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매댁(남천 고택)
한밤 마을은 천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이고 있었다
초가지붕을 개량한 것 말고는 대부분이 전통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부림홍씨의 집성촌이다.
상매댁은 9대째 종손이 지키고 있는 이 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집이다.
6.25 후 많은 증개축이 있었지만 격조가 흘렀다.
아름드리 전나무 사이로 보이는 사당이 홍씨 가문의 면면함을 함께 이어가고 있는 듯.
일각대문(터만 있다)지나니 큰 살구 두 알이 떨어져 있어 한 입 베어무니 아주 달고
향도 좋았다. 올려다 본 고목의 살구나무에는 노란 살구가 지천이었다.
이집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마였을까? 봄 살구꽃과 향이 볼만했겠다.
아직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여행객 두엇 외에는 골목이 한가하다.
내 발길 닿는 고샅길 마다 천 년 시간의 두께가 흔들렸다.
이끼 낀 돌담과 서당, 정자 등이 긴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문다.
시간에 쫓겨 꼼꼼히 다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 좋았다.
가을이면 남천고택의 샛노란 은행잎이 멋질 것이다.
비온 후라 천지간에 녹색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초록에 함빡 물들어 피톨도 초록색일 것 같았다.
한밤 마을 돌담길을 걸으니 '마법의 성'에 든 것 같았다.
빼놓을 수 없는 맛집, 한밤 마을 아랫쪽의 '호두나무 식당'의 칼국수와 잔치국수 맛이
일품이었다.(주요리는 놓아 먹이는 닭요리인 듯)
농가주택을 개조해 식당을 연 곳인데 푸근한 인심이 마치 고향 아지매집에 든 것 같았다.
막 땄다면서 길쭉한 오이를 직접 깎아 먹으라면서 손칼과 함께 내민다.
쥔장이 직접 꺾었다는 고사리맛은 일품이었다. 그렇게 깊은 고사리맛은 평생에 처음.
방금전에 밀었다는 면발로 끓여낸 칼국수 맛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깊은 맛이었다.
여행의 묘미 중 맛기행을 빼놓을 수 없으니 딸과의 군위 나들이는 행복한 여정이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중 하나라는 한티재를 넘었다.
누군가 군위를 양파 같다고 했다던가.
삼국유사의 고장이라는 것,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인 화본역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한밤마을 돌담길...
양파껍질을 몇 겹 벗겨냈을까. 그리고 얼마나 더 남았을까.
가을 군위 기행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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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벼리님 덕분에 참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밤 마을은 화본역 가까이 있는 한티재 아랫 마을이더군요.
옛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참 좋았습니다.
마법의 성/오카리나 연주
첫댓글 사진도 글도 즐감합니다. 영천 화북, 태고와, 천문대-군위 인각사-군위 한밤마을-군위 제2석굴암-영천 미술관 문학기행 코스로 괜찮은 것 같아요.
이끼 낀 돌담길...마치 고향에 든 듯 합니다. 하늘이 깊게 내려 앉은 오늘 같은 날 호젓하게 걷고 싶은 돌담길입니다.
글도 사진도 맛깔납니다. 감사합니다~^^
저 푸른 고샅길을 달려가면
유년 시절이 나올 것 같네요.
** 참 좋습니다~~ ^^ **
옛날 대율리와 경계지역인 부계면에 3년동안 살면서 자주찾던 곳인데 새삼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