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시학 2023년 봄호 시 2편

[강병숙]

당신 근처의 메아리

강 병 숙

-당근 엄마-

당근 당근!

알람이 떴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떴을까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슴이 쿵쾅쿵쾅

아,우리 아가한테 꼭 필요한 실내용 미끄럼틀이다

채팅창 다섯개를 뚫고 간절하게 요청

진심이 통했는지 거래약속 성사

이제 심부름은 남편 몫

당근 당근!

알람이 떴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팔려나갈까?

내 아가가 쓰던 이제는 필요치 않은 용품들

목욕대야 보행기 고무의자 옷 신발 모자

용돈 벌 생각에 살짝 설레인다

남편이 빼꼼이 어떤 물건이 팔렸는지 물어본다

본인에게 국물 좀 없나 하는 표정이다

옛다! 반 몫을 용돈으로 줘야겠다

-당근 아빠-

당근 당근!

아내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긴장된 표정으로 아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낚는 아내가

측은하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픽업 장소가 가깝기를 염원해본다

퇴근 후 아내가 남겨놓은 주소지로 향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가 많아져

문고리에 걸려있는 물건 확인 후

임무완수! 보고문자를 날린다

무료나눔으로 수거 할 때는

고마움을 식빵으로 걸어놓는다

당근당근!

아내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아내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이번에는 팔았나보다

기회다 기회!

빨래를 게다 말고 애걸하는 눈빛으로 물어본다

아내가 당근 용돈을 준단다

이 맛에 심부름 할 맛이 난다

당근 당근!

고요한밤에 울려퍼지는 이 알람소리는

잠시 지쳐있는 우리에게 소소한 활력이 된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가를 보노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당근 당근!

당근 당근!

작은 둥지에서 울려 퍼지는

당신 근처의 아름다운 메아리를 아는가

강아지풀

                         강 병 숙

뽑히지만 않으면

한 몫 할 수 있어요

어디에서든

바람을 친구삼아

한들한들 귀엽게 일렁이죠

보도 블럭 한 켠

세멘트바닥 후미진 곳에서도

목간지럽히던 계집애들의 깔깔거림

콧수염을 흉내내던 사내애들의 재채기

북실북실 똥강아지의 천방지축을

키워내고 있어요

아파트 단지 꼭대기 층까지

홀씨를 쏘아대는 내공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서

아릿한 전율이죠

강적들을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