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문학의 즐거움41 비밀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 김보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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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가 그린 사실적인 학교 폭력의 세계
학교 폭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 역시 집단 따돌림 문제로 오래전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책 《비밀》은 이지메라는 단어로 우리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진 집단 따돌림 문제를 리얼하게 그린 2011년 일본 아동문학계의 주목작으로, 일본의 현직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5학년 오카자키 아카리는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도시의 큰 학교로 전학을 온다. 아카리의 눈에 비친 새 학교의 아이들은 먼저 관심을 보이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등 다정하기 짝이 없다. 새 학교에 잘 적응할까 두려워했었던 아카리는 안도하지만, 큰 사고를 당해 입원 중인 히가시카와 에미코의 사건을 알게 되면서 평온할 것만 같던 새 학교 생활도 난관에 부딪힌다. 성터 유적지의 절벽에서 추락하는 큰 사고를 당한 에미코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카리가 전학 오기 직전에 학교 도서실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 아이다. 그때 처음 보는데도 친한 척하며 먼저 말을 걸었던 그 아이에게 거부감을 느껴 차갑게 굴었던 터라, 아카리는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에 에미코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카리는 에미코의 사건을 추적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의문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병문안을 가기도 하고 에미코가 사고를 당한 장소에 가 보거나 도서실에서 늘 읽곤 했던 책을 찾아보는 등 에미코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아카리는 점차 에미코의 불행한 사고 뒤에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을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말하는 대로 에미코가 운 나쁘게 발이 미끄러져 절벽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문제는 에미코의 사건을 파헤치다가 아카리 역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따돌림은 교묘해서 담임 선생님은 눈치채지 못하고, 에미코가 아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 것이라는 아카리의 주장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에게 반감을 사게 되면서, 아카리는 점점 더 고립된다.
이렇게 새 학교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아카리는 사실 전학 오기 전 예전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 혹은 방관자였다. 예전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 가나가 소프트볼 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도 침묵했고 심지어 가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젠 거꾸로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고 만 것이다. 가나의 고통을 뼈저리게 이해한 아카리는 어렵게 가나를 찾아가 과거 침묵했던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오히려 가나에게서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이 숨기고 있던 진실을 용감하게 밝혀낸다.
에미코가 당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내는 아카리와 사실을 은폐하고 아카리마저 따돌리는 아이들, 아이들의 숨겨진 얼굴을 보지 못하고 미흡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선생님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내내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려져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병실에 누운 에미코의 회복을 기원하며 모두가 함께 접은 종이학을 교장 선생님이 펼치고, 가면 아래 숨겨져 있던 아이들의 악의가 모두의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 독자들은 경악하게 된다. 과연 어른들의 바람처럼 아이들은 정직하고 순수하기만 한가? 그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아카리의 행동을 통해 보듯, 거짓과 폭력에 맞설 줄 아는 용기가 아이들에게 있다는 믿음 또한 굳건하다. 물론 그 용기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고 전한다. 학교 폭력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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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장. 만남
2장. 첫 등교
3장. 가족
4장. 학급 회의
5장. 병실의 그 아이
6장. 성터
7장. 그 아이가 좋아하는 책
8장. 학년 모임
9장. 튀고 싶은 아이
10장. 외톨이의 도서실
11장. 한 장의 사진
12장. 눈물
13장. 꾀병
14장. 가나
15장. 추적
16장. 호리 선생님
17장. 우두커니 현관에 서서
18장. 두 번째 학년 모임
19장. 종이학
20장. 그리고 그 후
본문 속으로
“히가시카와는 아주 힘든 일을 당하고 있었어요. 이 학교에서 계속 힘든 일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는 그 아이가 집단 괴롭힘이라도 당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로군.”
순간, 그 자리가 잠잠해졌다가 바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웅성거림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오카자키, 이제 됐어. 자리에 앉아.”
어느새 옆에 와 있었던 쓰야마 선생님이 빠른 말로 주의를 주고, 나를 억지로 앉혔다.
교장 선생님은 포기한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내 쪽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선생님이 얘기하여 사회자들이 다시 모임 진행을 재개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년 모임은 진행되었다.
난 아이들 사이에 앉아, 참기 힘든 어색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주위에 있는 반 아이들 어느 누구도 내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나 같은 아이는 그 자리에 없는 것 같았다.
좀 전까지 함께 얘기했던 옆자리의 아이는 지금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앞만 바라본 채로 앉아 있었다. 절대로 내 쪽으로 눈을 향하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저 말없이 앉아 있는 반 아이들 몇 명이 있을 뿐이었다. -52~53쪽 중에서-
“나는 비겁하고…… 나쁜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때 다케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꼼짝 않고 서 있는 다케이는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들썩였다. 긴 앞머리에 다케이의 얼굴이 가려졌다. 우리는 다케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다케이가 열심히 얘기를 계속하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 목 안에서 박혀 조각조각 신음하는 소리처럼 울리기만 할 뿐이었다.
쓰야마 선생님은 다케이를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앉아서 가만히 다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단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제……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케이가 자세한 말을 꺼낸 것은 잠시 후부터였다.
“그래서 나는…… 대신 히가시카와가 괴롭힘을 당하면 좋겠다고…… 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계속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우는 소리가 다케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다케이는 말을 짜내었다.
“나는 교활한 사람입니다……. 정말 못됐고…… 구제할 수 없는 나쁜 아이입니다…….”
다케이는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마침내 쓰야마 선생님이 겨우 입을 열어 됐다고 하자 다케이는 비틀거리듯이 자리로 돌아갔다. 앉은 후에도 다케이는 계속 울고 있었다.
무엇인가 조금은 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을 지명했다. 다부지고 덩치 큰 남자아이, 앞머리를 핀으로 꽂은 여자아이, 빨간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계속해서 앞에 섰다. -147~149쪽 중에서-
이 책은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폭력의 실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학교 폭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주인공 오카자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가면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오카자키는 이전 학교에서 친구인 가나에 대한 따돌림에 동참했던 가해자내지 방관자이었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다. 결국 인간이란 어떤 상황에 처하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고 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을 괴롭힘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취약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겸구(심리학 박사, 건강심리학자) / 추천의 글 중에서-
지은이 소개
지은이 | 후쿠다 다카히로
1963년에 태어났으며 일본 효고 교육대학 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일본 나가사키 현 특별지원학교에 근무 중이며, 나가사키 현 니시소노기 군에 살고 있습니다. 《열풍》으로 제48회 고단샤 아동문학신인상 가작에 입선했으며, 그 밖의 작품으로 《빨간 머리 여의사 앤》 《앤 선생님, 응급 환자예요!》 《천재 여의사 앤이 가다》 《여름의 일기》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김보경
컴퓨터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IT 분야에서 일하면서,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와 ‘주니어 네이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딸과 아이들에게 함께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을 많이 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내 동생은 렌탈 로봇》 《뚱보의 겁쟁이 탈출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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