title: Songs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Studio/Live Studio Mono/Stereo Stereo Audio CD (April 16, 1996) Label: Polygram Records / PHILIPS (P) 1995 PolyGram A/S Norway (C) 1996 Philips Classics Marketed in the UK by Philips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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