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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모음
술 이야기
옛날 어느 곳에 효자가 살고 있었대요. 효자 아버지는 대개 아프잖아요.
이 효자 아버지도 병이 들어 약이란 약을 다 써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금강산에 유명한 의사를 찾아가 처방을 요구했는데 도무지 말을 안 해요.
3일 동안 무릎 꿇고 울면서 처방을 요구하니 의사 말씀이
"어찌 한 사람을 살리려고 세 사람을 죽이노?"
그게 무순 말이냐고 다시 물어보니 세 사람의 생간을 삶아 먹으면 낳는다고 합니다.
크게 낙담한 효자는 집으로 오는 길에 깊은 산을 넘어오다 쉬고 있는데 사람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효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애기도 되고요. 그래서 사람을 잡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는 사람을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인데 흥얼흥얼 글을 외우는 선비가 입니다.
"저런 점잖은 선비를 죽이면 큰 죄가 되겠지.
죄가 될 것은 이미 결심한 바이고 사람 중에서 선비가 최고이니 약으로 쓰면 더 좋을 거야."
선비가 가까이 오자 달려들어 죽였습니다.
죽이긴 죽였는데 간이 어디 있는지 몰라 배를 짝 가르고 소 간 비슷한 것을 꺼내어 기름종이에 쌓았습니다.
시체는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핏자국을 없애버렸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목탁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스님이 염불을 하면서 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인데 스님을 죽이면 나는 분명히 지옥행일 거야.
하지만 아버지를 살리자면 지옥행도 할 수 없지. 스님의 것은 효험이 더 있을 거야!"
스님도 죽여서 간을 꺼내어 유지에 쌓고 선비를 버린 벼랑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이번에는 머리를 산발하고 해해거리면 춤을 덩실덩실 추는 미친놈이 오고 있었습니다.
"저런 미친놈도 약이 될까? 하긴 저거도 사람인데 약이 안 될 까닭이 없지.
미친놈의 간은 안 된다고는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세 사람의 간을 유지에 싸서 잘 간수하고 벼랑 아래로 내려가 무덤을 만들어 세 사람을 묻어주고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삶아 드렸더니 거짓말처럼 낳았습니다.
어느덧 일년이 지나 세 사람을 죽인 날이 닦아왔습니다.
효자는 아무리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한 행위지만 죄책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렇다고 터놓고 불공을 드릴수도 없어 간단한 음식을 차려 묘지를 찾아가 한바탕 통곡을 한 다음 돌아오려는데 문득 보니 무덤위로 보지 못한 풀이 수북이 나있었습니다.
살펴보니 곡식 같은 낱알이 달려있고 마침 철을 맞아 누렇게 익어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나서 그것을 털어 보니 한말 정도가 나왔습니다.
돌아와 밭에 심었더니 이듬해에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밥을 지어 먹어보니 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되어 낱알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빻아서 가루를 내어 먹고 잘 빻아지지 않는 것은 모아서 쌓아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장마철에 썩었는지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먹었더니 기분이 아주 좋아 졌습니다. 이게 비로 술이란 겁니다.
그 곡식은 바로 밀인데 밀은 배를 갈려 죽은 사람의 원한이 사무쳐 위에서 아래까지 칼자국이 나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으로 술을 만들어 먹으면 죽은 세 사람의 혼이 차례로 찾아온답니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 처음엔 선비의 혼이 찾아와서 점잖고 예의를 차릴 줄 압니다.
조금 더 마시면 선비 혼이 가고 스님의 혼이 찾아오는데 스님의 혼은 살아생전에 부처님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불공드리던 습관이 있어 말을 많이 하며 한말을 되풀이 하고 먹기 싫다는 사람에게까지 억지로 권하게 됩니다.
그 정도로 그치면 다행인데 조금 더 마시면 스님의 혼이 가고 마지막으로 미친놈의 혼이 오는데 이를 곧 술주정이라고 한답니다.
술을 사랑하는 여러분 술은 선비 혼이 가기 전까지만 적당히 먹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꼽추였던 여자와 꼽추였던 남자가 서로 사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 부부는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혹시나 부모의 유전을 받아 꼽추가 되지 않을는지...
그러나 부부의 걱정과는 달리 무척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꼽추 엄마는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살폈고, 착한 아이도 엄마를 잘 따르며,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제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된 엄마는 다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철이 들어감에 따라 엄마를 외면할까봐...
그런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도시락을 놓고 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 도시락을 학교로 갖다 주는 게 나은지...도시락을 갖다 주면 아이가 무척 창피해 할 텐데...그렇다고 갖다 주지 않으면 점심을 굶게 되는데...이런저런 고민 끝에 학교에 살짝 갖다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이 볼까봐 몰래...수업시간 중에 학교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아이의 학교.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 엄마였습니다.
교문을 들어서는데 웬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었습니다.
어느 반의 체육시간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저쪽 나무 밑에서 엄마의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이의 반의 체육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엄마는 순간 당황했고 학교를 급히 빠져나가려했습니다.
아이가 볼까봐서...친구들이 볼까봐서...서러운 맘을 감추지 못하고 힘든 몸을 이끈 채 조심조심 뛰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아이가 엄마를 발견했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마는 놀라며 더욱 빠른 발걸음으로 교문을 빠져나가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쪽 나무 밑에서... 아이가 교문 쪽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모으고 소리쳤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
꼽추 엄마의 눈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으로 생각하는 게 바로 당신의 엄마입니다.
엄마의 사랑은 그 깊이가 한이 없습니다.
옛날이야기
옛날에 젊은 부부가 살았습니다.
남자는 잘 생겼고 여자는 아름다운, 더할 나위 없는 부부였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권태와 싫증을 느낀다는데 이 부부는 권태는커녕 갈수록 소록소록 정이 쌓여만 가고 쳐다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열정과 정이 깊어만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잘 어울리는 부부에게 불행이 다가왔습니다.
한 사람이 시름시름 앓더니 실명을 하게 되고, 또 한사람이 실명을 하게 되어 부부는 더 이상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과 몸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이 부부의 사랑을 끊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까워지고 의지하며 늘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보지 못해서, 애가 끓어서, 사랑하는 아내를, 남편을 잃을까... 그래서 항상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이 부부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 세상에 퍼졌고, 어느 용하고 마음씨 고운 의사가 찾아와 눈을 치료해 주었습니다.
치료하는 동안에도 이 부부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기대가 되었을까요? 아름다운 아내를 다시 볼 수 있는데, 멋진 남편을 다시 볼 수 있는데...
남자가 먼저 눈을 떴습니다. 남자는 제일 먼저 아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아내는 없었습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남자가 사랑했던 아내가 아니라 늙은 할머니 뿐 이었습니다.
여자도 눈을 떴습니다.
둘은 동시에 절규를 했습니다.
"누가 내 아내를 바꿔치기 했는가?"
"내 남편은 어디 갔는가?"
세월이 그들을 바꾸어 놓은 것을.....
그들은 눈이 뜨인 그 날부터 행복했을까요?
행복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입니다.
이 이야기는 팔만대장경에 숨어있는 이야기입니다.
민들레 영토
옛날에 생명을 사랑하는 임금님이 계셨지. 임금님의 정원에는 온갖 꽃과 나무들로 충만해 있었어. 그런데 하루는 늙은 정원사가 달려와서 수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기를 임금님, 임금님, 큰일 났습니다. 정원의 꽃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의 나무들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임금님이 깜짝 놀라 정원으로 달려갔어.
"포도나무야, 포도나무야, 너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
"임금님, 저는 없어도 괜찮은 존재입니다. 저는 열매를 맺긴 합니다만 사과나 배나 오렌지에 견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일어 설 수도 없습니다. 가지에 얹히어야 덩굴을 뻗고 제대로 몸을 지탱하게 됩니다. 임금님, 저 같은 것은 없어도 되는 존재입니다."
임금님은 말없이 장미에게로 가서 "장미야, 너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
"임금님, 저는 열매 맺지 못함을 슬퍼합니다. 꽃이 시들면 저는 가시덩굴에 불과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저를 혐오합니다. 그래서 저는 죽기로 했습니다".
장미는 임금님 정원의 여왕이었지. 그의 외모는 화려하고 향기는 매혹적이었으며 그의 자존심은 그 몸의 가시보다도 더 도도하게 솟아있었어. 그러던 장미의 생명에 대한 포기는 임금님을 한없이 절망하게 했단다.
"전나무야, 너까지 왜 이렇게 내 속을 속이느냐?"
수려한 가지를 마음껏 뻗고 잘생긴 이마를 들어 구름을 바라보면서 사시사철 한결같이 성실하던 전나무에게 다가간 임금님은 한숨을 쉬면서 물었어.
"임금님, 저야말로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제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까? 아니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까? 공연한 몸뚱이만 가지고 발아래 풀들만 괴롭힙니다."
'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임금님의 마음은 괴롭다 못해 노여웠단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오만이다.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모두 죽어도 좋다."
'생명을 사랑하는 임금님이지만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살기를 거부하는 것들까지 사랑할 수 없었구나!'
힘없이 궁중으로 돌아오는 임금님의 뒷모습은 슬픔과 고통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층계의 돌 틈바구니를 비집고 건강하게 솟아오른 꽃.
대롱이 정오의 햇살아래 황금색 꽃잎을 활짝 펴고 있는 꽃.
그것은 민들레가 아닌가. 이번에는 임금님이 이렇게 말했지
"민들레야, 민들레야, 다들 죽겠다고 하는데 너는 왜 살고자 하느냐?"
"임금님, 저는 민들레입니다. 민들레 외에 다른 것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장미가 아닌 것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포도나무처럼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전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르게 서있지 못함을 슬퍼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름 아닌 민들레이기 때문입니다. 임금님의 정원 한 귀퉁이 돌층계 틈에 비좁은 장소가 저의 영토입니다. 저는 여기서 세계로 나아갈 꿈을 꿉니다."
이렇게 말하는 민들레꽃 위에 해는 더욱 찬란하게 해는 더욱 풍성하게 빛을 붓고 있었어.
"훌륭하구나 민들레야, 장하구나 민들레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어리석은 임금이 될 뻔했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 하나를 잊고 살 뻔했구나. 나는 나의 정원을 민들레로 채우고 싶다. 내 소원을 들어다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여기쯤에서 끝이 나야 할 것이다.
장미와 전나무들은 정말로 살기를 그만 두었는지 어쨌는지 그 후의 소식이야 어떤들 어떠랴. 작은 민들레의 자긍하는 마음이 유유한 향내로 온 정원을 불 밝혀 부활하게 하는 것을.
남들이 보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들꽃에 불과하지만 제힘으로 자신을 광채 나게 하여 죽어 가는 정원의 마지막 파수꾼이 되는 민들레의 승리가 참으로 아름답고 눈물겨운 것을.
타인 백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 하여도 본인인 내 스스로가 긍지를 버린다면 백 사람의 사랑이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이양하의 "영에서 하나까지"中에서-
책에 바람 쐬기
조선시대에는≪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의 국가적 기록물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포쇄를 하였다. 포쇄는 책에 바람에 쏘여서 습기를 제거함으로써 부식과 충해를 방지하는 작업이다. 조선시대의 포쇄는 대개 3년에 한 번씩 봄·가을에 청명한 날을 택하여 춘추관에서 파견된 사관이 맡았다.
사관이 사고에 도착하면 관복의 하나인 흑단령(黑團領)을 입고 네 번 절한 다음에 사고의 문을 열어 책들을 한권 한권 점검하고 바람을 쏘인 후에 다시 궤 속에 넣고 봉인을 하였다.
우리의 서가에도 오래 전에 읽고 꽂아둔 책들이 있다.
가끔 그 책들을 꺼내서 바람쐬어주고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다시금 감동하는 부분도 있고 그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또 새롭다.
푸른 구슬 목걸이
피트 웨이크필드의 가게는 그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소녀가 추위로 발을 동동 구르며 가게 안을 유리창 너머로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들어섰다.
"이거 참 예쁜 목걸이네요. 좀 싸주세요."
"누구에게 주려고 그러니?"
"우리 언니에게요. 저는 엄마가 없어서 언니가 저를 키우거든요. 언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고 있었는데 아주 꼭 마음에 들어요. 언니도 좋아할 거 에요."
"돈은 얼마나 있지?"
"제 저금통을 털었어요. 이게 모두예요."
소녀는 손수건 매듭을 어렵게 풀더니 동전을 모두 쏟아 놓았다.
소녀는 가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피트는 정가표를 슬그머니 떼고는 예쁘게 포장해 주었다.
"네 이름이 뭐지?"
"바바라 메이."
"집에 갈 때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걱정 마세요."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에 젊은 여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서는 푸른 구슬의 목걸이를 내 놓으며 말했다.
"이 보석 이곳에서 파신 물건 맞습니까? 진짜 보석인가요?"
"예, 저희 가게의 물건입니다. 그리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진짜 보석입니다."
"누구에게 파셨는지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지요. 바바라 메이에게 팔았습니다."
"가격이 얼마이지요?"
"37불입니다."
"그 아이에게는 그런 큰 돈이 없는데요."
"그 소녀는 누구도 지불할 수 없는 아주 큰돈을 냈습니다. 자기가 가진 모두를 냈거든요."
한가한 부서
하늘나라에 갓 도착한 영혼이 성 베드로의 영접을 받았다.
성인은 영혼에게 하늘나라를 두루 구경시켰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천사들로 가득 붐비는 거대한 작업실에 들어섰다.
성 베드로는 첫 번째 부서로 가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는 접수처라네. 하느님께 기도하는 온갖 청원을 이곳에서 접수한다네."
영혼이 그 접수처를 유심히 바라보니 끔찍이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천사들이 세상 도처 사람들이 보내 온 두툼한 분량의 종이에 적힌 온갖 청원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곳을 나와 둘이 다시 걷다가 두 번째 부서에 당도했다.
성 베드로가 영혼에게 들려주었다.
“여기는 포장 및 발송처라네. 사람들에게 보내 줄 은총과 축복이 이곳에서 포장되어 지상의 청원 당사자들에게 발송되는 거지."
영혼이 보니 이곳 역시 정신없이 분주했다.
이 부서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천사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축복이 포장되어 지상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끝으로 작업실 가장 후미진 구석에 마지막 부서가 있었고, 둘은 거기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은 놀랍게도 천사 단 한 명이 아무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확인처라네."
성 베드로가 영혼에게 일러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은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겁니까?"
성 베드로가 대답했다.
"서글픈 일이야. 지상 사람들은 부탁한 축복을 받고 나서 확인서를 보내는 일이 거의 없거든."
"축복을 어떻게 확인하는 건데요?"
성 베드로가 말했다.
"간단하다네, 그저 '주님,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 거지."
혼자 울게 하소서
영국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연주회가 열렸다.
그 날의 연주회는 한 가난한 음악가가 지휘를 하게 되었는데, 그에게는 새 예복을 사 입을 만한 형편이 못되어 전에 입던 낡은 예복을 그대로 입고 연주회에 나갔다.
지휘자는 지휘봉을 움직였고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자 그는 스스로 음악에 도취되어 팔을 힘껏 휘두르다가 그만 예복이 찢어져서 안에 입은 셔츠가 보였다.
그는 창피함도 무릅쓰고 예복을 벗어두고 셔츠만을 입은 채로 계속 음악을 지휘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음악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곳저곳에서 웃기 시작하였으나, 그는 그 소리에 개의치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열중하였다.
그런데 음악을 듣고 있던 한 귀족이 일어나더니 지휘자의 옆으로 조용히 다가가 자기의 예복을 벗어서 지휘자에게 입혀 주었다.
그러자 음악회에 온 사람들은 조금씩 숙연해지기 시작하였고 그날의 음악회는 진정 어느 음악회보다도 감동적이었고 또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면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우리.
다시 자신의 내면을 닦을 수 있을까? 내면을 닦기 위해서 노력하는 하루가 됩시다.
우유 한 병
어떤 가난한 의대생이 학비 조달을 위해 자기가 아껴오던 몇 권의 책을 들고 멀리 떨어져 있는 헌 책방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늘 헌 책을 받아 돈으로 바꿔주던 책방 주인이 병이 나 문을 닫아버린 게 아닙니까?
실망한 학생은 너무나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파서 근처의 집에 들어가 물이라도 얻어먹으려 했습니다.
그 집에는 어른은 없고 어린 소녀가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학생은 소녀에게 자기 사정으로 이야기하고 무엇이나 먹고 남은 것이 있으면 좀 달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우유 한 병을 가지고 나와서 그 학생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셨고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어요. 이 우유 는 어머니가 점심 때 먹으라고 주신 것인데 이것이라도 아저씨께 드릴게요."
학생은 소녀의 따뜻한 정에 깊이 감동하면서 우유를 마시고 그 집 주소와 그 소녀의 이름을 적어두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한 부인이 위중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수술이 잘 되어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인의 딸은 어머니가 회복되어서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 비 때문에 마음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돈은커녕 약값을 댈만한 여유도 변변치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퇴원수속을 하고 떨리는 손으로 병원 비 계산서를 받았을 때 거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적혀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입원비와 수술비를 합해서 우유 한 병(이미 지불되었음)."
낮은 울타리 / 생각하는 오솔길에서
노인과 소년
노인과 소년이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소년은 고개를 젖히고 골목길만큼이나 기다란 하늘을 바라보다가 노인에게 말했다.
"별들이 왜 날 따라오죠?"
노인이 대답했다. "네가 좋아서겠지."
"별들이 왜 날 좋아하죠?"
"네가 별들을 좋아하니까 그렇겠지."
"그럼, 내가 별들을 싫어하면 별들도 나를 싫어하나요?"
노인은 잠시 말없이 걷다가 소년에게 말했다.
"얘야, 네가 아무리 별들을 싫어하더라도 별들은 그냥 반짝일 뿐이란다. 만약에 별들이 너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건 네 마음일 뿐이지. 네가 별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별들은 행복하게 보일 것이고, 네가 별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면 별들도 슬퍼 보일거야."
소년은 모래 위에 무엇인가 그리고 있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노인이 소년에게 물었다.
"무얼 그리고 있지?"
"나무를 그렸어요."
노인은 소년의 그림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소년에게 말했다.
"애야, 네가 그린 것은 완전한 나무라고 할 수는 없구나."
"어째서죠?"
"이건 나무의 반이지. 뿌리가 없는 나무를 어찌 나무라고 할 수 있니?"
"뿌리는 보이질 않는 걸요."
"눈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반쪽뿐, 나머지 반쪽을 볼 수 없다면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단다."
"나머지 반쪽은 어떻게 볼 수가 있지요?"
"배워야지. 스스로 배워야지. 반쪽만으론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단다."
"이해란 무엇이죠?"
"사랑의 시작이지."
"사랑이란 무엇이죠?"
"둘이 아니란 뜻이지."
"둘이 아니란 무슨 뜻이죠?"
"하나란 뜻이지."
"하나란 무슨 뜻이죠?"
"전체란 뜻이지."
"전체란 무슨 뜻이죠?"
"그건.......,그건.........
이를테면, 더 이상 묻지 않게 되는 것.
더 이상 대답할 필요도 없는 것이란다."
달팽이의 반쪽 사랑이야기
이 이야기는 바보스런 달팽이와 바보인 방울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의 일입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속 구석에는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았습니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토란 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개를 넘어서 방울꽃 옆으로 와선 "저~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하는 달팽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방울꽃 곁의 바위 밑에 서 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자기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서 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민들레 꽃씨라도 들을까봐 아무 말 못하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와 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갔습니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우버 잎사귀 위를 구르는 달팽이의 작은 눈물방울이 사랑이라는 것을...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자지 않고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꽃잎이 바람에 다 떨어져 버리고 방울꽃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 버렸을 때 흙을 곱게 덮어주며 달팽이는 말했습니다.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그제서야 씨앗이 된 방울꽃은 달팽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도둑의 성서
어느 날 선교사를 남편으로 둔 부인이 남편의 책상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성서를 집어 드는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성서는 7년 전 그녀가 학교 기숙사에서 잃어버린 것이었다.
성서를 얼마나 열심히 보았던지 다 헤어져 있었으나 분명 그 부인의 것이 틀림없었다.
부인은 성서를 품에 안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후 선교사가 돌아왔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아내를 보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부인은 아무 말 없이 성서를 탁자위에 꺼내 놓으며 지긋한 눈길로 선교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선교사의 얼굴엔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성서는 오래전에 제가 잃어버린 것입니다. 어떻게 이것이 당신의 손에 들려있는지요."
"미안하오. 당신에게 숨긴 것이 있소. 10년 전만 해도 나는 도둑이었소.
7년 전, 어느 날 밤 기숙사에 들어간 나는 물건을 훔치는 중 책상위에 있던 성서까지도 모조리 쓸어 담았다오. 집에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던 중 성서를 보게 되었다오.
줄을 그어볼 정도로 주인에게 귀한 것임을 난 알 수 있었소.
그런데 무심코 펼쳐본 책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소.
도적질하는 자는 다시 도적질하지 말고 돌이켜 빈궁한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 제 손으로 베푼 선한 일을 헤아려 보라고.
그때처럼 내가 부끄럽게 느낀 적이 없었소.
그 뒤로 나는 날마다 이 성서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여 지금에 이르렀소.
늘 그 성서책의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당신이었다니...."
솔직하게 지난 일을 털어놓는 남편의 모습에 부인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배은망덕한 금속기술자
옛날 티이아가라고 하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집안은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아내는 노상 남편에게 돈을 벌어 오라고 구박하였다. 어느 날 아내의 바가지를 참다못한 티이아가는 소식도 없이 여행길을 떠났다. 숲 속을 걷다가 목이 말라 물을 찾다가 한 우물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속을 보니 호랑이와 원숭이와 뱀과 사람이 한 명 빠져 있었다.
동물들과 인간은 바라문을 보자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
맨 먼저 호랑이가 말했다. "존경하는 바라문이여! 산 자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큰 공덕입니다. 가족 곁으로 가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부디 나를 살려주십시오." 바라문은 절대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호랑이를 건져주었다.
잠시 후 원숭이와 뱀도 구해주었다. 역시 뱀에게도 자신을 무는 등의 행동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호랑이와 원숭이는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언제든지 여행 중에 한 번 신들의 거처를 방문해 주시면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호랑이는 숲 속 작은 계곡의 동굴에, 원숭이는 그 동굴 옆 폭포가 그들의 거처였다.
그런데 뱀은 찾아오라는 부탁이 아니라 언제고 바라문의 신변에 위험이 닥쳤을 때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세 마리의 동물들은 길을 떠나며 바라문에게 "저 인간은 나쁜 사람입니다. 저 친구를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어서 바라문은 그 사람도 건져 주었다.
그는 "나는 금속기술자요. 무엇인가 제작할 일이 생기거든 내게로 가져와 주시오" 하고 말했다.
바라문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집을 향해 가다가 마침 원숭이의 초대를 떠올리고 폭포로 갔다. 원숭이는 온갖 맛있는 과일을 대접했다.
다음날 바라문은 호랑이를 방문했다. 호랑이 역시 극진히 바라문을 대접하고 갈 때는 황금으로 된 많은 장신구까지 선물로 주었다. 바라문은 그 황금 장신구를 돈으로 바꾸면 온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마침 우물에서 구해준 금속기술자를 찾아갔다. 그를 찾아가면 반드시 이 장신구들을 좋은 값으로 팔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금속전문가는 바라문을 대접하고는 전문가에게 가서 감정을 받고 올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몰래 궁전으로 가서 황금 장신구를 훔친 바라문이 있다고 고발했고 그 바라문은 곧 체포되었다. 왕은 날이 새면 투옥한 바라문을 처형하도록 명령했다.
그는 모든 희망을 상실했다. 그 때 뱀이 작별할 때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뱀의 도움을 얻고자 했을 때 이미 뱀이 그의 옆에 와 있었다. 뱀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임금이 사랑하는 여왕을 물겠습니다만, 어떤 마술사도 의사도 여왕의 상처를 치유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손이 여왕의 손에 닿으면 그 순간에 여왕의 상처에 들어간 독을 지우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석방됨을 물론이려니와 더 없는 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계획은 그대로 실행되었다. 누구도 여왕의 병을 고칠 수 없었다. 이 때 바라문은 자신이 여왕의 상처를 고칠 수 있다고 나섰다. 무사히 여왕을 구한 후 바라문은 큰 영광과 보배를 얻었다. 그리고 바라문은 임금에게 목숨을 구해준 동물들은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데 오로지 금속기술자만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임금님은 금속기술자를 잡아가두고 바라문을 높은 지위에 앉혔다.
<라 퐁테느 외 저 / 동서양 고전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
두 종류의 기도
바다에 폭풍이 일어 배 한 척이 난파하면서 배에 타고 있던 사내 둘만이 살아서 손바닥만한 섬까지 어렵사리 헤엄쳐갈 수 있었다.
두 사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다가 이윽고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누구의 기도가 더 힘이 있는지 알고 싶어 두 사내는 작은 섬을 둘로 갈라 한 사람은 이쪽 끝에,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쪽 끝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들은 제일 먼저 먹을 것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쪽 사내는 이튿날 자기 구역에서 열매 맺은 나무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배를 채웠다.
반면에 저쪽 사내의 구역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 주일이 흐른 뒤, 이쪽 사내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아내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이튿날 다른 배 한 척이 난파되었고, 유일한 생존자인 여인 하나가 그의 구역으로 헤엄쳐 왔다.
여인이 그의 아내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저쪽 사내에게는 여전히 생기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쪽 사내는 곧 이어 집과 의복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튿날 기도했던 것 모두를 얻었다.
섬 저쪽 사내는 여전히 빈손으로 남아 있었다.
이쪽 사내는 끝으로 자신과 가족이 섬을 벗어날 수 있도록 배 한 척을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배 한 척이 가까운 해변에 밀려와 있었다.
이쪽 사내는 저쪽 사내를 그대로 섬에 남겨 두고 떠나기로 작정했다.
저쪽 사내의 기도는 전혀 응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결코 축복을 받을 만한 위인이 못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배에 올라 저쪽 사내를 뒤로하고 떠나려 할 즈음에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는 어찌하여 네 동료를 남겨 두고 떠나려 하느냐?"
사내가 대답했다.
"내가 받은 축복들은 내가 빌어서 받은 것들이니 나 혼자 누려야 할 몫입니다. 저 사내는 기도해도 응답 한 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어떤 축복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목소리가 사내를 책망하며 꾸짖었다.
"헛소리 말아라, 내가 응답한 기도는 바로 저 사람의 기도니라. 그의 기도가 없었던들 너는 아무런 축복도 얻어 누리지 못했을 것이니라."
사내는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저 친구가 무슨 기도를 했기에 내가 받은 이 모든 축복이 그의 덕이란 말입니까, 어디 말 좀 해보시지요?"
"저 사람은 너의 모든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느니라."
마지막 승리자는 누구인가
아프리카의 어느 늪지대가 오랜 가뭄 때문에 메말라 가고 있었다.
이 늪에서 살고 있던 악어들은 생존이 힘들어지자 동족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란 비정한 자연의 법칙이 생생하게 연출되었던 것이다.
이 무렵 덩치는 작지만 용감한 악어 한 마리가 늪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려고 결심했다. 타들어가는 가문이 계속되지 늪의 물은 거의 다 말랐고, 힘센 악어가 약한 놈들을 거의 다 잡아먹어 남은 악어들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늪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악어는 한 마리도 없었다.
낯선 곳으로 가는 것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늪이 그래도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늪이 완전히 육지처럼 되었을 때, 이 늪에 살았던 악어 떼 가운데 여전히 살아 있는 놈은 바로 늪을 떠났던 작은 악어뿐이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이 악어는 새로운 호수를 찾았던 것이다.
자연에 적응하는 생물체만이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강자만이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떠날 때를 알았기 때문에 잡아먹힐 운명에 처했던 약한 악어는 살아남은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어 적자생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악어는 증명한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강자가 반드시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자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사람이야말로 환경에 더 잘 적응하여 끝까지 생존한다.
중요한 사실은 꿈을 잃지 말고 한 곳에서 자아실현이 어려우면 재빨리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발을 붙이고 있는 곳에만 집착하지 않고 낯선 다른 곳에서라도 꿈을 찾는다면 당신은 더 넓은 세상을 자신의 몫으로 만들 수 있다.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
나는 아무런 특징도 없고, 색깔도 없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그렇고 그런 돌멩이다.
돌멩이로 태어나 모양이 예쁜 들 무엇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내가 지금 자리 잡고 있는 개울 에서만 해도 벌써 여러 돌멩이들이 놀러 나온 사람들의 눈에 띄어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거나 배낭에 실려 먼 곳으로 갔다.
생각하면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못생긴 자신을 서러워하면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남모르게 눈물짓는 것뿐이다.
어느 날, 나는 작은 물새의 깃털을 입에 물고 내 위를 스쳐 가는 하늬바람에게 물었다.
"왜 사람들은 예쁜 돌멩이만 좋아할까?"
"사람들은 그 돌멩이로 자기 방을 아름답게 꾸미기 때문이야."
"아! 나도 그런 사람의 방안에서 한 자리 차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무룩해진 나는 하늬바람에게 물었다.
"너도 사람이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니?"
하늬바람이! 내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더욱 더 슬퍼졌다.
그러나 하늬바람은 살며시 웃는 얼굴로 나와 다른 못생긴 돌멩이들 둘레를 돌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슬퍼하지 마라. 사람들이 가지고간 돌멩이는 겨우 한 칸 방을 꾸미지만 너희는 이 지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잖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중한 이야기'중에서-
무지개 원리에서
한 선비가 강을 건너게 해주고 있는 사공에게 으스대며 물었다.
선비=“자네 글을 지을 줄 아는가?”
사공=“모릅니다.”
선비=그럼 세상사는 맛을 모르는구먼.
그러면 공맹(孔孟)의 가르침은 아는가?
사공=“모릅니다.”
선비=“저런 인간의 도리를 모르고 사는구먼,
그럼 글을 읽을 줄 아는가?”
사공=“아닙니다. 까막눈입니다.”
선비=“원 세상에! 그럼 자넨 왜 사는가?”
이때 배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게 되었다.
사공=이번에 사공이 선비에게 물었다. “선비님, 헤엄치실 줄 아십니까?”
선비=“아니, 난 헤엄칠 줄 모르네.”
사공=“그럼 선비님은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는 재미도 많고 보람도 많은데 우리가 덜컹 인생의 ‘암초’에 부딪히게 될 때 자기 목숨 하나 건지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설령 세상의 지식은 모자라더라도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공이 오히려 더 큰 지혜를 가진 것이 아닐까?
<차동엽 신부 '무지개 원리'에서>
손으로 물 잡기
수도원장 히페리시우스가 자신의 성덕을 자랑하고 다니는 수도자를 불러들여 그에게 물었다.
"질리스 수사님, 당신이 자신의 성덕을 공동체에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이 참말입니까?"
질리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공동체에만 자랑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에 가서도 자랑한 걸요."
"당신은 당신의 성덕이 높다는 데 대해 정말 자신 있습니까?"
"물론 자신 있고말고요."
질리스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원장은 그를 데리고 수도원을 나섰다.
두 사람은 숲을 가로질러 강가에 도착했다.
원장이 질리스에게 두 손으로 물을 잡아보라고 지시했고, 질리스는 지시대로 따랐다.
몇 번을 되풀이하여 물을 잡아 보던 질리스 수사가 히페리시우스 원장을 향해 투덜거렸다.
"원장님, 손으로 물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손에 쥐었다 하면 그 순간 물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 뭡니까?"
그러자 히페리시우스 원장은 질리스 수사를 타일렀다.
"아들이여, 성덕이란 바로 그와 똑같은 것입니다.
당신이 성덕을 손에 넣었다고 믿는 그 순간 성덕은 당신에게서 사라지고 마는 겁니다."
<앤드류 마리아,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할머니 / 허영엽 마티아 신부
수유동 성당에서 사목을 할 때의 일이다.
환자 봉성체 나가는 날은 점심을 거르기 일쑤고 경험이 부족한 나는 바쁘게 허둥대기만 했다.
환자 방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가 비위 약한 나를 괴롭혀 그 시간이 되면 몸이 무거워지기도 했고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그런 사소한 고통은 말끔히 사라지게 되었다. 편찮은 중에도 기쁜 마음으로 사제를 맞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천진스런 미소가 내 고통을 가져간 것 같다.
그중 한 할머니는 10년이나 병상에 계셔서 성사생활을 하지 못하셨는데, 옆집에 교우가 이사를 오게 되어 우리에게 연락이 닿았다.
그분은 10년 만에 고해성사를 보신 후 성체를 영하시고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
그러더니 돌아오려는 나에게 작은 소리로 "신부님, 다음에 오실 때 요구르트 한 개만 사다주세요. 먹고 싶은데 자주 소변본다고 어멈이 사주질 않아서..."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는데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그 후부터 봉성체 갈 때마다 요구르트를 몰래 사다 드렸다.
그러면 온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밝아지셨다.
그러던 할머니가 위독하시다 하여 방문해서 병자성사를 드렸는데, 할머니는 꼬깃꼬깃 접은 지폐 2만원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
"신부님이 가지고 계시다가 불쌍한 사람에게 써 주세요."
나는 그분이 세상에서 마음이 가장 부유한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세계제일의 애처가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트웨인은 아내를 무척 사랑한 애처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서른두 살 때 유럽을 여행하던 중 관광유람선에서 찰스 랭던이라는 청년과 사귀게 되었다.
심심하던 차에 친구가 생기자 그는 찰스와 자주 어울렸는데, 어느 날 찰스의 선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의 누이동생인 올리비아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사진 속의 올리비아에게 흠뻑 반한 그는 반드시 그녀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몇 달 후 찰스에게 만찬회 초대를 받은 마크는 꿈에 그리던 올리비아를 만나자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만찬회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와 헤어지는 일이 아쉬워 마침내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만찬회가 끝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갈 때 그 역시 랭던 집안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마차에 올랐다.
그런데 마차가 막 출발할 즈음 그는 일부러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자 기절한 척하며 연극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마크는 찰스의 집에서 이 주일이 넘도록 머무를 수 있었다.
그 사이 그는 올리비아를 볼 때마다 끈질기게 간절히 청혼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열일곱 번째 프러포즈에서 간신히 그녀의 승낙을 받아냈다.
마크 트웨인은 아내 올리비아를 처음 봤을 때부터 단 한순간도 아내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후에 그의 아내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진 일로 평생 동안 몸이 불편한 채 지내야 했지만 마크의 마음은 늘 한결같았다.
아파서 침대에 누워 지내는 일이 많은 아내를 위해 하루는 그가 뜰의 나무마다 이런 글을 붙였다고 한다
"새들아. 울지 말아라. 아내가 자고 있으니까."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라
구소련이 물자 부족으로 허덕일 때의 일이다. 소련 사람들은 모든 물건을 줄을 서야만 겨우 살 수 있었다. 한 소련인이 외국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해서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청소를 하던 그는 하나밖에 없는 빗자루를 부러뜨렸다.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던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그때 외국 친구들 몇 명이 도착했다. 친구가 우는 모습에 당황한 그들은 사정을 듣자 위로를 했다. 부유한 일본인은 “빗자루 하나가 몇 푼이나 한다고 그래. 다시 하나 사면되는데 뭘 그렇게 슬퍼하는 거지?”라고 했다.
법률을 만능으로 믿는 미국인은 냉정하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조악한 빗자루를 생산한 회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면 돼. 패소해도 너는 소송비용을 낼 필요가 없어.”
낭만적인 프랑스 친구는 엉뚱한 논리로 위로를 했다. “나는 자네가 빗자루를 그냥 부러뜨릴 정도로 힘이 좋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워. 나 같은 사나이의 부러움을 사는 판에 울기는 뭘 울어?”
실용적인 독일 친구도 한마디 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우리가 같이 연구하면 빗자루를 원래처럼 붙여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틀림없이 방법이 있다니까.”
미신을 잘 믿는 타이완 친구도 거들었다. “안심해! 빗자루가 부러진 것은 재수 없는 일이 생길 거라는 징조가 아니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불쌍한 소련인이 울면서 푸념을 했다. “나는 너희들이 말한 이유들 때문에 운 게 아니야. 나는 내일 가게 앞에 줄을 서서 한나절을 기다려야만 빗자루를 살 수 있어. 그러니 너희들이랑 같이 놀러 갈 수가 없단 말이야!”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서로의 처지를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상이몽인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황당하고 우스운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 즉 각자가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주관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나 사람을 이해해야 할 때는 자신의 생각은 한편에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역지사지를 하면 많은 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쉽게 풀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막의 진주(한희철, ‘나누면 남습니다’ 중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을 다니며 보석을 파는 상인 두 사람이 사막에서 같은 여관에 투숙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상인 한 사람이 실수하는 척하면서 커다란 진주 하나를 떨어뜨렸습니다. 진주는 다른 상인 앞으로 굴러갔지요. 상대방은 진주를 주인에게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아주 좋은 진주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매우 크고 광택이 아름답습니다.”
진주의 주인은 자랑스레 진주를 받아 들였습니다. 그때 진주를 돌려준 상인이 말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진주와 비교하면 가장 작은 것입니다.”
이때 가만히 앉아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단 한 베두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보석상이었는데 어느 날 사막에서 큰 돌풍을 만났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은 흘러가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방황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마실 물도 먹을 것도 다 떨어진 터라 낙타 등에서 모든 짐을 끌어내려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마실 물이나 먹을 것이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죠. 그러다가 마침내 작은 주머니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때의 제 기분을 상상해 보십시오. 저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가득 든 것이 진주였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두 분은 그때의 실망감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에도 진주가 무척 값진 보석이고 누구에게라도 그 크기를 자랑할 만한 귀한 물건이겠지만 사막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물과 먹을 것이 떨어진 사막에서 진주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돌멩이와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더 좋은 보석을 갖기 위해 애쓰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소중한 관계를 깨드리면서까지 더 큰 보석을 얻으려고 합니다. 남이 갖지 못한 보석을 얻는 것이 삶의 목표처럼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생의 진실 앞에 서거나 홀로 죽음의 위협 앞에 섰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진주가 결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 하면 모르는 분이 없으실 것입니다. 영국의 위대한 수상이자 명정치가였습니다.
문학적 소질도 탁월하여 수많은 어록을 남겼으며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생존 당시 처칠 수상은 많은 의사들의 연구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당시로서는 아주 고령인 65세에 수상에 취임한 그는 당시 시국이 시국인 만큼(2차 세계대전)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는 술을 즐겼습니다. 즐길 정도가 아니라 도를 넘어섰습니다.
그 독한 스카치위스키를 밤이면 밤마다 물마시듯이 마셨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실에 바늘 가듯이 술 마시면 땡기는 것이 있지요. 담배인데, 그냥 담배가 아니라 제일 독한 시거를 늘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계속되는 보고, 회의, 결재, 시찰...그에게는 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비만이었습니다.
이런 처칠 수상이었지만, 그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아주 건강했다고 합니다.
그런 건강을 바탕으로 90세 넘게까지 장수했습니다.
그의 비결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 특유의 유머, 불굴의 의지 등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길어져만 가는 전쟁으로 지쳐가는 국민들에게 한 짧은 연설은 그의 낙천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Never, never, never give up!)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 클레멘타인과의 사이에서 오고갔던 ‘전설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둘은 80이 넘은 나이에도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살았습니다. 당시 둘 사이에 오고갔던 편지 내용입니다.
“처칠, 당신은 제 안의 태양이예요!”
“클레멘타인, 당신을 만난 것은 내 생애 가장 큰 행운이라오. 당신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내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요즘 계속되는 복음의 주제는 주님의 날입니다.
그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부동산일까요? 은행계좌일까요? 유산일까요? 아파트일까요?
사랑,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사랑만이 전부입니다. 결국 사랑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봉헌했던 사랑의 몸짓들,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이웃들 안에 현존해계시는 하느님을 향해 바쳤던 사랑의 표현들, 바로 그것입니다.
왜들 그렇게 미워합니까? 왜들 그렇게 싸웁니까? 왜들 그렇게 아웅다웅합니까?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붉은 포도밭'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네덜란드 태생의 화가다.
화랑의 수습사원과 무보수 임시교사, 서점 점원으로 전전하던 고흐는 26세 때인 1879년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881년부터 그가 사망하던 1890년까지 약 10년 동안에 879점이나 되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안나 보흐'라는 사람이 '붉은 포도밭' 한 점을 사간 것이 고흐가 생전에 판매한 유화 그림의 전부였다.
동생 테오의 후원이 있었지만, 그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고흐의 작품 속에 자화상이 많은 것은 가난하기에 모델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고흐는 늘 별을 보며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화가였다.
지도에 표시된 도시와 산과 강을 보면서 꿈을 꾸었고, 별이 반짝이는 하늘 길을 걸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한 화가였다.
우리 주변에 아직도 고흐 같은 삶을 사는 화가는 없는 것일까?
그런 화가가 있다면 '붉은 포도밭'을 구입했던 '안나 보흐'처럼 한 점의 그림이라도 팔아주고 싶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몰입의 마술
빌은 시간이 나면 조류를 관찰하는 취미가 있었다.
숲과 가까운 집으로 이사한 날, 그는 새들이 모여들도록 마당에 모이통을 놓아두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 다람쥐들이 나타나 모이통 안에 있는 모이를 먹는 바람에 놀란 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람쥐들 탓에 새들이 모이를 먹지 못하는 광경을 며칠 동안 관찰한 빌은 다람쥐를 쫓을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별 뾰족한 수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어느 날 철물점에 간 빌은 다람쥐 쫓는 모이통을 발견했다.
모이통에는 철사로 된 망이 달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곧장 새로 산 모이통을 뒷마당에 놓아두고 다람쥐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다람쥐들은 이번에도 유유히 모이를 먹는 게 아닌가. 다람쥐 때문에 새들이 여전히 모이통에 접근하지 못하자 그는 화가 나서 철물점으로 가 환불을 요구했다.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환불을 해드리죠. 하지만 당신은 이 세상에 정말로 다람쥐를 쫓는 새 모이통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기가 막힌 빌이 반문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머리 좋은 과학자나 기술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모이통 하나 못 만든단 말이요? 그 사람들이 완두콩만 한 뇌를 가진 다람쥐를 당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데 제가 두 가지만 물어보지요. 먼저, 선생님은 다람쥐를 쫓는 방법을 하루에 얼마나 고민하십니까?”
“잘 모르겠지만 하루에 평균 10분에서 15분 정도는 생각할 겁니다.”
“제가 짐작하는 바와 별 차이가 없군요. 그러면 두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다람쥐들은 매일 얼마나 머리를 써서 선생님의 모이통 안에 있는 것들을 먹으려고 할까요?”
빌은 철물점 주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다람쥐는 한시도 쉬지 않고 먹이를 얻을 궁리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람쥐는 자는 동안을 제외하고 하루의 98%를 먹이를 찾는데 쓴다고 한다.
부부싸움 화해법(‘좋은 글’ 중에서)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싸움을 한 다음에 할머니가 말을 안 했습니다.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서는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으시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바느질을 합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따라 놓기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가 한 마디도 안하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할머니의 말문을 열어야겠는데, 자존심 때문에 먼저 말을 꺼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해야 말을 할까? 할아버지는 한참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빨리 할머니의 침묵을 깨고 예전처럼 다정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다 마른 빨래를 걷어서 방안으로 가져다 빨래를 개켜서 옷장 안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옷장을 열고 무언가 열심히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뒤지고 부산을 떱니다. 처음엔 할머니가 못 본 척 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점점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저렇게 해 놓으면 나중에 치우는 것은 할머니 몫이지요. 부아가 난 할머니가 볼멘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뭘 찾으시우?”
그러자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셨습니다.
“이제야 임자 목소리를 찾았구먼.”
인정의 유통기한(김승전, ‘뭉클’ 중에서)
늦은 밤, 한 청년이 24시간 편의점에 들어왔습니다. 행색이 지저분하고 몸에서는 냄새까지 나는 청년이었어요. 편의점에선 할아버지 혼자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청년은 빵 진열대 쪽으로 성큼 걸어갔습니다. 청년은 빵을 하나씩 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벽시계가 자정을 살짝 넘어가는 순간,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빵 하나를 들고 계산대 가까이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계산대는 그냥 지나쳐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 버리는 것이었어요. 편의점에서 할아버지가 황급히 쫓아 나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청년은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숨겼어요.
5분가량 시간이 흐른 뒤, 청년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편의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50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 청년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어요. 편의점의 바로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아침에 먹을 게 없어서 훔쳤어요. 자정을 넘기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에요."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내밀며, 따지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옷 주머니에서 우유를 꺼내주며,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런 빵이 하나 있었지. 목이 메일테니, 이 우유와 함께 먹어요. 젊은이, 인정에는 유통기한도 없어요."
기도로 무엇이 이루어지는가?
이스라엘의 어떤 젊은이가 기도를 매일 바치다가
"아, 나의 기도는 효과가 없구나!
하느님은 나의 청을 하나도 안 들어주신다" 하고 탄식하였다.
그러자 그는 기도를 잘 가르친다는 광야의 은수자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스승이여,
나의 기도가 헛되지 않게 가르쳐 주십시오."
그 은수자는 젊은이에게 문 앞에 놓인 더러운 광주리를 가지고 물을 길어 오라고 하였다.
젊은이는 이상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 광주리를 가지고 물을 길어 돌아오자 물은 다 빠져 버렸다.
그 은수자는 또 한번 가서 그 광주리로 물을 길어오라고 했다.
젊은이는 다시 갔다 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은수자는 자꾸만 보내는 것이었다.
마침내 젊은이는
"왜 쓸데없는 일을 시키십니까?" 하고 화를 냈다.
은수자는
"보라, 젊은이여, 기도하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다.
너는 물을 길어오지는 못하였지만 더러운 광주리는 조금씩 깨끗해지고 있지 않느냐?"
"너는 기도하면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이 기도를 통해서 너 자신이 좀 더 깨끗해지고 있지 않느냐?" 하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