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가 정전협정 체결 60년이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협정 체결에
대한 평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정전협정은 임시적인 조치였다. 원래는 평화조약을 맺기로 돼 있었는데 미국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한반도에 미군을 유지하고 중국을 포위하면서 미사일방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Q 올해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미국과 한국은 핵전력을 포함한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군사적 긴장 상태가 조성됐다.
A 북한의 백지화 선언은 말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이라는 대안이 발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방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미국측에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만 보더라도 백지화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인해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된 측면이 있다. 사실상 이것은 미국의
의도이기도 하다. 미국의 전략은 대화보다는 지속적인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겁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 더 세게 나오고,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면
문호를 개방하는 모습을 봐왔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전략은 말도 안되는 전략이다.
Q 정전협정 체결 60년을 맞은 올해, 평화체제 구축을 원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나.
A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 미국 정부는 평화협정 부재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 미국 사람들은
북한이 위험한 나라고, 북한에 대해 폭격을 가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간 선동된 결과다.
미국 측에서 먼저 나서서 평화협정을 구축하기 위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청을 해야 한다. 정부가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여야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Q 올해는 한미동맹 60년이기도 하다. 현재 한미동맹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A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는 국면이다. 미국은 한국 측에 한반도를(한국 방어) 넘어 전 세계를
위한 동맹관계가 되길 원하고 있다. 장비의 호환성을 갖춘 뒤 미군의 군사행위에 한국이 참여하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2017년까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8군을 야전군단으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미8군은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군사행위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나토군과 협정을 맺어 나토에서 군사행위를 할 경우 같이 참여할 수도 있다.
Q 진보진영에서는 그간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해왔다. 이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기본적으로 한미군사동맹은 미국의 이익추구를 위한 것이다. 미국은 절대로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스스로의 이익을 스스로 찾아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전 세계적 군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국이 미군의 주둔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Q 김관진 국방장관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전작권 전환 연기 요청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놀라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은 전작권과 관련해 일부만 한국에 주고 싶어하고 있다. 특히 공군의 경우
여전히 통제하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전작권 환수를 밀어붙여야하는데, 새누리당이 못하고 있다.
Q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최근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 문제를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A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동맹국인 만큼 한국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전환 시점과
관련해 발언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카드로 전작권
전환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지만, 그런 전략을 세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레고리 일리치 야세노바츠 연구소 이사가 25일 오전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대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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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한미군은 이미 ‘대북 방어’ 성격에서 지역 신속기동군으로 역할이 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매해 방위비분담금을 주고 있다. 현재 미국이 사용하지 않은
분담금만 1조2700억원이 넘는다. 미국에서 보는 미군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에서 ‘미군이 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이 된다. 아시아인들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미국이 만들어준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지속적인 사건의 대표적인 예로 경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미국 기업을
위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런 이익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Q 많은 시민들이 미국은 자신들의 보유한 1만여기 핵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보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 특히 자신들이 ‘불량국가’라고 부르는 약소국의 핵에 대해선 위험하다고 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아해 하고 있다.(그레고리 일리치 이사는 ‘불량국가’라는 대목에서 웃음을 지었다.)
오바마 정부 내내 북미관계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다시피 했는데,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핵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공정한 협상은 가능한가?
A 미국 같은 경우 일방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비핵화를 하더라도 북한만 비핵화를 하는
것이지 미국은 하지 않는다. 미국은 한반도 핵우산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대다수 핵은
잠수함에 탑재돼 있다. 한반도에 핵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잠수함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인도나 파키스탄,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도 핵을 보유하고 있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만
미국은 제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던 날, 미국에서는 탄도 미사일 실험을 했다.
위성 발사 목적이 아닌 군사목적의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이다.
세계 우주협약에서는 모든 국가들에게 평등하게 우주를 탐사할 권리를 주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위성을 발사했다고 해서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공정한 협상을 할 가능성이 낮다. 미국은 북핵이 협상결과가 아닌 협상 자체에 대한 전제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공동협정에 서명한 이후 미국의 협상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은 관계 정상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핵화 후에도 관계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Q ‘불량국가’를 언급할 때 웃음을 지었다. 왜 웃었나?
A 미국만한 불량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웃음).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미국만큼 다른 나라를
괴롭힌다던가 핵,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미국처럼 많은 군사비용을 지출
하는 나라는 없다.
Q 평화협정 등 한국 문제 관련해 국제연대 활동을 할 계획이 있나?
A 일단 금요일 통합진보당과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 공동주관하는 ‘정전 60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다. 또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열리는 평화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다.
미국에 가서도 한반도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겠다. 한국 시위에서 얻은 경험을 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눠주겠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참여할까봐 두렵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유격 미사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등 지속적으로 압박을 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 정부나 민중들이
이 문제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어려운 일로 보인다. 미국의 의도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자주성을 침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FTA다.
현재 한국 정부는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을 못하고 있는데 다음 정부에서는 이 부분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물론 다음 정부에서 자주성을 회복하는 것이 늦은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맺은 수많은 국가간 계약을 지켜야할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나토 전쟁 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미국 조사 방문단’의 일원이었던 그레고리 일리치(Gregory Elich, 59, 미국)
야세노바츠 연구소 이사가 들려주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다.
일리치 이사는 ‘이상한 해방자들:군사주의, 무차별폭력, 이익의 추구’, ‘숨겨진 의제:미국/나토의 유고슬로비아 점령’ 등을
저술하는 등 미국 내에서 자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