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15~16]
수런수런 바람 반주에 억새의 노래가 참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산과 산의 대화는 바람 소리로 밖에 들을 수 없다 했겠다.
그렇다면 가을산으로의 동행,
아이와의 산상 대화가 바람을 타고 곧장 저 하늘의 별로 빛났으면.
그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가을은 깊어가고
다카하마 교시(高浜虚子)의 하이쿠 처럼
아이 한마디, 내 한마디에 부녀지정도 깊어갔으면.
그랬으면.
![](https://t1.daumcdn.net/cfile/blog/146E28394E9BA90224)
어스름 녁을 우중우중 걷는다.
연잇는 제법의 된비알에 고개 숙이는 일도 잦다.
오랫만의 산행에 힘도 드는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익어가는 가을 숲의 따신 시선 따위 안중에 없구나.
속세를 벗어나 정을 줄 만한 대상은 오직 산뿐이다. 산은 반드시 사물의 도리를 깊이 관찰하는 눈과
명승지를 탐방하기에 알맞은 체구와 오래도록 머무는 인연이 있어야만 비로소 허물없는 교우관계를 허락한다.
명나라 문인 오종선 지은 <소창청기>의 한구절을 일러주랴.
송나라 사마광의 금언을 들려주랴.
산을 오르는 데도 도가 있다.
천천히 걸으면 피곤하지 않고 안전한 땅을 밟으면 위험하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기실 부질없는 욕심임을 안다해도 어쩔 도리없다.
아빠라는 허울의 이름을 앞세울 밖에.
중학생된 큰아이 동행하여 백련골로 올라 신불재서 하루 묵고
신불평전 거쳐 단조산성 너머 청수좌골로 내려설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069CE394E9BA9032E)
애초 강풍주의보가 내렸음을 확인한 터,
바람 소리외의 고요를 공감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제임스 조이스가 <the dead>에서 표현한
고요속에서 촛농이 쟁반 위에 떨어지는 소리,
제 심장이 늑골에 부딪히는 소리와 같은
영혼이 아득해지는 고요를 공감하고 싶었다.
이 역시 부질없는 욕심이었던가.
아무리 귀 기울여도 바람 소리만 가득할 뿐.
때를 맞추어 아이 불러 온갖 소리를 두고 고요를 대화 하고자 하였으나
곤히 잠든 모습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 시간만 채워질 뿐.
애써 위안하여 옛사람 불러 좋은 소리 대화나 나눌까.
그 자리 송강, 서애, 백사, 일송, 월사에 더하여 나까지 여섯.
세상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이르기로
송강은 '달 밝은 밤에 다락 위에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라 하고
일송은 '만산홍엽에 바람 앞의 먼 산봉우리에서 나오는 소리'라 하며
서애는 '졸음 밀려오는 새벽 창가의 작은 술잔에 술 따르는 소리'라 하고
월사는 '산속 초당에서 시인이 시를 읊조리는 소리'라 하니
백사 웃어 받기로 '동방화촉 고운 밤에 임의 옷 벗는 소리'만 할까 하여 한바탕 웃어 공감도 깊은데
말석의 내 거들길, 지금 이순간 반평 우주에서 세찬 바람 아랑곳없이
아빠 팔베개하여 곤히 잠든 내 아이의 새근이는 소리도 좋지요, 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260474E9ED54D16)
저 은빛 춤사위를 보라.
희열은 고통에 비례한다는 것은 증명된 가설임에 틀림없다.
행여 팩이라도 빠질까 펄럭이는 텐트를 밤을 새워 노심초사하였으나
어떻든 아침은 밝았으며 햇살도 기운차게 일어난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880454E9ED6E02E)
이 가을을 찾은 손에게 그것이 지극한 도리라도 되는 양
억새가 한시도 허리 펴지 못할만치 바람 세차게 불었다.
나는 그의 혼신이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박제된 억새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그를 위해
기꺼이 손 내밀어준 바람이 제법 근사하다고도 생각했다.
저 후회없는 나부낌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때로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 위로가 되어 주어야 하며
우리의 삶도 항시 바람 앞에 흔들리는 꽃과 같으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노래한 시인의 심사도 때로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무언의 대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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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걸어간다.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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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전과 우뚝한 영축산 함박등 채이등 죽밧등...
저 풍경을 보자면 옛사람이나 오늘 사람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심사란 그 마음이 그 마음이다 싶다.
퇴계 선생의 <유소백산록>을 읽고 선생의 완상법을 10가지로 정리한
강영조 교수의 저서 <풍경에 다가서기>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건강과 볼거리에 맞추어 탐승 경로를 정하라.
풍경을 흥미롭게 하는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하라.
좋은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조망점과 시기를 선정하라.
풍경에 맞춰 시선과 시각 크기를 조절하라.
인상적인 풍경에 이름을 붙여라.
풍경을 상찬하라.
맛있는 먹거리를 맛보라.
미리 공부하고 가라.
풍경 체험을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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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쓰리랑릿지 멀리 아리랑릿지.
그 너머 삼봉능선 자락.
![](https://t1.daumcdn.net/cfile/blog/125D543C4E9BA90612)
저 멀리 사자봉과 수미봉.
그 아래 사자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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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과 하루 묵었던 신불재
그리고 가을하늘.
![](https://t1.daumcdn.net/cfile/blog/154F243C4E9BA90734)
억새의 노래.
신불산의 가을 억새 산행은 때를 살펴야 한다.
대체로 시월의 중순 전후가 적기이며
아침 걷기로는 신불산에서 영축산 방향이 역광이므로 은빛 물결 감상에 적합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359473C4E9BA9071E)
억새 속 아이.
저 길이 세상의 길이라면 잘 헤쳐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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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17562C3C4E9BA90826)
인생일까.
힘든 오름짓과 세파속 한 밤 그리고 찰나의 휴식.
쉬어가기로는 나란한 신발과
나란한 청춘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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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옥계청수가 넘치더니
이윽고 계절이 깊어 그 자리 낙엽이 메우는구나.
필시 왕유가 다녀간게다.
저 떨어진 낙엽위에 한 수 시 남긴게다.
산중(山中)
왕유
냇물은 줄어 바닥 위로 흰 돌이 돋고
날은 차져 붉은 단풍 성글어 가니
산길에 비 온 자취 바이 없건만
비취빛 하늘에 사람 옷이 흠뻑 젖네
![](https://t1.daumcdn.net/cfile/blog/135CED474E9E0B7C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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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동행한 하룻밤 하루낮.
무언의 대화가 깊었다.
쏟아지는 별무리에 눈 멍들고자 했고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 뚫고자 했다.
누구처럼 둥근 달 하나 토해내는 산에 올라
만리에 바람 머금은 강을 보고자 했다.
어쩔것인가.
도리가 없다.
세찬 바람과 비에 아이에게 차마 나서자 못하고
초옥에 별 부딪는 소리만 들려주었다.
초옥을 비추는 보름 갖 지난 휘황한 달빛과
삼킬 듯 부는 강바람의 인사법만 들려주었다.
어느새 곤히 잠든 아이.
한참을 바라본다.
억만개의 생각들이 별무리 처럼 마구 쏟아진다.
지금에사 아무 생각나지 않지만 기억나기로 단 한마디.
네 곁에 내가 있음을 잊지마라.
나는 아빠다.
플루트님 연배가 되어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르겠지요. 아직은 슬하의 느낌인데...
네 곁에 내가 있음을 잊지마라
나는 아빠다~~ 감동적이네요
참좋은 아빠 !! 화이팅입니다.
후기 잘 보았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 안아주며 '사랑해' 말해주는 것으로 아버지 노릇 다한다 여기는 아빠랍니다. 그것조차 안하면 세월 흘러 후회할 것 같아서요~
늘 기다리는 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세상모든의 아빠의 마음이 녹아있는 모습입니다. 감동!
그럴테지요. 우리 아빠들도 기운을 좀 내야 하는 겁니다^^
감동적인 글귀와 감성 충분히 느껴지는 후기. 마지막 글귀. 제가 그리 하고싶은 마음 그대로입니다. 감사합니다.^^
과찬입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오랫만에 팬다님의 후기 잘 보고 갑니다.ㅎㅎ 부녀지간에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오셨겠죠. ^^
예^^ 오랫만입니다. 요사이도 부지런히 캠핑 다니시겠죠. 전 아이들도 바빠하고 옆지기님은 아웃도어 별로라 하고 ... 천상 주로 혼자 다닙니다^^
멋 스럽군요!
시와그림 그리고 부 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을 즐겁게 보내세요~
그 어떤 문인의 글귀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여행기로 느껴집니다. 너무 따스하고 사랑이 넘치네요..
아름다운 부녀의 모습...감동~~~
과찬이십니다. 행복가득 사랑가득 가을 되세요~~
넘 아름다워 보입니다 깊은감동
미취님의 이 가을도 저 익어가는 단풍 처럼 알차길 바랍니다~
몇 번 읽어보고, 사진봐도,,, 정말 멋진 아버지이신 것 같아요...
내내,,, 부럽다,,, 했습니다 ^^ 멋지세요...
경과는 그만한지요? 잘 치료받으시어 말끔히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따님과의 무언의 대화가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따신댓글 감사합니다~~~ 남은 가을도 행복하게 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전한 걸음 걸음 통해 잘 계신줄 압니다. 멋지게 가을 갈무리 하세요^^
오우~ 저날 저희팀(백패커)도 신불산 정상에 비박중이었는데요... 비바람 심했죠?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예^^ 당일 정상에는 비바람이 더 심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딸이없는 나로선 무뚝뚝 그자체 였으나 딸은 좀다르지 않을까요^^참글도 맛갈나게 쓰시네요 파이팅입니다 아빠는아빠다
저는 아들이 없어 또 잘 모르겠습니다만^^ 딸만 둘이라... 이냥 저냥 아직은 애들이 어려서 재미가 있는데 좀 더 크면 걱정이 늘겠죠^^
산행에도 도가 있다... 진한 감동으로 보고 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가을이 어언 제 길 가려나 봅니다. 남은가을도 행복하게 나세요~~~
팬다님이 알려주신 <풍경에 다가서기>가 이 가을에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수기님이 가을 선물로 전해주시면 믿을윤님 책읽기에 감동이 더하겠지요~~~
팬다를 여기서 보네...항상 즐거운 여행 잘하길 바란다..++++ 재성엉아++++
어익후~ 재성형님^^ 자주 오르던 인수, 부산 오고 그래도 연에 한두번은 찾던 인수인데 이젠 가물가물 합니다^^ 그래도 여러 형님들 친구들 생각은 또렸!!!
넘~아름답군요~ 이 달에 꼭 가려던 참 이었는데 감동글을 접하고 기억하며 날 잡아야겠군요^^* .. 아~ 스크랩해 갈께요..저만 보기 아깝군요^^
아름다운 늦가을의 정취에 흠씬 빠지실 겁니다^^
좋읍니다.....
글귀또한 명품이네요
과찬입니다. 행복하게 남은 가을 나세요~~~~
나는 아빠다. 세상의 모든 아빠 마음 아닌가 합니다.
왠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네요 ...
무슨 말씀을요... 그리 공감하는 것으로도 시작인거니까요. 좋은 아빠에 대한 생각을 공감하시니 기쁩니다^^
정말 멋진분이십니다~~저희 아빠는 사는거에 늘 바쁘셔서~~그래도 저희를 사랑하는 그 맘은~~
이제는 제가 모시고 이렇게는 못다니겠지만~요~~
좋은글과 사진 잘 보고갑니다 ㅋ
오렌지바나나님 아버님도 제 아버지도 모두가 사랑 가득한 우리의 어부지지요^^ 그 애틋함이 남아 아이들에게 부족하지만 따신 애비의 정을 전하려는 것이구요. 우리 모두 좋은 자녀 좋은 엄마아빠 되도록 애쓰자구요!!!
정말 멋진 아버지이시군요. 사진과 더불어 잔잔한 님의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좋은아빠 되고픈 욕심있는데 쉬운 노릇이 아니네요. 늘 마음 뿐입니다. 행복하게 남은 가을 나세요^^
찬찬한 음악과 ㅅ ㅏ쥔과 후기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9.gif)
ㆀ![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결쩡했으뉘![ㅎㄷㄷ](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129.gif)
올만에 들어와 봅니다.
영알은 1년에 한번은 가줘야
그 산에 대한 예의 이거늘
올해는 울 욘지 수능때문에
산과는 조신우아모드 해떠염
이젠 수시합격 최
산방기간 끝나묜 울 욘지랑
설악 1박 2일 다녀오기로 했다능
ㄱ ㅣ대만땅
따님도 사랑이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수시합격이 결정되었다니 참 좋으시겠습니다!!!
오랫만 의 팬다님 글을 정독 하였 습니다..ㅋ
잔잔한 음악과 시처럼 고운 서정적인 그림들은 한폭에 고운 산수화 를 보는듯 감동적 이네요.
두어본 만나본 영알 이기에 몇몇의 장면에선 또 같은 감흥을 만날수 있어서 반갑고 설레이었네요..
시간은 총알 과 같고 언제나 체력 부족으로 그 품(산)에 던지는 날 점점 줄어 감에 급 우울해 지곤 하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여정 을 만나보면 다시금 설레고 또 다시 그곳에 나를 보곤 합니다..ㅋ
늘 한결 같은 성실함 과 겸허함 을 잃지 않으시는 팬다님...멋져요~^^*
늘새봄님 오랫만인 듯 해요^^ 잘 계시죠? 과찬이지만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남은 가을도 잘 보내시고 저만치 겨울도 반갑게 맞으세요^^
영축산 함박등 사진 좀 업어갑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40년전?.......저녁나절, .아버지 짐자전거에 실려 동네 앞 개울로 낚시 나가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낚시라기보다는 그저 낚싯대 걸쳐놓고 딸년보고 지켜보게하고 멀찌기 개울에서 하루의 노동의 땀을 씻던
그때는 젊었을 나의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라는 것이 어쩌면 세월의 무게와 비례하는가 봅니다. 행복하게 겨울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