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한차와 파차
세계 최초의 다도철학서로 불리는 조선조 한재 이목의 「다부」(1495)에는 차의 종류가 4종 나옵니다. 당나라 육우의 「다경」(765)에서 채다(採茶) 시기별로 분류한 5종 중 명차와 천차만 채택하고, 독특하게도 한차와 파차를 포함시킨 것입니다. 추위를 뜻하는 한파(寒波)의 두 글자에 초두변(艸)이 각각 붙은 한파입니다. ‘한’은 꽈리이고, ‘파’는 시금치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꽈리와 시금치를 사용한 대용차를 말함은 아닐 것입니다. ‘한’은 화기를 내리고, ‘파’는 기운이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듯이, 차 한 잔에 마음의 평화를 찾고, 차 두 잔에 천하의 은혜를 감득하는 철학을 밝혔다고 하겠습니다. ‘한’이 성찰의 차라면, ‘파’는 덕행의 차입니다. 인생의 추위 한파에도 굴하지 않은 이목의 고준한 철학이 차명에 보입니다.
첫댓글 한재 이목(1471~1498)은 대의(大義)를 따르다가 곤고한 삶을 살았습니다. 20세(1490)에 직언을 하다가 공주로 유배 갔으며, 28세(1498)에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으로 발화된 무오사화 와중에 참형을 당하였습니다. 죽은 지 6년 후인 1504년 갑자사화 때는 부관참시로 추형을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후에 신원되어 이조판서로 추증되었고, 무엇보다 25세(1495)에 쓴 「다부」로 불멸의 이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