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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에 대한 고찰1)
[한글초록]
본 논문에서 우리는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이 가진 특징을 현대 조직신학의 성도의 견인 교리 및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의 조항들과 대조하며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은 견인 교리 외 에도 성화, 작정, 회개, 확신 교리의 내용들을 포함하여 제시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둘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의 전반부는 특히 성화에 대한 내용들을 많이 다루는 가운데 하나님의 보전과 성도의 견인을 제시한다.
셋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의 후반부 는 확신에 대해 주로 다루면서 성도의 견인을 제시한다.
넷째, 견인의 주체에 대해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은 하나님의 주권적 측 면을 크게 강조하면서도 신자의 책임성으로서의 인내를 함께 제시한다.
1) 본 논문은 2018년 5월 26일에 개최되었던 한국개혁신학회 제 44차 학술심포지엄에서 “도르트 신경 의 성도의 견인 교 리, 그리고 개혁주의 성화 교 리와 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I. 들어가는 말
본 연구는 도르트 신경에서 다섯 번째 교리로 제시된 ‘성도의 견인’ 교 리 조항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현 대의 주요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이해 및 웨스트 민스터 신앙고백서(이하 ‘WCF’로 표기)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 해당하는 조항들이 도르트 신경의 다섯 번째 교리 조항들과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 이 있는가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도르트 신경은 TULIP이라는 첫 글자를 딴 다섯 가지 교리, 즉 ‘전적 타 락’, ‘무조건적 선택’, ‘제한 속죄’, ‘불가항력적 은혜’, ‘성도의 견인’이 강 조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 도르트 신경의 진술은 첫째 교리‘하나님의 예정’, 둘째 교리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이를 통한 인간의 구 속’, 셋째·넷째 교리 ‘인간의 부패와 하나님께로 회심과 그 회심이 일어 나는 방식’, 다섯째 교리 ‘성도의 견인’의 순서로 되어 있다.
도르트 신경은 교의학의 여러 주제들 중에서도 유난히 성도의 견인을 강조한다. ‘성도의 견인’ 교리가 도르트 총회의 결과로 잘 정립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성도의 견인’ 교리야말로 칼빈주의 개혁신학에 필 수적인 부분이라고 하는 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2)
도르트 신경은 첫째 교리 18개항, 둘째 교리 9개항, 셋째와 넷째 교리 17개항, 다섯째 교리 15 개항으로 되어 있다. 하나님의 예정에 대해 다룬 첫째 교리 다음으로 많은 수의 항을 할애하여 성도의 견인 교리를 다룬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성도의 견인 교리를 하나님의 예정 교리 못지않은 분량으로,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통한 구원 교리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분량으로, 타락한 인 간의 상태와 중생 교리를 합친 것과 유사한 분량으로 다룬 것은 다소 의외 라 하겠다.3)
특히, 구속사적 사건인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효과가 각 개인에게 적용되는 구원서정 관점에서 볼 때, 중생 이후 개인의 평생 기간 동안 일 어나는 구원의 은택은 ‘성화’가 대표적인데, 도르트 신경은 중생을 다룬 셋째와 넷째 교리에 이어 다섯째 교리에서 성화가 아닌 ‘견인’을 다룬다는 점이 특이하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조직신학 구원론의 구조에 비추어 볼 때 ‘부르심’과 ‘중생’을 집중적으로 다룬 셋째와 넷째 교리 후에 칭의, 양 자 됨, 성화를 다루지 않고 견인을 다룬 것은 매우 독특한 구조라 할 것이다.
대상 기간이 중생 이후 인생의 종점까지라는 점에서 성화와 견인은 유사하다. 그래서 성화와 견인은 종종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되며 혼동될 가능 성이 있다. 강웅산은 “종종 성화의 문제와 견인의 문제가 명확히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견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견인은 성화와 매우 밀접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4) 그러나 조직신학 구원론의 구조에 서 통상 성화에 대한 내용이 견인에 대한 내용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르트 신경이 성화는 다루지 않고 성도의 견인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궁금함을 갖게 한다.5)
최근 도르트 신경 제정 400주년이 지났으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도르 트 신경에 대한 연구들은 일부 이루어지곤 있으나 양적으로 빈약한 편이 다.6) 특히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연구는 김병훈의 논문 한 편 밖에는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나마 한 편 밖에 없는 이 논문은 도르트 신경의 조항들에 대해서 그 의미를 순차적으로 해설하는 내용이 어서 심도 깊은 분석은 이루어지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본 논문은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를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여 수행되었다. 첫째,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 ‘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 부분은 WCF와 비교할 때 구성이나 내용에서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둘째, 도르트 신경의‘성도의 견인’ 교리 조항들은 어떤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가? 이에 따라 본 논문에서는 어떤 가설이나 이론을 논거와 증거를 제시하면서 정당화하는 증명 방식이 아니라,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분석과 비교를 통해 중요한 특징을 파악해 가는 탐색적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2) Anthony B. Badger, “TULIP: A Free Grace Perspective, Part 5: Perseverance of the Saints,” Journal of the Grace Evangelical Society (Autumn 2005): 15.
3) 예를 들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 백서는 하나님의 예정에 대해서는 8개 항을 할애하는 반면에, 성 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3개 항만을 할애한다(Philip Schaff, The Creeds of Christendom: The Evangelical Protestant Creeds, vol. III (New York: Cosimo, Inc., 2007), 608-611, 636-637. 바빙크는 『개혁교 의학』에서 하나님의 예정에 대해서는 84쪽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단 7쪽 을 할애할 뿐이다(Herman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vol. 2, 박태현 역, 『개혁교 의 학 2』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1), 423-506; Herman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vol. 4, 박태현 역, 『개혁교 의학 4』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1), 313-319. 벌코프는 『벌코프 조직 신학』에서 하나님의 예정에 대해서는 19쪽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단 6쪽만을 할애한다(Louis Berkhof, Systematic Theology, 권수경·이상원 역, 『벌코프 조직신학』 (서울: 크리스챤 다이제스 트, 2000), 311-329, 798-803. 레이몬드는 『최신 조직신학』에서 하나님의 예정에 대해서는 50쪽 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18쪽을 할애한다(Robert L. Reymond, A New Systematic Theology of the Christian Faith, 나용화.손주철.안명준.조영천 역, 『최신 조직신학』 (서울: 기독교 문서선교 회, 2010), 443-492, 989-1006. 호튼은 『언약적 관점에서 본 개혁주의 조직신학』에서 하나님의 예 정에 대해서는 15쪽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8쪽을 할애한다(Michael Horton, The Christian Faith, 이용중 역, 『언약적 관점에서 본 개혁주의 조직신학』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2), 312-326, 682-689.
4) 강웅산, 『구원론』 (화성: 말씀과 삶, 2016), 396.
5) 바빙크는 『개혁교 의학』에서 성화에 대해서는 43쪽, 견인에 대해서는 7쪽을 할애하고 있다 (Bavinck, 『개혁교 의학 4』, 271-319. 벌코프는 『벌코프 조직신학』에서 성화에 대해서는 19쪽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6쪽을 할애한다(Berkhof, 『벌코프 조직신학』, 779-803. 후크마는 『개 혁주의 구원론』에서 성화에 대해서는 70쪽, 견인에 대해서는 37쪽을 할애하고 있다(Anthony A. Hoekema, Saved by Grace, 류호준 역, 『개혁주의 구원론』 (서울: 기독교 문서선교 회, 2003), 315- 421. 호튼은 『언약적 관점에서 본 개혁주의 조직신학』에서 성화에 대해서는 34쪽을, 성도의 견인에 대해서는 8쪽을 할애한다(Horton, 『언약적 관점에서 본 개혁주의 조직신학』, 312-326, 682-689.
6) 김병훈, “도르트 신경이 고 백하는 성도의 견인 교 리,” 김병훈 편, 『노르마 노르마타』 (수원: 합신대 학원출판부, 2015), 339-386; 박재은, “도르트 신경의 빛으로 읽는 인간 타락의 4중 원인과 신학적. 실천 적 함의,” 「조직신학연구」 29 (2018): 178-216; 최홍석, “도르트 신조에 나타난 TULIP 교 리의 정당성과 선교 적 함축 - 전적 무능력과 무조건적 선택 교 리를 중심으로,” 「신학지남」 69/3 (2002): 144-181. 이외에도 몇몇 연구들이 있으나 모두 합해도 그다지 많지 않다.
II.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개혁주의 구원론의 일반적 진술들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개혁주의 구원론에서 성도의 견인 교리는 어떤 내용 인가를 먼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는 “견인은 하나님의 선물이었 다. 하나님의 은혜의 사역이 진전되고 완성되도록 지키고 돌보지만, 신자 들과 상관없이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서 행한다. 하나님은 중생 과 믿음 가운데 스스로 상실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닌 은혜를 준다.”고 하였 다.7) 견인은 ‘신자들을 통해서’ 역사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 리고 “견인은 또한 그 어떤 강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로서 영적인 방 식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나님은 무엇보다도 도덕적인 방식으 로 권면과 경고를 통해 신자를 하늘의 복으로 인도하길 원하며, 신자 자 신이 성령의 은혜를 통해 믿음과 사랑 안에서 기꺼이 인내하도록 한다.”라고 주장한다.8) 바빙크는 견인 교리의 핵심이 하나님에 의해 강제적이지 않은 도덕적인 방식에 의해 권면을 받은 신자가 자발적으로 인내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바빙크는 또 이 교리가 “오로지 개혁파에 의해 견지되었 고 ‘믿음의 확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9) 즉 바빙크에 의하면 성 도의 견인이란 하나님께서 신자들에게 도덕적인 방식의 권면을 통해 주 시는 선물로 신자들은 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인내를 마지막까지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콥(Louis Berkhof, 1873-1957)은 “성도의 견인은, 하나님께서 중생 시키며 은혜의 신분으로 효과적으로 부르신 사람들이 그 신분에서 완전 히 혹은 궁극적으로 타락하지 않고 은혜의 신분에서 끝까지 견디어 내어 영원히 구원받게 될 것이라는 교리”라고 설명한다.10) 그러면서도 벌콥은 신자들의 행위에 궁극적 구원이 달려 있다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하여“엄격히 말해 견인하는 분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견인은 ‘심령 안에 시작된 신적 은혜의 사역이 지속되고 완성에 이르게 하는 신자 안에 서의 성령의 지속적 사역’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사역 을 포기하시지 않기 때문에 신자들은 끝까지 견딜 수 있게 된다.”라고 부 가적인 설명을 한다.11) 벌콥 역시 신자가 끝까지 인내한다는 것을 강조하 나 그러면서도 신자가 인내할 수 있는 것은 성령의 역사라고 하며 하나님 의 보존하시는 은혜를 함께 강조한다.
머레이(John Murray, 1898-1975) 역시 벌콥이 우려했던 바를 생각하 면서도 바빙크가 중요하게 여겼던 신자의 주체성을 잘 부각시킨다. 그는“이 교리를 ‘신자의 안전’이라고 하지 않고 위와 같이 부르는 것은 신자의 안전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도의 견인이라는 말 이 이 교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의 깊고 포괄적으로 더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12)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머레이의 설명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견인은 신자들이 끝까지 견디어 이기는 것을 말하는 교리다. 이 교리가 성도 들의 인내를 뜻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말은 성부의 유효한 부 르심과 내주하시는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와 연합한 성도들은 끝까지 견디어 이긴다는 의미다. 지속적으로 인내하고 견디든 말든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신자는 틀림없이 그렇게 견디고 이긴다는 말이다. 결국 성도들
이 누리는 안전은 그들이 끝까지 견디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13)
위 인용문에서 머레이는 성도의 견인 교리란 ‘신자들이 끝까지 견디어 이기는 것을 말하는 교리’라고 명료하게 진술한다. 신자들이 인내할 수 있 는 원인은 하나님의 유효적 부르심과 내주하시는 성령의 역사다. 한편에 서는 하나님이 제공하는 객관적 안전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성령의 역사 에 따라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발휘되는 신자의 견인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의 견인은 하나님의 작정이 변함없는 것처럼 각 신자의 인생의 종점 까지 끊임없이 발휘된다.
후크마(Anthony A. Hoekema, 1913-1988)도 “참 신자의 인내 교리가 의미하는 바는 이것이다: 참된 신앙을 소유한 성도들은 믿음을 전적으로 또는 마침내 잃어버릴 수 없다.”라고 말한다.14) 그는 이 교리의 명칭으로‘성도의 견인’이 타당한가, 아니면 ‘택자의 보존’이 더 타당한가라는 질문 을 제기한다.
견인은 용어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 교리에 있어서 ‘참 신자의 견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한 구상인가 또는 ‘택자의 보존’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가? 의미심장하게도 돌트 신조는 이 두 가지 표현을 다 같이 사용하였다. ... 이 신조가 말하고 있는바 우리가 하나님의 측면에서 성도의 견인을 관찰할 때에 우리는 구원시키기 위해서 선택한 사람들은 하나님이 보존하신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측면에서 주시할 때에 우리는 참 신자가 신앙 안에서 인내한다는 사실을 묘사한 것으로 생각한다.15)
위 인용문에서 후크마는 도르트 신경에서는 ‘택자의 보존’과 ‘성도의 견인’이라는 두 가지 표현을 모두 사용했다고 말한다. 즉 하나님의 측면에 서는 택자들을 보전하신다고 할 수 있고, 신자의 측면에서는 신자들이 인 내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고찰하는 이 교리는 신자들 이 견인(persevere)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확실하게 견인할 수 있는 것 은 오로지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서이며, 그래서 신자들은 견인한다. 신자 들의 안전은 그들의 인내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16)
강웅산 역시 “견인 교리란 어떤 경우에도 구원에 대해 안전하다고 안 심을 갖게 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도라면 실제로 믿음 과 거룩으로부터 미끄러져 죄에 빠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 견인 교리의 핵심은 참 신자는 견인한다는 것이다.”라고 하며 신자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안에서 인내함을 강조한다.17) 그는 또한 “칼빈주의를 숙명론으로 이 해해서는 안 된다. 택함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살던 상관없이 구원을 받 는 것이 아니라, 성도는 견인케 하시는 성령의 내주하심을 통해 끝까지 믿 음을 지키며 승리하여 구원을 이룬다는 것이 견인이다.”라고 성도의 견인 교리의 핵심 사상을 진술한다.18)
호튼(Michael Horton)도 마태복음 13장 13절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에 기초하여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자들은 끝까지 견디 어 나아갈 것인데, 이는 이 일을 위한 양분을 공급하는 하나님의 영원한 생명과 의로움 및 그들을 붙드는 그분의 능력 때문이다.”19)라고 하며 신자 들이 끝까지 견뎌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퍼거슨(Sinclair B. Ferguson)은 벌콥과 유사하게 신자가 인내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붙드심을 강조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 께 참고 견디신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우리에게 큰 위로는 없을 것입니 다. ... 그리스도의 손에 우리가 있고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우리를 배나 지키시고 붙드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20) 또 “하나 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통해 주권적으로 역사하시되, 여러 방편을 통해 역 사하십니다. 하나님의 견인이 성도의 견인을 이끌어 냅니다. 우리가 끝까 지 견디고 이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줍니다.”라고 말한다.21)
이와 같은 견해들로부터 우리는 개혁주의 구원론의 성도의 견인 교리 란 중생한 신자가 하나님의 보전하시는 섭리 가운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구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인내한다 는 교리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22)
7) Bavinck, 『개혁교 의학 4』, 315.
8) Bavinck, 『개혁교 의학 4』, 315.
9) Bavinck, 『개혁교 의학 4』, 314.
10) Berkhof, 『벌코프 조직신학』, 798.
11) Berkhof, 『벌코프 조직신학』, 799.
12) John Murray, Redemption Accomplished and Applied, 장호준 역, 『구속』 (서울: 복 있는 사 람, 2011), 225.
13) Murray, 『구속』, 226.
14) Hoekema, 『개혁주의 구원론』, 386. 15) Hoekema, 『개혁주의 구원론』, 388.
16) Hoekema, 『개혁주의 구원론』, 388.
17) 강웅산, 『구원론』 , 402-403.
18) 강웅산, 『구원론』 , 403-404.
19) Michael Horton, “A Classical Calvinist View,” in Four Views on Eternal Security, ed. J. Matthew Pinson, 이한상 역, “고 전적 칼빈주의 관점,” 『한 번 받은 구원 영원한가 – 견인에 대한 네 가지 관점』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1), 52.
20) Sinclair B. Ferguson, The Christian Life, 장호준 역, 『성도의 삶』 (서울: 복 있는 사 람, 2010), 275.
21) Ferguson, 『성도의 삶』, 277.
22) 물론 구원하기로 예정하신 자들을 끝까지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는 가운데서 신 자가 견인한다. 신자가 하나님과 관계없이 자신의 힘으로 견인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가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신자에게는 견디어야 하는 과 제가 주어져 있고 , 이렇게 견딜 수 있 는 힘은 성령 하나님이 주신다는 것이다.
III.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부분에 대한 일차적 관찰
이제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인 성도의 견인 교리 진술 부분의 각 항을 차례대로 살펴본다. 여기서는 각 항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 가 무엇인가를 고찰한다. 도르트 총회가 성도의 견인 교리를 진술할 때 어 떤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본 논문에서는 도르트 신경에 이어서 만들어진 WCF를 비교하며 도르트 신경의 특징을 찾는 방식을 취하였다.23)
핀슨(J. Matthew Pinson)은 “도르트의 정신은 17세기 중반에 출현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속에 살아 있으며, 향후 개혁 신학의 발전에도 지 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24) 우리는 WCF의 성도의 견인 교리가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와 연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 다.
WCF에는 성도의 견인 교리가 다음과 같이 진술되어 있다.
제17장 성도의 견인에 대하여
하나님이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받아들이시고 그의 영에 의해 유효 적으로 부르시고 성화하신 자들은 은혜의 상태로부터 전적으로도, 최종 적으로도 타락할 수가 없고, 그 상태에서 끝까지 확실히 견인하여 영원히 구원 얻을 것이다.
이 성도들의 견인은 그들 자신들의 자유의지에 의뢰하지 않고, 하나님 아 버지의 값없으며 불변하는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선택의 작정의 불변성 에,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대도의 효력, 그들 안에 성령과 하나님의 씨 의 거주, 또 은혜언약의 성질에 의뢰하나니, 이 모든 것에서 또한 견인의 확실성과 무오성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단과 세상의 시험들, 그들 안에 남아있는 부 패의 우세, 그들을 보전하는 방편들을 게을리 함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죄 에 빠져서 한동안 그것에 머무르면서, 그 때문에 하나님의 불쾌를 일으키 며, 그의 성령을 슬프게 하며, 그들의 은혜와 위로를 어느 정도 빼앗기게 되고, 그들의 마음이 강퍅해지고, 그들의 양심이 부상을 당하고, 다른 사 람들을 해치며 중상하고, 일시적으로 그들 자신들에게 심판을 초래하기도 한다.25)
위의 진술은
첫째, 유효적 부르심을 받은 자들은 전적으로나 최종적으 로 타락하지 않고 은혜의 상태에서 끝까지 견인할 것을 주장하며,
둘째, 신자들의 견인이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작정과 그리스도의 공로와 중보, 성령의 내주, 은혜언약의 확실성에 기인하므로 견인의 확실 성을 주장하고,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죄에 빠져 은혜의 상태 에서 한 동안 떠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의 성도의 견인에 대한 진술은 이후로 지금까지도 표준적인 설명으로 대 체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이 교리의 골자라 할 수 있으며, 성도의 견인 에 대한 현대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이해도 WCF의 내용을 공통적인 기초 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를 다루는 부분을 살펴볼 것인데 <표1>을 함께 참조하기 바란다. 본 논문에서는 도르트 신경의 조항들을 분석하여 내용상으로 구분되는 사항들에 따라 한 문장의 조항도 몇 가지 요소로 세분화하는 접근을 하고자 한다. 도르트 신경의 15개 항을 세부요 소로 구분한 것을 한 편에 나열하고 그에 대응되는 WCF의 내용을 다른 편에 세부요소를 구분하여 나열하였다. 그리고 이 요소들에 차례대로 D1, D2 등과 같은 식으로 기호를 붙였다.26)
<표 1> 도르트 신경과 WCF 비교
도르트 신경 WCF
항------------------------------------------------------------------------------------------------------------------1. D1 견인 은혜의 대상 - 예정되고 부 르심 받은 중생자 [견인1항]견인 은혜의 대상 - 중생자
D2 중생자들을 죄의 권세와 종노릇 에서 건져 내심 [성화1항]성화의 대상 - 중생자
D3-1 현세에 죄의 몸, 육신의 연약 함에서 완전한 해방 불가 [성화1항]전체 몸에 대한 죄의 지배 가 파괴
............................................................................................................................................................
2. D3-2 신자도 매일 죄를 범하며, 최 선의 행위에도 흠이 있음 [견인3항]한동안 죄에 빠질 수 있음
D4 이 연약함이 하나님 앞에 자신 을 낮추고, 그리스도께로 피하고, (사단과 세상의 시험, 잔존하는 부 패, 은혜의 방편 소홀)
육신을 죽이고, 푯대를 향해 달려갈 이유가 됨 [성화2항]성화는 이생에서는 불완전 함
............................................................................................................................................................
3. D3-3 잔존하는 죄, 사탄의 유혹 때문에 자신의 힘만으로는 [성화3항]잔존하는 부패가 왕성할 수 있음
은혜 안에 머물 수 없음 [견인3항]은혜의 상태에서 확실히 견인함
D5 하나님이 주신 은혜 안에서 끝 까지 권능으로 지키심 [성화3항]거룩하게 하시는 그리스도 의 영으로부터 공급되는
힘을 통해 중생한 부분이 승리함
[성화3항]성도는 은혜 안에서 자람
............................................................................................................................................................
4. D3-4 중생자도 육신의 정욕에 미혹 되고 굴복할 수 있음 [성화2항]계속적이고 화해할 수 없 는 전쟁이 일어남
D6 중생자는 시험에 들지 않게 쉬 지 말고 깨어 기도해야 함 (육은 영을 거스 르고, 영은 육을 거스름)
............................................................................................................................................................
5. D7 큰 죄들의 결과(하나님을 불쾌 하게 함, 죽음의 죄책감, [성화2항]계속적이고 화해할 수 없 는 전쟁이 일어남
성령을 근 심하게 함, 믿음의 발휘를 제한함, 양심이 상하게 함, (육은 영을 거스 르고, 영은 육을 거스름)
하나님의 은혜에 둔감함) [견인3항]죄에 빠진 결과(성령을 슬프게 함, 은혜와 위로를
D8 죄로부터 회복: 간절한 회개로 하나님이 용서하실 때 어느 정도 빼앗김, 마음이 강퍅해짐, 양심이 상함,
다른 사람들을 해치며 중상 함,
일시적으로 그들 자신에게 심판 을 초래함)
[회개6항]죄의 회개가 있어야 용서 될 수 있음
-------------도르트 신경----------------------------------------------------------------------------------------------------6. D9 하나님의 작정에 따라 신자들을 보존하심
D9-1 신자들이 실족할 때도 성령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심
D9-2 양자 됨, 의롭다 하심의 상태 를 잃지 않음
D9-3 사망에 이르는 죄, 성령 모독 죄를 범하지 않게 하심
7. D9-4 실족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썩 지 아니할 씨가 존재
D9-5 말씀과 성령으로 회개하게 하 심
8. D9-6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자비 때문에 신자들은 전적이고
최종적 인 멸망을 당하지는 않음
D9-7 하나님의 작정, 약속, 부르심, 성령의 인 치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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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10 신자들이 받은 구원의 보전과 믿음 안에서 신자들이 끝까지 인내 할 것을 확신함
10.D11 확신의 원천/근거
D11-1 말씀에 계시된 하나님의 약 속을 믿음에서 생겨남
D11-2 성령의 증거에서 생겨남.
D11-3 선한 양심과 선한 일을 사모 함에서 생겨남
D12 신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한다 면 불쌍할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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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D13 신자들이 확신을 늘 가지지는 못할 수도 있음
D14 하나님이 신자들에게 견인의 확실함을 새롭게 해 주심
---------------WCF-----------------------------------------------------------------------------------------
6. [견인1항]은혜의 상태로부터 전적인 또는 최종적인 타락 불가
[견인2항]성도의 견인의 근거(성부 의 작정의 불변성,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대도의 효력, 성령과 하나님 의 씨의 내주, 은혜언약)
[견인2항]이로부터 견인의 확실성과 무오성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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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확신1항]참된 신자들은 은혜의 상 태에 있음을 확신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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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확신2항]확신의 근거(신적 진리, 진 리의 내적 증거, 성령의 증거)
[확신2항]보증으로 주어진 성령의 인 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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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확신4항]참 신자라도 때로 구원의 확신이 흔들릴 수 있음
[확신4항]확신이 흔들려도 성령의 역사에 의해 적당한 때에 회복됨
-------------도르트 신경--------------------------------------------------------------------------------------------------
12.D15 견인의 확실함이 교만이나 나 태에 빠지게 하지 않음
D16-1 견인의 확실함이 경건한 삶 (겸손, 경외감, 인내, 기도, 십자가 를 짐, 진리 고백, 즐거움)을 자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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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D16-2 되살아난 견인의 확신은 신 자들로 하여금 더욱 더 여호와의 도 를 지키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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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D17 여러 가지 은혜의 방편들을 사 용하여 신자들 안에 시작하신 은혜 의 사역을 지속하며 완성하시기를 기뻐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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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D18 하나님은 성도의 견인 교리를 분명하게 제시하심
D19 교회는 성도의 견인 교리가 가 진 무한한 가치를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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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확신3항]확신이 사람들을 방종하게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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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확신3항]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전 력을다해근면하게행하는것이의 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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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확신3항]확신은 통상적 방편을 통 해 소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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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에서 6~15항의 편집 형태는 1~5항의 표를 참고하시기를 부탁합니다.^^
첫째, 1항은 먼저 견인의 은혜를 받는 대상들이 중생자임을 말하며 (D1), 이 중생자들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또한 죄의 권세와 종노릇에서 건져 내신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죄의 몸과 육신의 연약함에서 완전히 건지시지는 않는다.”라고 진술한다.27) 이 진술의 앞 문장은 중생자가 과거 죄의 종에서 이제는 의의 종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뒷 문장은 죄가 여전히 중생한 신자 안에 남아 있으며 죄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태 임을 시사한다. 즉 앞 문장은 구원의 ‘이미’에 해당하는 칭의, 양자됨, 결정적 성화에 해당하는 것이며(D2), 뒷 문장은 구원의 ‘아직 아니’에 해당 하는 점진적 성화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D3-1).28)
둘째, 2항은 “따라서 매일 연약함의 죄가 샘솟고, 성도의 최선의 행위 에도 흠이 있다. 이것들은 신자들로 하여금 늘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 고, ... 기도의 영과 거룩한 경건의 연단으로 육신을 더더욱 죽이고, ... 온 전함의 푯대를 향하여 달려갈 이유가 된다.”고 진술한다. 2항의 진술에서 도 우리는 중생한 신자라도 여전히 죄를 짓는다는 것(D3-2)과 그 때문에 그 죄를 이기기 위하여 겸손하며 육신을 죽이며 경주해야 한다(D4)는 내 용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님의 거룩하게 하시는 사역에 맞추어 신자는 믿 음 안에서 견인해야 한다는 사상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셋째, 3항은 중생자 안에 남아있는 죄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은혜 안에 머물 수 없음(D3-3)을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하나님은 미쁘시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한 번 주신 은혜 안에서 자비로이 확증하 시고 그 은혜 안에서 끝까지 권능으로 지키신다.”라고 진술한다. 이 3항 후반부에는 하나님이 중생자를 끝까지 지키신다(D5)는 교리가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주체가 하나님인 진술로 하나님이 중생자를 보전하신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보전’ 교리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하나님 의 보전하시는 사역의 결과로 중생자에게 주어지는 상태는 영원히 안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영원한 안전’의 교리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신자 편에서의 견인이란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넷째, 4항은 참 신자들도 육신의 정욕에 미혹되어 심각한 죄에 빠질 수 있다(D3-4)고 하며 “따라서 그들은 시험에 들지 않도록 쉬지 말고 깨어 기 도해야 한다. 이를 행하지 않으면, 그들은 육신과 세상과 사탄의 유혹을 받아 심각하고 끔찍한 죄를 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때로 하나님의 의로우신 허락하심에 의해 실제로 유혹에 이끌린다.”라고 진술한다. 여기서 도 우리는 유혹에 넘어가 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깨어 기도하며 믿 음을 지켜야 한다(D6)는 견인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다섯째, 5항은 앞의 4항에서 언급된 큰 죄들이 “하나님을 매우 크게 불 쾌하시게 하며, 죽음의 죄책(감)을 지며, 성령님을 근심하시게 하고, 믿음 의 발휘를 한동안 가로막고, 그들의 양심을 심히 상하게 하며, 때로 하나 님의 은혜를 한동안 느끼지 못하게 하는” 등 신자들을 괴롭게 할 수 있음 을 진술한다(D7). 이 5항의 진술 내용 자체는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을 수 있는 죄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앞의 4항의 진술을 보완하 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죄의 결과들이 해소되려면 “그들이 간 절한 회개로 바른 길로 돌아가고”라고 하며 간절한 회개가 있어야 함(D8) 을 말한다.
여섯째, 6항은 영원 전의 하나님의 ‘선택’ 작정에 기초하여 “... 자신의 성령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신다. 또한 양자됨의 은혜와 의롭다 하심의 상 태를 잃거나, ... 하나님께 완전히 버리심 받거나 자신들을 영원한 멸망에 스스로 던져 넣을 만큼 그들이 깊이 떨어지게 하지도 않으신다.”고 진술 한다. 6항은 이처럼 성령의 내주하심의 상태(D9-1), 양자됨과 의롭다 하 심의 상태(D9-2)를 잃지 않게 하시며, 중생자들이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영원히 멸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다(D9-3)고 표현한다. 이런 내용들은 영원한 안전 또는 하나님의 보전의 개념이라 할 수 있으나 성도 의 견인이란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일곱째, 7항은 6항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하나님 께서 그분의 썩지 아니할 씨(이 씨에서 그들이 중생했음)가 사라지거나 완전히 떨어지지 않도록 보존하시기 때문이다.”라는 진술(D9-4)이다. 7항 은 하나님의 보전을 중요한 이유로 제시한다. 7항 후반부에서는 하나님이 신자들로 하여금 회개하게 하고, 은혜를 다시 경험하게 하고, 하나님의 자 비를 찬송하게 하고,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가도록 하게 하신다(D9-5)고 설명한다. 7항의 진술은 이처럼 하나님의 보전 사역에 대해 초 점을 맞추고 있다. 신자들의 견인 자체보다는 신자들의 견인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님의 보전 사역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여덟째, 8항은 6항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7항에 이어서 계속되는데 하 나님의 자비 때문에 신자들이 보전되며(D9-6), 그 이유로는 “왜냐하면 하 나님의 계획이 변할 수 없으며, 그분의 약속이 깨어질 수 없고, 그분의 뜻 대로 부르심이 취소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의 공로와 중보와 보전하심이 폐하여질 수 없고, 성령의 인 치심이 허사가 되거나 소멸될 수 없기 때문 이다.”라고 하면서 하나님의 작정, 언약, 그리스도의 공로, 성령의 인 치심 등(D9-7)을 말한다. 8항도 견인 자체보다는 신자의 구원을 안전하게 하는 하나님의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홉째, 9항은 ‘성도의 견인’ 교리에 포함된 15개 항들 중에서 견인 교 리 자체를 가장 핵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구원으로 보전하시고 참 신자들이 믿음 안에서 인내할 것을 신자 들은 확신할 수 있고, 또 자기 믿음의 분량을 따라 실제로 확신한다.”는 진 술은 견인 교리를 잘 표현한다(D10). 참 신자들은 먼저 하나님께서 택자 들을 보전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께서 보전해 주시기 때문에 안심 하고 인내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알고 확신하며 실제로 그렇게 살아 간다는 내용이다. 하나님께서는 ‘보전’하시고, 신자들은 ‘견인’한다. 그리 고 이 ‘견인’에는 ‘확신’이 수반된다. 견인의 주체는 성령이 내주하시며 성 령의 인도함을 받는 신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들의 견인은 철저하 게 하나님의 보전 사역에 근거한다.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인 성도의 견인 진술 부분에서는 9항에 와서야 드디어 ‘견인’의 의미가 보다 직접적 으로 표현되고 있다. 앞서 2항과 4항에서 ‘견인’과 관련이 있는 다른 표현 들이 좀 사용되기는 했지만 9항에서야 ‘인내’라는 표현이 보다 직접적으 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내’는 ‘확신’이란 단어와 함께 사 용되고 있다. 단순히 ‘인내한다’라고 진술하지 않고 ‘인내할 것을 신자들은 확신’한다고 하며 인내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점을 신자들이 주관 적으로도 인식하게 됨을 나타낸다.
열째, 10항은 신자들에게 나타나는 견인에 수반되는 확신의 원천에 대 해 진술한다. 그 원천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D11-1), “우리가 하나 님의 자녀이고 상속자인 것을 증언하시는 성령님의 증거”(D11-2), “간절 하고 거룩하게 선한 양심과 선한 일을 사모함”(D11-3)이 제시된다. 하나 님은 택자들을 보전하시고 신자들은 믿음 안에서 견인하는 이 구조에 대 한 확신은 바로 이와 같은 원천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10항 마지막 부 분에서는 이런 확신을 갖지 못하는 자들은 불쌍한 자(D12)라고 진술한다.
열한째, 11항은 견인의 확신이 늘 일정하게 확고한 수준으로 유지되 지는 않고 약해질 수도 있다(D13)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님 으로 그들 안에 견인의 확실함을 새롭게 되살려 주신다”(D14)라고 진술 한다. 11항은 이처럼 신자들이 견인에 대해서 확신을 항상 가지지는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령님이 확신을 새롭게 해 주신 다고 주장한다.
열둘째, 12항은 견인의 확실성이 신자의 삶을 나태하게 만들지 않음 (D15)을 강조하고, “오히려 겸손, 자녀로서의 경외감, 참된 경건, 모든 싸 움 가운데 인내, 불붙는 기도, 굳건히 십자가를 지고 진리를 고백함, 견고 히 하나님 안에서 즐거워함의 참된 원천이다. 더욱이 이 은택을 묵상하는 것은 참 신자들을 항상 간절히 감사하고 선을 행하게 자극한다.”라고 진 술하며 견인의 확실성이 경건한 삶을 더 자극한다(D16-1)고 주장한다.
열셋째, 13항은 12항에 이어서 “되살아난 견인의 확신이, 실족에서 새 로이 세워 주심을 입을 사람들을, 방탕하거나 경건을 무시하게 하지 않으 며, 오히려 그들이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여호와의 도를 지키게 한 다.”고 진술하며 확신이 나태를 조장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경건한 삶 을 살게 한다(D16-2)고 강조한다.
열넷째, 14항은 견인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수 있도록 은혜의 방편을 사용할 것(D17)을 권면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말 씀을 듣고 읽음으로, 그것을 묵상함으로, 말씀의 권고들과, 위협들과, 약 속들로, 그리고 성례의 사용으로 그 은혜의 사역을 유지하시고, 이어가시 고, 완성하시기를 또한 기뻐하셨다.”는 진술은 은혜의 방편에 대해 진술 한다.
열다섯째, 15항은 성도의 견인과 견인의 확신 교리가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5항은 “성도의 견인과 확신 교리를 그분 이름의 영 광과 경건한 영혼의 위로를 위하여 그분의 말씀 안에 지극히 풍성하게 계 시하셨으며, 신실한 자의 마음에 새기신다.”고 하며 성도의 견인 교리의 확실성을 표현한다. 하나님은 성도의 견인 교리를 ‘분명하게’ 제시하셨 으며(D18), 교회는 성도의 견인 교리의 무한한 가치를 알고 방어해 왔음 (D19)을 말한다.
23) 물론,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는 장로교 의 표준문서라는 점에서 다른 교 단의 신학과 는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 노선에 있는 교 단이라면 성화와 견인의 교 리에 있어서는 대체로 유사 할 것이다.
24) J. Matthew Pinson, “Introduction,” in Four Views on Eternal Security, ed. J. Matthew Pinson, 이한상 역, “들어가는 글,” 『한 번 받은 구원 영원한가 – 견인에 대한 네 가지 관점』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1), 13.
25) http://www.gapck.org/sub_06/sub09_17.asp 참조2018. 4. 20. 접속). 본 논문에서 사 용하는 WCF는 대한예수교 장로회총회 사 이트에서 제공하는 번역본을 참조하였다. 향후 WCF의 인용은 각주 표기 없이 사 용한다.
26) ‘D’는 도르트 신경을 나타내며, 1, 2, 3 등의 번호는 세분화된 요소들에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이 다. 때로는 번호를 9-1, 9-2, 9-3 등과 같이 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같은 요소인데 약간 다른 방식 으로 표현된 것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사 용하였다. 이런 식으로 세분화하여 파악하는 방식은 이윤 석의 논문에서 사 용한 방식을 차용하였다(이윤석,“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담긴 성화의 의미에 대한 고 찰,” 「한국조직신학논총」 45 (2016): 51-59. 이 방식은 신경의 문구에 포함되어 있는 세부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27) Cornelis Pronk, Expository Sermons on the Canons of Dort, 황준호 역, 『도르트 신조 강 해』 (수원: 그책의사 람들, 2012), 499. 앞으로 도르트 신경의 한글 번역본은 이 책의 번역본을 사 용한다. 그러나 Philip Schaff의 The Creeds of Christendom: The Evangelical Protestant Creeds, vol. III에 수록되어 있는 라틴어와 영역본을 대조하며 사 용했음을 밝혀둔다. 향후 도르트 신경의 내용 인용은 별도의 각주 표기 없이 사 용한다.
28) 1항에서 ‘D3’가 없이 ‘D3-1’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어서 나오는 2항과 3항에서 ‘D3-1’과 같은 요 소인데 약간의 표현이 다른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들과 함께 묶어서 하나의 요소로 파악하 기 위함이다. ‘D3-1’은 신자에게도 여전히 죄가 남아 있다는 것인데, 2항, 3항, 4항에서 구분되는 ‘D3-2’, ‘D3-3’, ‘D3-4’ 역시 각기 다른 항에 속해 있지만 내용은 중생자라 하더라도 잔존하는 죄 가 있어 평생 죄에서 완전한 해방은 불가능하고 죄를 지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V.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부분의 주요 특징
본 장에서는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도르트 신경의 진술 부분을 고찰하는 가운데 발견한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논하려고 한다.
1. 구성적 특징
앞 장에서 일차적으로 관찰한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 ‘성도의 견 인’ 교리 진술 부분은 WCF와 비교할 때 구조적인 면에서 다음과 같은 두 드러지는 특징을 보여 준다.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진술 부분은 WCF의 견인 진술 부분처럼 견인 교리만을 고립시키지 않고 성화 교리, 예정 교리, 회개 교리, 구원의 확신 교리를 전반적으로 포함시켜 보다 넓 은 맥락 가운데 견인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앞서 제시된 <표1>에는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의 각 항과 그에 상응하는 WCF의 각 장을 비 교해 놓았다. 이 비교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 었다.
첫째,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 1항부터 8항까지는 WCF의 17장 견 인 교리, 13장 성화 교리, 3장 작정 교리, 15장 회개 교리가 혼재되어 있었 다. WCF의 17장 견인 교리가 도르트 신경 1-8항의 진술 내용과 유사한 점 이 많았으며, WCF 3장의 작정 교리도 도르트 신경 6항에 포함되어 있었 고, WCF 15장의 회개 교리도 도르트 신경 5항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도르트 신경 1-4항의 진술 내용 중에는 WCF 13장 성화 교리의 진 술과 유사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둘째,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 9항부터 14항까지는 주로 WCF의 18 장 확신 교리에 해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튼은 도르트 신경을 받아 들이는 개혁교회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받아들이는 장로교회 간에 확신의 문제에 대해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확신이 믿음 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즉, 믿는 것은 확신을 지니는 것이다. 후자는 믿 음과 확신을 구별한다. 즉, 신자가 참된 신앙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확신을 지니기 위해 애쓰고 있을 수도 있다.”29)
하지만 논자는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확신’에 대한 내 용이 WCF의 ‘확신’의 내용과 호튼의 견해처럼 그토록 차이가 있는 것인 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물론 WCF 18장 3항에서는 확신의 가능성 자체 는 인정하지만 “확신은 신앙의 본질(本質)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라고 하 며 신앙의 본질로 여기지는 않는다.
이처럼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부분은, 현대의 조직신학 구 원론의 일반적인 구조와는 다소 다르게, 전반부에서는 성화에 대한 내용 을 많이 진술하면서 견인의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확신의 내용을 많이 포함시키면서 그 둘 사이에 견인에 대한 내용이 진술되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29) Michael Horton, “A Classical Calvinist Response to Norman L. Geisler,” in Four Views on Eternal Security, ed. J. Matthew Pinson, 이한상 역, “고 전적 칼빈주의 관점에서의 논평,” 『한 번 받은 구원 영원한가 – 견인에 대한 네 가지 관점』 (서울: 부흥과 개혁사 , 2011), 172-173.
2. 견인과 성화
앞서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진술 부분의 특징을 <표1>과 함께 살펴보면서 이 교리의 진술은 WCF를 기준으로 하면 여러 가지 교리 (견인, 성화, 작정, 회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 중에서 도 1-5항까지는 WCF의 성화 교리에서 진술된 내용이 대거 유사하게 나타 나고 있다. 도르트 신경의 견인 교리 진술 중에서 특히 WCF의 성화 교리 진술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특징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도르트 신경 1항에서 견인 은혜의 대상은 “중생하게 하신 사람 들”(D1)이라고 되어 있다. WCF 13장 1항의 성화의 대상과 같다. 견인과 성화의 대상은 모두 중생자들이다. 중생 이후에 인생의 종점에 이르기까 지 평생 기간 동안 모든 중생자들은 이 은혜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견인과 성화는 두 가지 모두가 중생자들의 평생에 늘 함께 존재하는 은혜가 된다.
둘째, 도르트 신경 1항에서 중생자들을 “죄의 권세와 종노릇에서 건져 내신다”(D2)는 진술은 WCF 13장의 1항 “죄의 전체의 통제가 파괴되고”에 상응하는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나중에 머레이에 의해 ‘결정 적 성화’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30) WCF 17장 1항은 견인 은혜의 대 상을 설명하면서 “유효적으로 부르시고 성화하신 자들은”이라고 하고 있 다. 이때의 ‘성화하신 자들’은 결정적 성화의 대상이 된 이들을 말하며 중 생과 동시에 거룩하게 된 자들을 가리킨다. 즉 WCF 17장 1항의 견인 교리 는 결정적 성화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 상태에서 끝가지 확실히 견인하여 영원히 구원 얻을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도르트 신경 1항에는 결정적 성 화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도르트 신경 1항의 “이 세상에서는 죄의 몸과 육신의 연약함에서 완전히 건지시지는 않는다”(D3-1), 2항의 “매일 연약함의 죄가 샘솟고, 성 도의 최선의 행위에도 흠이 있다”(D3-2), 3항의 “내재하는 죄의 잔재와 세 상과 사탄의 유혹 때문에, 회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힘에 남겨진다면 이 은 혜 안에 계속 굳게 서 있을 수 없다”(D3-3), 4항의 중생자도 “자신의 잘못 으로 은혜의 인도하심에서 벗어나 육신의 정욕에 미혹되거나 굴복”(D3-4) 할 수 있다는 등의 진술은 WCF 13장 2항 “성화는 ... 이 세상에는 불완전 하다 ... 부패의 잔재가 오히려 남아 있고 그것으로부터 계속적이며 화해 할 수 없는 싸움이 일어나서 육신은 성령에 대항하여 욕구하고, 성령은 육 신에 대항하신다.”는 진술에 상응한다.
이처럼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 진술 부분에는 1항부터 4항에 걸쳐 통상적으로 성화 교리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포함시켜 진술되고 있다. 그 러면 도르트 신경은 일반적인 성화 교리의 내용들도 성도의 견인 교리 내 용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성도의 견인 교리라는 제목 아래 성화 교리의 내용이 진술되고 있기 때문에 혹자는 그 진술이 정확하지 않 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때문에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가 WCF 나 그 이후의 개혁주의 구원론의 성도의 견인 교리와 다르다고 생각할 필 요는 없다. 왜냐하면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진술 부분 중에서 도 특히 6-9항이 보다 직접적으로 성도의 견인 교리를 진술하기 때문이다. WCF에서 견인 교리에 해당하는 내용은 도르트 신경의 이 부분에 보다 직 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6-9항의 전과 후에 구원의 여러 다른 은택들을 배치하여 그것들과 함께 견인 교리를 진술함으로써 보다 넓은 구원 은택의 맥락 안에서 그 중의 하나인 견인 교리를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30) John Murray, “Definitive Sanctification,” Calvin Theological Journal 2/1 (1967): 5-21.
3. 견인과 확신
도르트 신경은 견인 교리를 진술하면서 WCF에서는 구원의 확신 교리 로 구분되어 있는 내용을 대거 포함시켜 진술한다. 10항에서는 그 확신의 근거로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D11-1), “성령님의 증거”(D11-2), “선한 양심과 선한 일을 사모함”(D11-3)을 제시한다. WCF에서는 이와 유사하 게 확신 교리 2항에서 신적 진리, 내적 증거, 성령의 증거를 제시한다. 11항 에서는 “견인의 확실함을 늘 느끼지는 못한다”(D13)고 하면서 그러나 “성 령님으로 그들 안에 견인의 확실함을 새롭게 되살려 주신다”(D14)고 정리 한다. WCF에서도 확신 4항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또 12항 의 “견인의 확실함은 결코 참 신자를 교만하거나 육신의 안일함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D15)와 13항의 “되살아난 견인의 확신이 ... 더욱 세심히 주 의를 기울여 여호와의 도를 지키게 한다”(D16-2)는 표현은 WCF의 확신 3항 의 내용과 유사하다. 14항에서 사용된 “은혜의 방편들”(D17) 역시 WCF의 확신 3항에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도르트 신경의 견인 교리 9항에서 15항까지에 WCF에서는 확 신 교리로 구분되어 있는 내용이 매우 유사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학자들은 성도의 견인을 다루면서 확신의 주제를 함께 다루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바빙크는 성도의 견인을 다루는 부분에서 확신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 외에 앞서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살펴보았던 벌코프, 머레이, 후크마, 퍼거슨, 호튼, 강웅산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이는 확신이 현대의 조직신학 구원론에서 구원의 서정 중의 하나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검토한 문헌 중 성도의 견인을 다루면서 확신에 대한 것을 포함시켜 다룬 사례는 레이몬드가 유일하다.31) 레이몬드만 도르트 신 경처럼 성도의 견인 교리를 논하면서 확신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31) Reymond, 『최신 조직신학』, 1000-1005.
4. 견인의 주체
견인의 주체라는 주제는 하나님의 주권과 신자의 책임성을 어떻게 조 화시키는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는 하나님이 주체가 되어 신자 를 보전(preservation)하신다는 하나님의 주권적 측면을 철저하게 강조한 다. 도르트 신경은 첫째 교리인 ‘하나님의 예정’으로부터 시작하면서 이런 성격이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르트 신경 첫째 교리 7항에서는 예정을 논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이 택하신 자들을 ... 능력으로 역사하사 그 분의 아들과 더불어 교제하게 하심 가운데 보전하시어, 마지막으로 영화 시키기로 작정하셨다.”라고 진술하며 택자들을 보전하시는 하나님의 사 역에 대해 진술한다.32) 다섯째 교리 3항의 “그 은혜 안에서 끝까지 권능으 로 지키신다”(D5), 6항의 “자신의 성령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신다”(D9-1),“하나님께 완전히 버리심 받거나 자신들을 영원한 멸망에 스스로 던져 넣 을 만큼 그들이 깊이 떨어지게 하지도 않으신다”(D9-2), 7항의 “하나님께 서 ... 보존하시기 때문이다”(D9-4), 8항의 “그리스도의 공로와 중보와 보 전하심이 폐하여질 수 없고”(D9-7), 9항의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구 원으로 보전하시고”(D10) 등에서 반복하여 나타나는 ‘하나님의 보전’ 사 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성도의 견인’ 교리 대신에 정신섭은 ‘하나님의 견인’ 또는 ‘하나님의 보존’, 캠벨(John Campbell)은 ‘성도의 보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33) 또한 벌콥이나 퍼거슨 같은 학자 들이 성도가 책임 있는 주체가 되는 견인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이 주체가 되어 보전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이는 도르트 신경이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하게 강조하며 인간의 노력으로 구 원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고안된 구도이기 때문이라 생 각된다. 인간의 행위가 구원을 결정한다는 항론파의 주장에 반론을 펴기 위해 예정론의 사상을 가져와서 하나님이 택자들을 끝까지 보전하신다는 사상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는 신자가 나태하거나 방종하지 않고 인내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적 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신자의 책임감 측면을 함께 강조한다. 만약 앞서 언 급한 것처럼 ‘하나님의 보전’ 관점에서 이 교리를 보게 되면 신자는 어떻 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하나님이 보전하신다면, 그래서 신자들에게는 ‘영원한 안전’이 보장된다면, 그 신자들은 나태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약점을 지적하는 문구인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 원’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구원파적 신앙’이란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는 이런 구원파적 신앙을 거부한다.
캠벨은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 간에 차이가 있는 핵심 이슈를‘구원의 확신’ 또는 ‘영원한 안전’ 교리로 보고, 온건 칼빈주의 입장을 옹 호하면서 ‘성도의 견인’ 보다는 ‘성도의 보전’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수 있겠다고 제안한다.34)
그러나 호튼은 ‘영원한 안전’ 교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칼빈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35) 영원한 안전 교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TULIP의 T, U,L, I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영원한 안전 교리만 받아들이면 칼빈주의자라 고 보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아르미니우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 다. 맥아더(John F. MacArthur, Jr.)도 “‘영원한 안전’이란 표현은 종종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비판한다.36) 그는 견인 을 배제한 영원한 안전 교리는 구원론을 철저히 왜곡시킨다고 말한다.37)
하지만 도르트 신경은 TULIP의 T, U, L, I를 모두 전제하면서 동시에 P 를 이야기한다. 철저하게 하나님 중심적이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자세이면서 성도 쪽에서의 견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절 대적 주권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도르트 신경의 다섯째 교리는 9항에 가서야 ‘견인’ 즉 ‘인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한다. 8항까지는 ‘보 전’을 반복해서 말하다가 9항에서야 비로소 ‘견인’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 님의 보전이 있는 한편 신자의 견인이 반드시 따른다.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는 이처럼 하나님의 주권적 측면을 크 게 강조하는 가운데 신자의 책임성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견인의 주체는 중생한 신자다. 그래서 ‘성도의 견 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앞서 여러 신학자들의 견인 교리를 다 루었는데 바빙크, 머레이, 후크마, 강웅산, 호튼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견 인은 신자가 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타당하다. 물론 신자들이 하나님과 관 련 없이 자기 힘으로 견인하는 것은 아니다. 신자가 견인하도록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신다. 이러한 특징은 여러 구원 서정 중에서 회개가 갖는 특징 과 유사한 면이 있다. 즉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신자가 회개하도록 은혜를 베푸시지만 회개 자체는 신자가 하는 것이다. 견인도 이와 유사하다. 성 도의 견인 교리는 하나님이 물론 보전하시지만 성령의 도우심에 의지하여 신자가 끝까지 참는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화의 경우와 다르다. 성화는 흔히 하나님의 일이면서 신자의 일이라고도 이야기된다. 또 종종 ‘하나님도 100% 일하시고, 사람도 100% 일한다’와 같은 말도 듣는다. 그러나 성화는 ‘성령의 사역’이다. 벌콥은“성화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체이신 하나님의 사역이다. 소위 자유 의지의 대변자만이 성화가 인간의 사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 성화를 증대시키도록 노력할 수 있고 또 노력해야 한 다는 점에서 성화는 중생과 구분된다.”고 하였다.38) 물론 신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이것은 신자라는 존재로부터 나오는 책임감 있는 순종의 차원 또는 선행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호튼의 표현을 빌자면 견인과 성화는 모두 “은혜 안에서 전진하는 길”을 보여준다.39) 신자는 믿음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전진해야 하고 거룩함 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전진해야 한다. 견인의 목표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견디는 것이고, 성화의 목표는 잃어버린 하나 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는 것이다. 헨젤(Jan Henžel)은 구원의 점진적 측면을 견인이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하며, 구원의 여러 측면들인 의, 거룩, 영광, 새 생명 등의 영 역들에 모두 견인이란 요소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40)
은혜 안에서 전진하는 길, 평생 지속되는 견인과 성화의 주체가 오묘 하게도 이처럼 다르기 때문에 성화와 견인 간에 절묘한 조화가 있게 된 다. 신자들이 중생 이후 평생토록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하나님은 성 화 사역의 대상인 신자를 거룩하게 하시며, 신자는 그에 부합하게 인내로 써 거룩한 삶을 추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르트 신경 13항은“견인의 확신이 ...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여호와의 도를 지키게 한 다”고 진술한다. 여호와의 도를 지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견인의 교리가 우리를 구원파적인 신앙에 빠지지 않게 해 주고 평생 인내하며 믿음의 싸움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32) 강조는 필자의 추가.
33) 정신섭, 『성도의 견인에 대한 소고 』 (안양: 목양, 2013), 10-12; John Campbell, “The Perseverance of the Saints,” Affirmation & Critique 8/1 (2003): 57.
34) Campbell, “The Perseverance of the Saints,” 57. 35) Horton, “고 전적 칼빈주의 관점,” 30-31
36) John F. MacArthur, Jr., “Perseverance of the Saints,” The Master’s Seminary Journal 4/1 (1993): 12-13.
37) MacArthur, “Perseverance of the Saints,” 14
38) Berkhof, 『벌코프 조직신학』, 786. 강조는 원래 있는 것임.
39) Horton, 『언약적 관점에서 본 개혁주의 조직신학』, 649.
40) Jan Henžel, “Perseverance within an Ordo Salutis ,” Tyndale Bulletin 60/1 (2009): 150.
V. 결론
지금까지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 담겨진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현대 조직신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내용을 대조하며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발견하였다.
첫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에는 개혁주의 구원론의 일반적 견인 교리보다 넓은 범위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견인뿐만 아니라 성화, 예정, 회개, 확신 등의 내용이 발견되었다. 성화와 확신 교리를 포함 한 보다 넓은 맥락 가운데 성도의 견인 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둘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전반부에는 성화 교리에 해당 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진술되고 있다. 결정적 성화와 점진적 성화의 양상들을 진술하면서 하나님의 보전과 신자의 인내를 함께 언급 한다.
셋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후반부에는 확신 교리에 해당 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진술되고 있다. 이는 대다수 현대 신학 자들이 견인 교리를 다루면서 확신 교리를 다루지 않는 것과는 다른 특이 한 구성이다.
넷째,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는 신자를 보전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측면을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신자가 인내해야 한다는 신 자의 책임성을 함께 강조한다. 도르트 신경은 엄밀하게는 성도의 견인의 주체가 신자라고 여기면서도 그것 전체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 논문은 도르트 신경의 성도의 견인 교리 자체를 치밀하게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처음에 의도한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된다. 향후 본 논문에 서 다루어진 여러 가지 주제들과 관련하여 좀 더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수행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원한 안전’의 교리와 관련된 칼 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의 입장 비교, 보전(preservation)이냐 견인 (perseverance)이냐의 논쟁, 구원 서정에서 견인이 차지하는 입지, 구원의 확신 문제 같은 것들은 주요한 연구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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