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먹은 시금치!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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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 꽁냥!
시금치 밭에 똥 눠라!"
영선이 아빠는 들고양이들을 보고 말했다.
"꽁냥! 꽁냥!
똥 누며 시금치 뜯어먹어도 되죠?"
하고 고양이들이 물었다.
"당연하지!
밭고랑에 작은 시금치만 뜯어먹어.
잘 자란 시금치는 장에 팔아야 하니까!"
하고 말하자
"꽁냥! 꽁냥!
알았어요."
고양이들이 대답했다.
"봄에는 고양이 똥 먹은 시금치도 팔아야지!
맛은 있을지 모르겠다."
영선이 아빠는 시금치에 똥거름을 주며 키웠다.
똥이란 똥은 다 시금치 거름으로 사용했다.
영선이네
밭에서 나는 시금치는 장터에서 잘 팔렸다.
단골도 많았다.
달콤한 시금치는 두말할 것도 없고 쓰디쓴 시금치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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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는 달아야 해!”
아빠는 어떻게 하면 달콤한 시금치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영선이는 아빠가 밭에 바둑판처럼 선을 긋고 시금치를 심는 게 신기했다.
“아빠!
이곳에는 어떤 시금치가 자라고 있어요?”
영선이는 시금치 밭에서 일하는 아빠에게 물었다.
“거긴!
음식찌꺼기를 먹고 자라는 시금치야!”
아빠는 밭을 조각조각 나눈 뒤 시금치마다 다른 거름을 주며 키웠다.
“아빠!
지금까지 제일 달콤한 시금치는 어떤 것이었어요?”
“그거야!
똥을 먹고 자란 시금치가 최고였지.”
아빠는 퐁당퐁당 화장실에서 퍼다 나른 거름을 준 시금치가 제일 달콤하고 맛있었다고 말했다.
“아빠!
똥 냄새나는 시금치가 맛있다고요?”
영선이는 아빠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시금치 사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그렇지!”
아빠는 매일 시금치를 장에 내다 팔면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장에 사간 시금치 정말 달콤했어요!”
“감사합니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빠는 기분이 좋았다.
“돼지 똥을 먹은 시금치도 소똥을 먹은 시금치도 달콤하고 맛있다는 군!”
아빠는 지난 장날 돼지 똥과 소 똥 거름을 준 시금치를 팔았었다.
..
리어카를 끌고
시금치 밭으로 향하는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신났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면서도 또 묻고 싶었다.
"영선이 아빠!
뭐가 그렇게 좋아요?"
하고 아내가 물었다.
"좋지!
똥 먹은 시금치가 무럭무럭 자라서 좋지.
뽑아서 시장에 가면 금방 팔려서 좋고!
얼쑤! 얼쑤!
시금치가 달콤하다고 단골이 생겨서 좋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뭐! 뭐냐! 그냥! 좋아! 좋아!
좋은 게 너무 많아서 좋지."
하고 남편이 시금치 타령을 한 가락 뽑았다.
“오늘은 어떤 시금치 팔러 갈 거예요?”
장화를 신고 시금치 밭으로 향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물었다.
“오늘은
오리와 닭똥을 준 시금치를 팔러 갈 생각이야!”
처음 시장에 내다 팔 생각이었다.
오리와 닭을 키운 이유도 시금치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맛있을까요?”
아내가 물었다.
“맛있겠지!”
아빠는 먹어보지 않고도 맛있다고 했다.
시금치도
어떤 거름을 먹고 자라는가에 따라 맛이 달랐다.
영선이 아빠는 알았다.
다양한 똥거름을 주면서
시금치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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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아!”
엄마가 불렀다.
“네!”
영선이는 엄마가 부르자 달려갔다.
“이거!
할머니 집에 갔다 줘.”
엄마는 시금치와 콩나물을 살짝 데쳐 나물을 만들었다.
나물 보따리를 주며 딸에게 외할머니댁에 갔다 오라고 했다.
“엄마!
또 시금치야.”
외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시금치나물이 있었다.
“시금치가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는 데!”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
할머니는 시금치 싫어하잖아.”
영선이는 할머니가 시금치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가 어릴 때는 시금치가 없었어!”
하고 엄마가 말하자
“정말이야?”
하고 딸이 따지듯 물었다.
“집이 가난해서
시금치 사 먹어 보지 못해 할머니가 먹을 줄을 모르는 거야!”
“정말?”
영선이는 놀랐다.
“그렇다니까!”
엄마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다녀올게요!”
영선이는 엄마가 싸준 나물을 들고 외할머니 집을 향했다.
“엄마는 어떤 시금치를 뽑아서 요리했을까!”
영선이는 밭에서 자라는 시금치 중에서 어떤 거름을 준 시금치를 뽑았는지 궁금했다.
“집에 가면 물어봐야지!”
영선이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앞산을 넘어야 외할머니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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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녕하세요!”
영선이가 인사하자
“어서 오너라!”
외할머니는 울타리 밑으로 자란 풀을 뽑고 있었다.
“할머니!
나물 가져왔어요.”
하고 대답하고 나물 보따리를 보여줬다.
“무슨 나물?”
“시금치랑 콩나물이죠!”
하고 손녀가 말하자
“어디 맛 좀 볼까!”
할머니는 손녀가 가져온 보자기를 풀었다.
“음!
콩나물이 맛있군.
시금치는 너무 싱겁다!”
할머니는 흙 묻은 손으로 나물을 먹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시금치나물 싫어하세요?”
하고 손녀가 묻자
“시금치나물은
어릴 때 먹어보지 못해서 맛을 모르겠어!"
할머니는 시금치나물 통을 열더니 또 집어먹었다.
“시금치는 달콤해야 좋은 건지 아니면 써야 좋은 건지 모르겠다!”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시금치는 달콤해야 맛있는 시금치라고 했어요.”
하고 손녀가 말했다.
“누가?”
“아빠 가요!”
“달콤한 것은 젊은이들이나 좋아하지 노인들은 별로야!”
할머니는 노인들이 달콤한 것을 먹으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며 손녀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할머니!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몸이 튼튼하다고 했어요.”
“누가?”
“학교에서도 시금치를 많이 먹으라고 했어요!”
하고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를 손녀가 말하자
“거봐!
어린이들은 시금치를 많이 먹어야 하니까 그렇지.
시금치에 칼슘이 많아서 어린이들이 많이 먹어야 해!”
하고 할머니도 손녀 말에 공감했다.
“할머니!
노인들도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시금치를 많이 먹어야 해요.”
“노인들은 시금치를 많이 먹어도 이제 몸에서 칼슘이 필요하지 않을 거야!
뼈들이 노화가 돼가니까 아마도 시금치보다는 쑥이나 엉겅퀴 같은 쓴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할 거야.”
“할머니!
쓴 것이 몸에 보약이라고 한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할머니는 담벼락에 기대고 손녀와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그림 나오미 G
..
“엄마!
다음에 쑥이나 엉겅퀴나물을 해주세요.”
집에 돌아온 영선이는 엄마에게 부탁했다.
“왜!
할머니가 쑥 나물이나 엉겅퀴나물을 먹고 싶다고 해?”
하고 엄마가 묻자
“아마도!”
“대답이 왜 그래!”
엄마는 알 수 없는 대답을 듣고 딸에게 다시 물었다.
“할머니는 달콤한 게 싫다고 해!
쓴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말한 거예요!”
“할머니가 그랬어?”
엄마가 다시 묻자
“네!”
하고 영선이가 대답했다.
“노인네가!
해주는 데로 먹지 쑥 나물은 또 뭐야!
쑥떡이라면 모를까.”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쑥이나 엉겅퀴나물을 해줄까 생각했다.
..
“시금치 사세요!”
아빠는 리어카에 가득 싫은 시금치를 장터에서 팔았다.
“아저씨!
오늘 시금치도 달콤하고 맛있겠죠?”
하고 아주머니가 물었다.
“네!
달콤하지 않으면 말하세요.
다음 장날 달콤한 시금치로 바꿔 줄 테니!”
“정말이죠?”
“네!”
아주머니는 시금치 두 다발을 사들고 돌아갔다.
“시금치!
달콤한 시금치 사세요.”
아빠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다.
“혹시!
쓰디쓴 시금치도 있어요?”
할머니 손님이 시금치 리어카 앞에서 아빠에게 물었다.
“쓰디쓴 시금치도 있습니다!”
“혹시!
쑥보다 더 쓴 시금치인가요?”
하고 할머니가 다시 물었다.
“네!
쑥보다 써서 아마도 먹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빠는 리어카 한쪽에 쌓아둔 시금치 한 다발을 할머니 손님에게 내밀었다.
“한 번 잎을 씹어보세요!”
아빠가 시금치 이파리를 하나 꺼내 할머니 손님에게 주었다.
“먹어 볼까요!”
할머니는 쓰디쓴 시금치 이파리를 입안에 넣고 씹었다.
“으악! 써!”
할머니는 쓰디쓴 시금치가 맘에 들었다.
“모두 살게요!”
“다섯 다발 전부요?”
“네!”
할머니 손님은 달콤한 시금치를 사지 않고 쓰디쓴 시금치 다섯 다발을 사들고 돌아갔다.
“내 생각이 맞았어!”
아빠는 언젠가는 쓰디쓴 시금치를 찾는 손님이 올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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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 시금치는 뭐예요?”
리어카 한쪽 비닐봉지에 담긴 시금치를 보고 아내가 물었다.
“하하하!
그건 쓰디쓴 시금치야!”
하고 남편이 말하자
“세상에!
쓰디쓴 시금치가 어디 있어요!
종자 개량이라도 했어요?”
“아니!
쑥이랑 엉겅퀴 거름을 주었더니 시금치가 쓴 맛이 나더라고!”
“그랬군요!”
아내는 남편이 엉뚱한 데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연구하는 줄을 몰랐다.
“정말 써요?”
남편 말을 듣고도 아내는 믿기지 않았다.
“한 입 먹어 봐!”
하고 말하더니 쓰디쓴 시금치 이파리를 하나 아내에게 주었다.
“으윽! 퇴!”
시금치는 정말 썼다.
“이것도 팔 거예요?”
“그럼!”
“쓰디쓴 시금치를 누가 사요!”
“걱정 마!
손님이 있을 테니.”
하고 아내에게 말하더니 남편은 리어카를 밀며 장터로 향했다.
“손님이 걱정되네!”
아내는 멀리 사라져 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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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사세요!
달콤한 시금치!
쓰디쓴 씨 금치(시금치)!”
돌아온 장날도 아빠는 리어카에 시금치를 가득 싫고 장터에 나가 시금치를 팔았다.
“쓰디쓴 시금치!”
시장에 나온 손님들이 아빠가 외치는 말을 듣고 한 마디씩 했다.
“누가 쓰디쓴 시금치를 사!”
옆에서 콩나물 파는 할머니가 말했다.
“안 팔리면 집에서 먹죠!”
아빠는 그렇게 말했지만 쓰디쓴 시금치를 팔 자신이 있었다.
“오늘은 염소 똥을 먹고 자란 시금치입니다!”
아빠는 장날마다 파는 시금치가 어떤 똥을 먹고 자랐는지 손님들은 향해 말했다.
“다음 장날에는 어떤 똥을 팔 거예요?”
하고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손님이 물었다.
“다음 장날에는
멸치 똥 먹은 시금치를 팔 겁니다!”
“세상에!
멸치 똥만 먹고 자란 시금치도 있어요?”
하고 손님이 묻자
"네!
멸치 머리와 똥을 주었더니 멸치 맛이 나는 시금치가 탄생했어요."
하고 말했다.
아빠가 가꾸는 시금치 밭에는
상상도 못 한 똥을 먹은 시금치가 자라고 있었다.
시금치를 다 팔고
새끼 토끼를 사 리어카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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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토끼는 어디서 났어요?”
아내는 리어카에 실린 토끼 새끼 다섯 마리를 보고 물었다.
“토끼 똥을 먹은 시금치는 무슨 맛일까 알아보려고 사 왔지!”
“아휴!
못 말려.”
아내는 남편을 탓하지도 못하고 그저 웃었다.
“영선아!”
아빠가 딸을 불렀다.
“네!”
“토끼 밥은 영선이가 책임져라!”
“네!
토끼!”
하고 말한 영선이는 리어카에 실린 토끼를 봤다.
“와!
귀엽다.”
영선이는 토끼 새끼를 안고 좋아했다.
“알았어요!”
영선이는 토끼 새끼들을 위해서 뒷산에 있는 배추밭으로 갔다.
“배춧잎을 주면 잘 크겠지!”
영선이는 밭에서 배추 잎을 주어 바구니에 넣었다.
새끼 토끼 줄 배춧잎이었다.
“토끼 똥을 먹은 시금치 맛은 어떨까!”
아빠는 저녁을 먹은 후 거실에 앉아 새로운 시금치 맛을 생각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