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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은 시끄러워야 제맛이다. 여러분 중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느님이 주신 가장 사악한 물건은 술일진저! 하지만 사람을 내일로 다시 일으키는 것도 신의 은총인 술일진저! 마시고 또 마시자! 소리치고 소리치자!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굴레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기회일지니!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무언가를 부순다. 마치 세상의 다른 곳과 격리된 듯한 반대편의 은둔처가 이 곳이 아닐까.
오늘의 무대가 될 불가리아의 한 술집도 이러한 세계적인 찬사에 발을 들인 위대한 곳이다. 그들이 먹던 당근 볶음, 마른 샐러리, 뭉텅이로 썬 사과 초무침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개의 먹이가 된지 오래. 술집이 오늘을 위해 담가둔 술은 이미 반절이 나가고, 비는 술에 비례하듯 시민들의 목소리는 높아져간다. 술 한잔에 당근, 사과, 왕에게 건배를! 내 술잔이 비었으면 남의 술잔을! 기분이다, 오늘은 내 주먹 받아라, 아니 내 주먹을 받아라, 오늘도 난장판인 술집은 세계 여느 곳,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곳이었다.
이제 드러누워 자는 취객, 취객 위에 앉아서 술마시는 종업원을 피해 두 주인공을 찾아보자. 저기 술집 주인 앞에서 소란을 즐기며 술을 짠하는 두 사람을. 바지를 흔들거릴 때마다 말라붙은 흙이 떨어지는 한 친구는, 방금 짠한 술잔을 살짝 흔들어보았다. 달콤한 향내가 났다. 그 옆의 친구가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하핫, 바냐, 쭉 마시라고. 벌꿀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말야." "저게 끝이야, 사샤." "아, 형님!"
알렉산드르는 술집 주인을 노려봤다. 그의 매부리코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가, 이내 풀어졌다. "오랜만에 오는 고향이니까, 없을 수도 있다는걸 잊었었네요. 서울이면 장사 접어야되는데! 하핫"
두 사람을 보던 친구는 더벅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리봐도 낯선 모양새였다. 동네 여자애들 자빠뜨리는데만 열중하던사샤가 이렇게 멀끔한 서울사람이 돼서 돌아오다니. 알렉산드르가 살짝 숱이 적은 머리를 뒤로 쓸어올리고 조끼에 있는 동전 하나를 꺼냈다. 술집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옆의 납작코 친구도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알렉산드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어."
눈썹이 짙은 친구가 미간을 긁으며 물었다. "아니, 이 친구야. 운이 좋다고 그런 동전이 쑥쑥 나오나? 도시 가면 그래 돼?"
"핫핫, 그럼, 운이 좋으면 이런 푼돈은 갈퀴로 쓸어담을 수 있지. 그리고," 중간에 비뚤어진 코를 쓱 만지며, 키 큰 친구가 마저 말했다."이거, 이게 제 역할만 해주면 갈퀴가 문젠가. 형님, 여기 토끼구이 하나하고 벌꿀술 두 컵만 더 주소."
"벌꿀술 없다니까." "아,형!" "그래, 특별히 전에 담근 포도주라도 갖고와주지. 햐, 참 오래 일하고 볼 일이야. 그 코흘리개 사샤가 이렇게 돈을 벌어오다니."
"핫핫, 누가 들으면 형님은 이미 주마등 타실 나인줄 알겠소. 이제 스물 넷 아닙니까, 스물 넷. 애도 안낳은 사람이 무슨, 하핫!"
"하, 고놈. 됐다, 기다리고 있어라. 얼른 갖다주지. 토끼고기에...." "포도주 두잔...아니, 한 통 갖다주세요." "아,아, 그렇게. 나 올 때까지 비법 같은 얘기 하지 말라고."
"네,네, 알았습니다. 빨리나 갖다주세요."
하지만 술집 주인이 돈을 받아들고 주방으로 들어간 순간, 알렉산드르는 입에 낀 쭉정이를 빼내면서 늘 듬직했던 친구를 봤다. "바냐, 이 집은 여전히 요리를 못해. 그것 빼곤 다 좋은데 말야."
다부진 모습의 친구가 씨익 웃었다. "마리야 형수님은 아줌마한테 어떻게 이런 맛만 본받았는지."
"그러게 말야. 마샤는 요리 빼곤 다 좋은데 말야. 특히 침대에선...아, 비밀인데."
"뭐?"
이반이 알렉산드르를 돌아봤으나, 알렉산드르는 남은 벌꿀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반의 눈이 잠시 눈을 주방으로 향했다. 술집주인이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이반은 한숨을 쉬었다.
"옛날 얘기지?" "하룻밤만 지나도 옛날 아니겠어? 하핫!"
"뭐 임마!....하...간도 크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이런 천벌받을 짓이나 하고 다니고. 세르게이 형님이 들으시면 죽이려들걸?"
"아아, 괜찮아. 난 오늘 널 만나러 온거고, 내일은 다시 투르누로 돌아갈거니까. 너만 조용히 하면 돼, 바냐. 먹고 싶은거나 말해봐."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비기야 아까 빈 술잔이다.
"게이형은 좀 늦을것 같고, 뭐 사실 중요한 사람도 아니니까. 바냐,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할게. 너 내가 얼마나 바쁜지 모르지? 사실 이렇게 네랑 얘기할 시간도 없어. 난 오늘 특.별.히. 온거라고. 널 위해서 말야."
"하핫, 바쁘단게 무슨 뜻이야? 김매는거 같은건가?"
"아휴, 이런 무식한 놈! 바쁘단건 말야, 그러니까.....아, 됐다. 촌놈녀석.됐고, 일단 오늘 보고 난 가야된단 것만 알아둬. 난 지금, 네놈의 밀농사보다 훨!씬! 중요한걸 준비하고 있으니까."
"뭐? 밀농사보다 중요한게 어디있다고?"
"아오, 진짜. 이래서 시골에 올 생각 없었는데. 야, 왜 우리 게오르기아 공께서 갈라즈를 먹었는지 알아?"
"음? 나야 모르지. 높으신 분들의 행동을 어떻게 알아?"
"좋아, 그럴 줄 알았어, 이 친구야. 내가 전에 말했던 것 기억하냐? 이런 촌구석에 있으면 머리가 썩어버린다고. 자,자, 이 엉님의 말을 들어봐라."
"뭐? 엉님?"
"아, 그런거 따지지 말고. 자, 귀좀 대봐."
이반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코와 머리숱 외에는 닭 한마리 가지고 도망쳤을 때와 똑같았다.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거지?
"...좋아. 어째선데?"
"그건....그건...!!!"
"꿀꺽...그건..?"
"...덩어리를 먹으면 체하기 때문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억,허억, 죽을 것 같다. 도시에서 유머센스만 익히고 왔낰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물론 내 말발은 늘 최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우,후우, 그만 웃자. 그만 웃어 임맠ㅋㅋㅋㅋ....그래, 이제 내가 돈을 벌게 된 방법을 알려줄게. 이번엔 잘 들으라고."
"아까부터 잘 듣고 있으니 말만 해."
"좋아. 우선 내 모양새가 잘 빠지게 된걸 설명하려면, 우리의 위대하신 지배자님을 말해야할테지. 야, 카나보스 가문이 어떤 곳이냐?"
"어떤 곳이긴, 우리 왈라키아 사람들을 저 천벌받을 디라키온이나 몰다우 놈들에게서 지켜주는 사람 아니겠어?"
"어휴, 나이만 먹었지 생각은 애나 마찬가지네. 야, 서울 가서 그런 얘기 하잖아? 넌 지나가던 거지한테도 비웃음 당해. 네가 촌동네에서 사는걸 다행으로 여겨라."
"뭐?"
"아냐, 됐다. 야, 봐봐. 카나보스가 어떤 놈들이냐? 지들이 매일 우러르는 미카일은 에피루스를 낼름 먹고, 아들인 유페미오스는 로마를 도둑질했다가 도로 뱉어냈어. 그 손자인 유페미오스는 뭐했을까? 불가리아 여왕한테 개기다가 고자에 눈도 뽑혔었지. 이게 카나보스라는 곳의 정체야. 틈만나면 어디서 깽판 치다가 뒤지기 직전까지 맞고 돌아오는 옆집 똥개 같은 존재라고. 지켜주긴 뭘 지켜줘? 이제 밀농사가 절정이니, 수확만 끝나면 또 어디로 나갈걸?"
이반은 우물거리던 사과씨를 바닥에 뱉어내고 말했다. "네,네, 많이 아시네요. 훌륭하십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네가 사겠다고 해서 밀 베던 것도 내팽개치고 왔다고."
알렉산드르가 혀로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야, 바냐,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 왈라키아가 얼마나 위험한진 너도 알잖아. 방금 말했듯 카나보스놈들은 일단 깽판치고, 우리같은 농민이 가서 화살받이가 되든 네가 수확한 밀들이 불타든 허허거리며 넘어갈걸? 아마 널 불구로 만들때까지는 가만 안둘걸?"
"우리 영주님은 이 땅의 정당한 지배자시라구. 그정도야.."
"집어쳐, 바냐. 영주가 네 목줄을 잡고 있다고 네 호주머니에 빵을 쑤셔넣어주진 않아. 네 애들도 생각해야지. 이대로 가면 평생 농사짓다 불구되고, 애들도 농사짓다 불구되고, 계속 불구되다 나중엔 고자 돼서 애도 못낳고 끝날걸? 그런 삶을 바라는거야?"
이반이 탁자를 치고 일어섰다. "뭐임마? 애가 뭐 어째?"
"진정해, 바냐." 알렉산드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아서 내가 왔지. 네 오랜 친구 사샤가 왜 왔겠어? 앉아봐. 네 힘이 있으면 너나 나나 팔자 피는건 시간문제야."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툴툴거리며 이반이 자리에 앉자, 알렉산드르는 남은 벌꿀술을 따라주었다. 밑바닥에 남은 것들 뿐이라, 진득한 액체가 나왔다. 이반은 냄새를 맡아봤다. 아까보다 향기롭진 않았다.
"봐봐, 바냐.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냐고 물었지? 그건 이 벌꿀술 같은거야. 위도 달달하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먹고, 마지막에 남은 것들이야말로 완전 엑기스라고. 거기에 다른 술 약간을 빼돌려서 이 엑기스에 타면? 쪼오금 질은 안좋을 수 있어도, 그거 가지고도 술로 팔 순 있어. 술은 술이니까. 공짜로 엑기스를 얻고, 공짜로 술만 얻을 수 있으면 돈은 충분히 벌 수 있다, 이 말씀이야."
이반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벌꿀이 뭐?"
"하....도시 생활을 너무 오래했다보네.(이반은 그가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맘에 안들었지만 참았다.) 미안미안. 비유가 좀 고급지지? 그니까, 핵심은 카나보스 연놈들이 전쟁을 늘 나간다는거야. 그리고 대부분 깨진다는거지."
"...우리 공작님을 참 쉽게 말한다?"
"쉽지! 하여간 촌놈들은...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냐. 이렇게 도망치면? 자, 봐봐. 그 밑에 깔린 노다지들을. 그 쇠붙이들을! 바냐, 전쟁터의 전사자들이 가진 무기들을 생각해봐. 방패들을 생각해보라고. 거기 널려있는 것들을 나무는 빼고 쇠만 가지고 가면 누구든 후하게 쳐줄거야! 게다가 운좋게 기사들 갑옷이라도 찾아낸다면? 거기에 살짝 피칠을 좀 하면 상인놈들이 환장하는 프리미엄 갑옷이 된다, 이말씀이야. 이미 커넥션도 많이 만들어놨어. 넌 따라오기만 하면 돼!"
"어....사샤...?"
"뭐 어때서 그래? 내 말이 안믿겨져? 바냐, 넌 몸은 그렇게 좋은데 왜 머리가 안돌아가. 내가 널 데려가려는 이유는 딴게 아냐. 네가 다른 애들보다 먼저 바냐 아저씨 일을 도왔잖아? 밀 두가마니를 혼자서 들 수 있잖아? 네 힘은 천부적이야, 임마. 내가 이 코로!(그는 코를 한번더 쓰다듬었다.) 돈냄새를 맡으면, 넌 날 막아주기만 하면 돼. 정말 간단하잖아?"
"...그리고 이 바냐라는 친구는 같이 출발하자마자 뒷통수에 돌을 맞고 기절할테지. 일어나고 나면 노예로 팔려가는 중일테고. 하긴, 저 몸이면 최고급 노예감이야."
"누구냐!"
"어딜 보는거야? 네 뒤에 있잖아."
알렉산드르는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뒤를 돌아보기전, 이미 그의 턱은 누군가의 발차기에 돌아간 상태였다.
"흥, 더러운 것. 네놈의 수작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병신 매' 알렉산드르."
"으윽.....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어디 건방지게 입을 놀려!"
퍽!
"으악!!"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훗, 심심풀이도 안됐어. 카나보스를 욕한 역적놈이라 때릴 맛은 났지만."
"저....이제 가도 될까요, 나리?"
"아, 수고했네, 이반 이바노비치. 여기 약속한 사례금."
로브를 쓴 호리호리한 자는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더니 이반에게 던졌다. 이반은 기뻐하며 받았다. 이걸로 집에 구멍난 벽을 메우고 아내와 딸을 위한 털옷을 장만할 수 있으리라. 자세히 보니 로브를 쓴 자는 적당한 키에 굴곡있는 몸매,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턱선을 가지고 있었다. 필시 미남이거나 미녀이리라. 이반은 이렇게 로브의 사람에게 반한 상태로 술집을 나갔다.
"정의는 이기는 법이지. 돈은 그걸 쉽게 해주고. 안그런가?"
"으윽...넌 누구냐..!... 내 뒤에 누가 있는줄 알고..."
"누가 있는건 중요하지 않아. 넌 실수했어. 감히 내 앞에서 카나보스를 욕하다니."
로브를 쓴 자의 눈이 붉어졌다. 그것은 분노했다는 증거로, 이제 곧 알렉산드르 더러운 놈은 갈기갈기 찢길 것이었다.
"아,아....저 붉은 눈은..!"
"그래, 이제야 알아봤군. 정의의 철퇴가 내려질 시간이다! 나는..!!"
풀케리아가 말했다.
"주군이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게오르기아는 의자를 한 손으로 잡고 한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의자 뒤로 튀어오르는 동시에 양피지를 가리면서 뒤돌아보려고 했다. 상당히 어려운 동작이었다. 당연히 실패했다. 풀케리아는 쥐를 잡다가 미끄러진 고양이가 생각났지만,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풀카!!!! 들어올 땐 노크 하라고 했잖아!!!!"
"했어요."
"....그럼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저보고 저녁에 들어와서 기다리라면서요."
"...내가! 카이사리오스하고! 좋은 밤이라도 보내면 어쩌려고 막 들어와!"
"그러실까봐 카이사리오스님이 어디 계신지도 체크했죠. 요즘 뭐에 빠져서인지 안온다고 삐지셨던데, 이거였나보군요."
"...언제부터 와있던거야?"
"대충 ㅋㅋㅋㅋ 쓰실 때 정도요? 너무 해괴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체통 잃습니다."
"...으아아아!"
게오르기아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풀케리아는 게오르기아가 불쌍했기에, 한마디만 더하기로 했다.
"눈이 붉어진다는 것은 어디가서 말 안할게요."
"으ㅏ이잉나아인ㅇ;ㅣ아아이잉나아아아!!!!!"
이후 대충의 일, 발을 세번정도 구르고, 책상에 다리를 부딪히고, 아파서 무릎을 문지르고, 얼굴이 뜨거워졌나 한번 만져보고, 마른 얼굴을 두세번 문지르며 매끈과 까슬 그 어딘가의 느낌을 받은 뒤에야, 게오르기아는 진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끄러워 하시면서 글을 왜 쓰신 거예요?"
"아...음...그..."
"체통을 지키셔야죠. 읽으면서 저도 정말 부끄러웠답니다. 천하의 몹쓸 녀석이 바람 핀 것이 당당하게 나오질 않나, 이상한 부분에서 이상한 문자를 쓰시질 않나. 대체 갈라즈와 덩어리가 무슨 상관이예요?"
"에? 그거 재밌지 않았어?"
"재미라뇨?"
"아니, 갈라즈에서 갈라를 나누다로 생각해서,그..."
"그..?"
"...아냐. 설명 안할래. 유머를 설명하는 사람이 어딨어?"
"...유머요?"
"아오, 40대. 대체 말이 안통한단 말야.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몰라봐요, 정말."
"....유행이요?"
"아아아! 대체 왜 온거야! 이렇게 비꼴꺼면 그냥 내려가라고!"
"네? 전 늘 주군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천한 계집인데요? 전혀 깐 적 없습니다만?"
"....아...쩝.... 아무튼 전혀, 재미없다고? 전혀?"
풀케리아는, 마치 농민에게 세금을 매기는 세리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전혀요. 시정잡배들도 읽다 집어던질 것 같은데요."
"....그래...."
"왜 그렇게 글에 집착하세요? 공문에 인장 찍기도 싫어하시는 분이."
"....그게....안테가 예전에 좋아했잖아? 그런걸..."
"...아..."
"...그냥, 너무 빨리 가가지고, 그래서 좀 이런걸 선물하고 싶었어.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았고..."
풀케리아는 후회했다.
이번 세금은 일부 공제됐다는 말을 전하는 세리처럼, 유감스러운 태도로 풀케리아는 말했다.
"....사실 좀 봐줄만 하긴 했어요. 아저씨도 안쓸 유머나 불륜 같은 모습을 제외하면 뭐 그정도면..."
"위로하지마. 이미 상처입었어."
"그래서 말하는거예요. 더 아프라고."
"......아악! 반드시 사형시키고 말겠어!!!"
"소포트 가문이 저로 끝나겠네요."
"....안돼, 그런 말을 하면."
"죄송합니다, 공작님."
칼같이 사과했고, 게오르기아는 화를 풀 방법을 못찾았다.
"됐어. 가. 내일 얘기할 거니까. 이 양피지는 그냥 가져가. 더 나올 것 같지도 않아."
"아가씨."
"아가씨라고 부르지마. 공작이라고."
"우리 사이인데요, 아가씨?"
"...."
"안테는 기뻐할 거예요. 아마 고운 심성을 가진만큼 천국에 갔을테지만, 그 곳에서도 아가씨를 자랑하고 다닐 겁니다. 베드로님, 이게 우리 아가씨가 날 위해서 써준 겁니다. 바울님, 사도님께서 쓰신 것만큼 이 것이 제겐 소중해요, 라든지."
"...."
"기분 푸세요. 어쩜 이렇게 어머니와 성격이 비슷하신지.."
"...난 아버지를 닮았을걸? 그런 바람난 여편네보단."
"좋으신 분이예요. 아버지는 위대하신 분이고."
"두개가 달라?"
"다르죠."
"날 버리고 갔는데 좋은 사람이야?"
"그건 잘못한 거죠."
"...."
"...네, 제가 잘못 말했어요. 좋은 분이 아닙니다."
"...."
"상냥하신 분이었어요. 받드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큼. 말도 안통하는데 몸짓 발짓으로 재밌게 해주셨죠. 시녀한테 건포도가 들어간 부드러운 빵도 주셨고. 참 맛있었죠. 그게 생각나서 말한거예요."
"..."
풀케리아의 어깨가 축 쳐졌다.
"알겠어요, 아가씨. 죄송해요. 그만 화 푸세요. 다신 그 류리코비치 여편네 얘기는 안할테니."
"....다음 일요일 체스, 두 수 무르는 것도 포함해서."
"네에,네에. 알겠어요. 성은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각하."
"입 내밀면서?"
"헝은에 감음팔 빠음임미다, 밥파"
"놀리는거지?"
"네."
"풀카!!!!"
게오르기아는 손톱을 세우며 풀케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결과적으로 게오르기아는 풀케리아에게 매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게오르기아의 행동이 애같다고 몸이 애인 것은 아니기에, 결국 풀케리아는 마치 낙마하는 장군마냥 넘어지며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아니, 애도 기르시는 분이 어떻게 이렇게 안변하세요? 도련님들이 보고 배워요, 각하."
"배우라지!"
"미카일 도련님이 어리광쟁이로 크시면 하늘에 계신 공작님이 노여워하실 거예요!"
"그러라지!"
"어후, 숨막혀! 그만, 그만요! 죄송해요 아가씨, 아가씨!!"
"싫은데? 더 할건데?"
"아가씨!!!!"
촛의 길이가 한칸 더 줄어들 무렵, 그제야 풀케리아는 게오르기아에게서 벗어났다.
"후욱,후욱, 아가씨, 설마, 카이,사리오스 ,각하한테도, 이러는건, 후욱, 아니겠죠?"
"후욱,그럴리가,후욱, 어떻게 남편한테 그래?허억.."
"후욱,후욱,후우,하아, 아가씨, 저, 마흔 넘었어요. 이런거, 이제, 안됩니다."
"후우...진짜?"
"후욱,후욱....네."
"그럼 할거임."
"네?"
"할거라고!! 하핫!!!"
"꺄악! 아가씨!!!"
"하핫! 이 곳의 주인이 난데, 나한테 반항하려고? 이런 응큼한 요물, 어디 한번 발악해보시지!"
풀케리아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어디서 보셨어요?"
"...뭐?"
"어떤 놈이 그런 상스러운 말을 아가씨께! 당장 감옥에 넣어버려야!"
"아냐, 아냐. 대충 성에 누가 올려뒀길래 본거야! 누가 준거 아니니까!!"
"그 것도 문제예요! 누가 그런걸 성에다 둬요! 경비를 탓하셔야죠!"
"...미안"
"체통을 지키세요, 아가씨! 그런 걸 보면 안된다고 누누이 얘기했잖습니까! 지난번에 쿠탄경도 걱정했잖아요, 아가씨가 요즘 공부를 통 안하시는 것 같다고. 타르고비스테 가문을 실망시키면 하시면 안돼요, 아가씨!"
"...내 부하인데."
"군벌이예요. 지금이야 아가씨를 지지하지만, 언제 돌아설지 모르기도 하고요."
"그 정도는 알아."
"아시면..."
"안다고! 그만 말해!"
풀케리아는 멈칫했다. 세리, 가정교사, 보모. 어느쪽이어야 하지? 달리 생각나는 표정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표정을 풀었다.
"...힘든 것 알아요. 아가씨, 아가씨는 정말 잘하고 계세요. 다만, 카나보스의 당주가 누군지 늘 생각하시고 행동하셨으면 하는..."
"언제까지?"
"...네?"
"풀카, 힘들어. 어릴 때부터 이래왔어. 지친다고. 이제 그냥 포기하고 눕고 싶단 말야. 그런데 누우면 못 일어날 것 같아. 갈라즈의 미친 년이 나한테 올 것 같은데, 남편이 내 것 같은데, 어떻게 누워? 그래서 밤에 잠을 못자. 그리고 아침이면 지긋지긋한 포도와 빵이 식탁에 나와. 언제쯤 내가 바라는 세상이 오는거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돼?"
"..."
"언제까지 살아야 되냐고! 언제까지!!"
풀케리아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새 초가 꺼질듯한 시간이 됐다.
게오르기아는 침대에 앉았다. 웃으면서 부은 눈을 부볐다.
"미안, 풀카. 그냥 소리치고 싶었어. 요즘 풀카도 그렇고 차 한잔 마실 사람도 보기 힘들더라고. 괜찮지?"
"...네, 괜찮죠, 아가씨. 그정도야."
"...근데 여긴 왜 온거야?"
"...아가씨가 불렀어요."
"아, 그랬나?"
"네."
"아....아, 그렇네. 미안."
"아뇨,뭐. 그럴 수도 있죠. 그나저나 뭣 때문에 부르셨어요? 슬슬 하녀들 점호를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어, 너 결혼해."
"네?"
"너 결혼한다고."
소포트의 마지막 자손 풀케리아가 가장 놀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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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극중극의 소재로, 앞으로 게오르기아 카나보스와 풀케리아의 사랑(?)과 우정, 타락을 적으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이라서요 ㅎㅎ 그 비극, 그 비상, 그 타락! 정말 멋지죠 ㅋ
처음 쓰는 소설이라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즐겁게 읽으셨으면 선작 부탁드리고, 고증에 안맞다 싶으면 따끔하게 말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라고 일주일 전에 썼었는데, 댓글도 없고 선작만 5....였다.
....편의점으로 알바나 가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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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극중극중극의 형식으로 중간글을 써봤습니다.
오랜만이네요 ㅎㅎ 잊은 사람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 한 두달 전쯤(..) 연대기를 중단했다가 처음 크킹 글을 올립니다. 원랜 한 이주일 쉬다가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게 바쁜일이 계속 겹치다보니 연대기는 엄두도 안나더라고요.
그렇게 쉬는 시간이 길어지니 딴 생각이 들어서 '아, 이렇게 된거 복귀글은 소설 형식으로 써볼까.' 란 생각이 들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시험, 야근, 기타 등등이 겹치다보니 별로 쓰지도 못하고 한두달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다음편은 언제 쓸지 모르겠습니다! 빠르면 주말, 늦으면 다음,다다음 주예요! 뎌3 연대기도 밀렸어요! 미안!(..)
기대하셨는데 글이 재미없었다면 죄송합니다. 꽤 퇴고를 해도 나아지질 않네요! 풀카와 게오르기아 정신연령이 어린 건 제 정신연령이 어려서예요!
그리고 비밀인데, 이거 안읽어도 다음 편 읽는데 지장 없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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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사시형식도 괜찮네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진 않네요 ㅎㅎ
이런 서사식 좋아요
감사합니다 ㅎㅎ
오 돌아오셨군요! 다시 한번 에피루스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네요
기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우선 제가 맥을 잡아야해서 읽고 시작해야할듯요 (..)
헐헐헐 오셨군요 뭔가 했더니 게오르기아가 쓰는 소설이였군요 ㅋㅋㅋㅋㅋ 진짜 신선하네요 새로운 시대가 온 기분이 막막!
감사합니다! 열심히 썼다고 생각해도 영 아닌것 같았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