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에는 '치맥'(치킨과 맥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족발도 빼놓을 수 없다. 홍삼족발 냉채족발 불족발 등 새로운 맛으로 무장한 족발요리가 늦여름밤 입맛을 당기고 있다.
■연산동 홍삼왕족발
홍삼족발은 그리 흔하지 않은 메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홍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홍삼을 곁들인 족발이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홍삼왕족발(051-865-4089)은 이보다 훨씬 앞선 10년 전 홍삼족발을 내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은 홍삼족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김창호 대표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기존 일을 접고 지금의 족발집을 차렸다. "몸이 좋지 않아 건강식품을 직접 만들어 먹어볼까 해서 우연히 홍삼 만드는 기계를 구입하게 된 게 지금의 홍삼족발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그는 "부산 부전시장에서 인삼을 사다가 직접 홍삼을 만들어 진액을 낸 뒤 이 홍삼진액을 족발 삶을 때 30여 가지 한약재와 채소, 과일 등과 함께 넣어 홍삼족발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족발과 홍삼진액의 적절한 배합, 삶는 시간 등 지금의 조리법을 완성했다. 그는 "어디서 배워서 한 게 아니라 메뉴를 완전히 새로 만들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살코기가 가득한 족발 말고 일반 족발집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돼지껍데기(등과 배 껍데기)를 돌돌 말아 족발과 함께 삶은 뒤 '롤' 형태로 썰어서 낸 음식이다. 홍삼 냄새가 가득한 이 콜라겐 덩어리는 씹을수록 쫀득거린다. 김 대표는 "제대로 삶지 않으면 굳어서 딱딱해지는 등 돼지껍데기 삶는 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하지만 일정 육수의 농도 등 비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집만의 독창적 메뉴는 또 있다. 고추냉이가 들어간 간장에 양파를 넣은 양파소스. 외형은 일반 고깃집에서 먹는 양파소스와 같다. 그러나 진한 감칠맛이 난다는 점이 다르다. 이 깊은 맛의 비결은 홍삼육수다. 홍삼진액과 한약재, 과일, 채소 등을 넣은 족발 삶은 육수가 양파소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장이나 반찬은 필요 없고 양파소스만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단다. 족발 한 접시가 차려지자 홍삼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테이블이 2개뿐이라 가서 먹기보다는 배달하거나 포장해와서 먹는 게 좋다. 배달은 부산 연산동 일대만 가능하다. 한 시간 전에 미리 주문전화를 하면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가격은 양에 따라 1만~3만 원.
■동래 불난불족
'불난불족'의 냉채족발
여름 야식으로는 역시 '부산의 명물' 냉채족발이다. 동래역 인근 불난불족(051-557-6789)에는 냉채족발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하다. 냉채족발은 매일 아침 삶은 족발을 얇게 썬 뒤 갖은 채소, 해파리 등과 함께 낸다. 이 집의 족발은 육즙이 적절해 촉촉하고 부드럽다. 얇게 썰어서 그런지 더욱 부드럽다. 소스도 독특하다. 여러 과일과 채소를 갈고 겨자를 곁들여 냉채의 맛을 살린다. 해물 냉채족발은 일반 냉채족발에 해산물이 추가된 메뉴다.
불족발.
'이열치열' 불족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맵고 달콤한 양념의 족발을 푸짐한 채소와 함께 철판에 볶아 먹는다. 뜨거운 매운 맛은 여름철 냉해진 속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순한맛, 보통, 매운맛, 강한 매운맛 등으로 매운 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치즈 족발은 양념이 된 족발 위에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가 고소한 맛을 배가시킨다. 이곳 오평광 대표는 "족발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직접 개발했다"며 "우리 집 단골손님들은 연령대가 고른데 주로 50대는 일반 족발을, 젊은층은 치즈나 매운 불족발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격은 2만3000~3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