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핸드폰을 찾는다. 금방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어디 가든 핸드폰 챙기기가 먼저고 일이다. 집 밖에 나가서 핸드폰이 안 보이면 당황스럽고 허둥지둥한다.
"내 핸드폰 어디 있지? 내 폰으로 전화 좀 해줘 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어서 핸드폰인지 하루 24시간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며칠 전 천안 성환역에서 서울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발자국 떨어진 의자 위에 핸드폰이 놓여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다. 방금 열차가 출발한 터였다.
누가 두고 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역무실로 갖다 줘야 하나? 혹시 핸드폰 주인이 전화 오면 받아서 핸드폰 여기 있다고 알려줘야 하나.
그런데 핸드폰에 비번이나 패턴이 걸려있으면 어쩌지?
몇 분 동안 핸드폰 벨은 울리지 않는다. 핸드폰 두고 간 것을 모르고 있는 건가?
핸드폰 잃어버린 걸 알면 엄청 찾고 걱정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스럽다.
역무실에 갖다 주려니 열차시간이 임박했고.
그냥 두고 가자니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 더 큰 일인 것 같고.
핸드폰만 응시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젊은 아가씨가 숨을 헐떡이며 쫓아온다.
"혹시 핸드폰 두고 갔어요? 저기 의자에 있는 거.."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핸드폰을 보자 내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한다. 내가 인사들을 일을 한 건 없는데.
그저 핸드폰을 지켜보고 걱정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무튼 예의가 바른 아가씨가 핸드폰 주인이라 기분도 좋고 다행이다 싶었다.
핸드폰 없이 살 수 있을까. 삶의 많은 부분이 저장되어 있는 물건이다.
차를 타도 한결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고 밥을 먹을 때도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어디서 급한 전화 올 일도 전화할 사람도 많지 않은데도 그렇다.
공중전화로 연락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대학 다닐 때. 동아리의 임원이라서 연락할 일이 많았다.
공중전화에 동전 넣고 일일이 전화를 했다. 자주 연락하다 보니 수십 개의 전화번호는 저절로 외웠다.
지금은?? 유일하게 남편 핸드폰 번호만 기억할 뿐 아이들 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
전화번호 목록을 터치하면 되니 기억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 보니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 같다.
핸드폰이 있으니 대화도 많이 줄어든다. 집안에서도 카톡으로 대화를 하니 더 그렇다.
기사도 검색하고 댓글도 달고.. 유튜브도 보고... SNS도 하고.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핸드폰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상대도 필요하지 않다.
"핸드폰 좀 그만 보면 안 돼? 대화 좀 합시다. 눈 떠서 잠들 때까지 핸드폰을 놓치를 못하니.."
"응~~ 얘기해. 듣고 있으니까."
뉴스를 검색하고 댓글 열사로도 열일하는(?) 남편에게 푸념도 소용이 없다.
가족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 아들만 둘이라 가뜩이나 말이 없는 조용한 식사자리인데..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말이 더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 카톡을 확인하고.. 브런치에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나? 라이킷은? 조회수는?
습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은행업무는 핸드폰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진짜 편하지만,
핸드폰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하루쯤, 아니 몇 시간이라도 핸드폰 없이 살아보면 어떨까.
지금부터 내 핸드폰은 OFF다. 몇 시간만이라도.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