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떤 날인가? / 野花今愛 김영배
1930년 11월 12일 수요일
이날이 무슨 날인가?
권필홍 장모님 이 땅에 보냄을 받은 날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암울한 시대를 살아내시고,
민족상잔의 아픈 역사 속에서 오 남매를
선물로 받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키우고
모두 한 가정을 이루게 하고 손자 손녀, 증손자까지 보셨다.
안동 남선에 계신 장모님은 남선교회에 출석하고
늘 새벽에 일어나 자녀 손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자녀 손들이 장모님의 귀한 믿음의 유산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
안동 처가댁에 찾아가면 언제나 온화한 모습으로
반겨주셨다. 재작년 추석 때 찾아갔을 때
손잡아 주지 않아도 승합차에 오르내리며
산자락 아래 가꾸던 저수지 옆 논에도 함께 다녀왔다.
벚꽃 만발한 4월 9일,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장모님 면회 다녀왔다.
우리는 장모님 모습이 생전에 마지막 될 것 같아
안동에 있는 요양병원을 찾아갔다.
유리창 너머에 장모님은 휠체어를 타고 계셨는데,
눈뜰 힘도 없다. 약 기운 때문인지 반응이 없다.
하지만 내 눈에는 평안히 잠든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깊게 팬 얼굴 주름살, 고단하고 힘겨운 인생길이었겠지.
쓰러진 고목처럼 앉아계시는 모습에 내 얼굴도 보였다.
아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 눈 좀 떠봐!" 소리를 높였다.
떠나야 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일까 가슴이 먹먹하다.
고단한 인생, 나그네 인생,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온 인생,
생명을 품에 안은 기쁨도 맛보고,
이 땅에서 끊어지지 않을 같은 생명줄,
단장의 아픔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인생
안동댐 아래로 흐르는 강변 따라 핀 벚꽃,
저렇게 흐드러지게 피어 나그네 발길 붙잡을까.
만발한 벚꽃,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오후에는 큰처남 딸 결혼식도 참석했다.
누구는 가고 누구는 오는가?
오늘이 어떤 날인가?
2022년 4월 27일 수요일.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오늘 오전 9시 17분 장모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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