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연릉, 개인산 지나 1,353m봉 가는 길에
산마다 영험함은 다르나 산신(山神)은 다 있고
사계절 언제나 산으로 다녔어도 산속은 언제나 봄이어라.
산색이 산을 비추고 산은 내 눈을 비추는데,
산빛은 거울 같고 거울은 늘 내 몸을 따라다니는구나.
--- 이월하(二月河), 「강희대제」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2월 19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숙이, 설앵초,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사계, 메아리, 신가이버,
해마, 하늘재, 승연, 상고대)
▶ 산행시간 : 12시간 3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12 ~ 05 : 23 - 홍천군 내면 광원리(廣院里) 월둔(月屯), 월둔교, 산행시작
08 : 16 - 전망바위
08 : 47 - 개인산(開仁山, 1,341m)
10 : 20 - 1,353m봉
11 : 12 - 1,117m봉
12 : 25 ~ 13 : 05 - 월둔골, 임도, 점심식사
13 : 30 - 바위지대
14 : 13 - 주능선 진입, 헬기장
14 : 37 - 1,154m봉, 헬기장
15 : 10 - ┤자 갈림길, 왼쪽은 가칠봉 가는 길
15 : 50 - 응복산(鷹伏山, 1,176.7m)
17 : 00 - 953m봉
17 : 26 - 홍천군 내면 광원리 삼봉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 아래, 산행종료
21 : 3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개인산 자락
▶ 개인산(開仁山, 1,341m)
요컨대 이제는 ‘그 산을 어디로 오르느냐’이다. 산행코스가 문제다. 개인산은 주로 생둔(生屯, 살둔)
에서 숫돌봉과 침석봉을 넘어 오르거나, 모래소유원지 부근의 안재나 골말에서 직등하고, 구룡덕
봉에서 하산 길로 개인산을 경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그 길들을 마스터 했던 터, 이번에는 월
둔으로 간다.
03시 12분. 56번 국도 벗어나 월둔1교로 계방천을 건너자마자 너른 공터에 차 대놓고 계속 취침한
다. 04시 53분 기상. 갑자기 차안은 산행준비로 부산하다. 샌드위치, 김밥 등을 입에 문 채로 스패
츠 매고 스틱 길게 뺀다. 월둔2교로 이동한다. 05시 23분 산행시작. 정월대보름 이틀 비낀 둥근달
은 월둔을 환하게 비춘다.
언 눈 바스락거리며 산기슭으로 접근하자 그 옆 민가 담 너머로 개가 시끄럽게 짖어댄다. 헤드램프
암만 돋우어도 인적이나 수적(獸跡) 보이지 않는 사면은 거의 수직의 설벽(雪壁)이다. 띄엄띄엄 성
긴 잡목이나 소나무 수피가 홀더. 선등은 으레 대간거사 님. 암장 볼더링 흉내 내어 오른다. 월둔
(月屯) 달밤에 체조한다.
설벽을 넘어 능선에 들었어도 가파르다. 1시간 가까이 기다시피 한다. 눈이 얕아 다행이다. 거친
입김으로 네 갈래 지능선 수렴하는 봉우리에 오르고 왼쪽으로 방향 틀어 약간 떨어진다. 이런 때
숨 고른다. 연이은 나지막한 봉우리 3개는 발판, 통통통 발 구르다가 냅다 솟구쳐 저 앞 첨봉을 대
번에 넘는다. 직등하기 알맞은 바위지대가 나온다.
한정없이 지속될 것 같은 어둠이 어느덧 물러가고 여명이 밝아오듯 지난겨울 유난히 혹독하던 추
위도 마침내 누그러졌다. 우수(雨水)의 힘이다. 하얀 설릉에 부는 바람 끝이 몰라보게 무디어졌다.
사뭇 시원하다. 07시 18분 일출. 눈부셔 바라볼 수 없게 솟는다. 능선은 길게 올랐다가 잠깐 주춤하
면서 고도를 높인다.
등로 약간 벗어난 절벽 위 전망바위에 다가간다. 눈 처마와 크레바스 잘못 디딜라 스틱으로 일일이
쑤셔보고도 잡목 기댄다. 대해가 펼쳐진다. 계방산과 오대산은 고도(孤島). 고도 높일수록 눈은 점
점 깊어진다. 산죽 숲이다. 무릎 간단히 넘는 눈이다. 더구나 눈 표면이 딱딱하게 얼어있어 발걸음
마다 꼬박 발을 치켜들어야하니 걷기 매우 힘들다. 맨 뒤에 가도 그러한데 맨 앞에서 따라가기조차
벅차게 러셀하는 신가이버 님은 괴력을 지녔다.
좀체 그칠 것 같지 않던 오름 길이 그친다. 개인산 정상이다. 아무도 오가지 않은 설원이다. 정상
표지판이 높은 적설로 나뭇가지에 낮게 걸려있다. 개인산 정상 약간 비낀 눈밭에 모두 모여 정상주
로 탁주 분음한다. 안주는 상고대 님이 준비한 과메기. 바로 이 맛을 느끼려고 겨울 산을 오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 지나온 능선, 개인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3. 멀리는 계방산, 개인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4. 지나온 능선, 멀리는 계방산
5. 가운데는 문암산
6. 멀리는 오대산
7. 오대산 연릉
8. 개인산 정상, 해마 님
▶ 월둔골
봄, 여름, 가을날에는 개인산에서 1,353m봉 넘어 구룡덕봉까지 거닐기 좋은 평평한 초원의 길인데
오늘은 가도 가도 설원이다. 1,353m봉까지 1.5㎞. 눈 깊어 아득히 멀다. 교대로 러셀한다. 한 걸음
한 걸음 허실없이 걷는다. 허벅지 쥐나게 헥헥대다가 등로 옆의 아름드리 청청한 주목 줄줄이 우러
러 힘 받는다.
전에도 이랬던가? 1,353m봉 근처부터 직등하기 어려운 암릉이다.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트래버스
한다. 오른쪽 멀리 하늘금으로 계방산과 오대산 연릉이 가경이라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한발이라
도 삐끗하면 아예 골로 간다. 1,353m봉 정상은 암봉이다. 별스런 경치 있을까 허리까지 차는 눈 헤
치고 암벽 더듬어 올랐으나 사방 나무숲으로 카메라 앵글 가린다.
응복산 가는 길. 지금까지 알려진 등로는 구룡덕봉으로 가서 임도 타고(능선 마루금이 거의 임도
다) 월둔고개로 내렸다가 1,154m봉을 넘어가는 것인데 우리는 좋게 표현하여 대담한 산행을 감행
한다. 1,353m봉에서 남동동으로 내려 △1,250.9m봉 지나 남으로 쭈욱 내리다가 1,117m봉에서 남
동으로 틀어 월둔골로 빠졌다가 응복산 주릉에 있는 1,154m봉 사면을 올려치자는 것이다. 오늘 산
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오지산행’이라는 미명(美名)에 혹하였거나 어떡하던 그 이름을 위하여 녹아난다. 성큼 내린다. 설
사면 경사는 걷기도 주저앉아 미끄럼 타기도 마땅치 않게 어중간하다. 한달음으로 △1,250.9m봉
에 이른다. 잡목과 가시덤불 헤쳐 정점에 선다. 삼각점은 눈이 깊어 발굴해내지 못했다. 다시 쭉쭉
떨어진다. 가파름 잠시 숙지면 잡목 숲이다. 선두의 ‘안전거리 확보’ 선창을 복창하다보니 1,177m
봉이다.
차츰 급하게 떨어진다. 더러 눈사태에 묻어 내리기도 한다. 바위 나오면 좌우사면 기웃거리다 고꾸
라져도 덜 아플 눈이 더 깊은 왼쪽 사면으로 지친다. 1시간을 훌쩍 넘긴 낙하다. 월둔골 계곡으로
떨어졌다가 임도에 오른다. 즐거운 점심시간. 임도에 2열 횡대로 마주앉아 일꾼처럼 점심밥 먹는
다. 등에 받는 햇볕이 봄볕으로 따스하다.
9. 오대산 연릉
10. 대바위산
11. 방태산 주억봉
12. 방태산 구룡덕봉 자락
13. 가칠봉(1,240.4m)
▶ 응복산(鷹伏山, 1,176.7m)
만복에 노곤하겠다 양광(陽光)에 취해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감연히 밀치고 일어난
다. 엷은 지능선 잡는다. 눈이 녹기 시작한다. 드러난 땅은 꽁꽁 언 상태라 오히려 더 미끄럽다. 가
파른 사면 뒤로 무르는데 스틱이 지탱하지 못해 휘어지다가 부러진다. 바위지대가 나온다.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산죽지대. 눈에 눌렸다. 우리 지나자 벌떡벌떡 일어선다. 산죽 여러 줄기씩 부여잡아가며 오른다.
다시 바위지대. 이번에는 직등한다. 펑퍼짐한 사면이 이어진다. 당초 등로 그은 상고대 님은 여기
를 ‘약속의 땅’이라고 했다. 지형도를 읽거나 멀리서 육안으로 바라보아도 펑퍼짐한 것이 더덕이
생장하기에 적당하다고 했다. 또한 사삼봉(지형도의 私參峰은 沙蔘峰의 오기일 듯하다. 더덕을 沙
蔘이라고도 한다)을 이웃했음에야.
그런데 엉뚱했다. 온통 산죽지대다. 그것도 죽은 산죽지대다. 이래저래 힘들게 오른다. 어쩌면 운
이 좋은지도 모른다. 돌보다 더 단단하게 언 땅이고 보면 더덕이 오히려 생사람 잡을 것이므로. 빈
손으로 주능선에 진입한다. 헬기장에서 후미 오도록 숨 가다듬는다. 눈이 녹아 건설인 적설이 습설
로 변했다. 걸음마다 발등에 수북하니 붙는 눈이 묵직하다. 그만큼 러셀이 힘들어 지척도 멀다. 오
르자던 가칠봉은 진작 물 건너갔고 사삼봉은 가물거린다.
1,154m봉도 헬기장이다. 1,098m봉 가기 전 ├자 능선 분기봉. 별일이다. 보이지 않게 맨 앞에서 질
주하던 신가이버 님과 대간거사 님이 오른쪽으로 빠졌다가 되돌아온다. 한참 가다보니 방향이 틀
리더라나. 표정관리하기 되게 힘들다. ┤자 갈림길인 1,098m봉을 넘는다. 왼쪽은 가칠봉으로 가는
길인데 눈 온 뒤로 인적이 끊겼다.
┤자 갈림길에서 응복산 정상까지 830m. 잔 봉우리 연속하여 넘는다. 40분이 걸려 응복산 정상에
선다. 잡목 울창한 눈밭이다. 서너 명 서성이기가 어렵게 비좁다. 인적이라고는 비닐에 싸인 종이
정상 표지판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것. 15시 50분. 사삼봉은 글렀고 하산하기 바쁘다. 삼봉자연휴
양림 오토캠프장으로 내리자고 한다.
잡목 숲 헤치며 우르르 내린다. 등로 양쪽사면은 내려다보면 움찔하게 가파르다. 나뭇가지 젖혀 바
라보는 오대산 연릉과 백두대간이 장려하다. 운해는 다 빠졌다. 등로의 눈은 녹기 그치고 얼기 시
작하는지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 난다. 산 그림자에 쫓겨 산마루에 몰린 황혼이 상기하여 불그스름
하다.
953m봉 내린 안부에서 왼쪽 지능선 잡는다. 약간 거리 두고 저 앞을 보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데 주춤주춤 다가가면 등로가 나온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너덜사면 질러 얕은 골로 빠졌다
가 산기슭 덤불 헤치자 오토캠프장 바로 아래다. 오토캠프장에서 우리 오기 기다리던 두메 님이 때
맞춰 차 몰고 내려온다.
14. 개인산 지난 1,354m봉
15. 멀리는 설악산 대청봉
16. 앞은 사삼봉(1,106.8m)
17. 오대산
18. 응복산 능선 내리는 중
19. 응복산
첫댓글 계속해서 눈산행을 하니 좋기도 하지만 힘이 들어서 원..수고 많으셨고, 이번주에는 눈이로 없겠지요
정신없이 다녀와서 지금 보니 아..저기가 저기구나..하고있는 1인입니다~~~ㅎㅎ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아마추어 같이 ㅋㅋㅋㅋ 수고
ㅎㅎㅎ 잘 보고가요 작년에 방태산과 개인산 골짜기 길이 없는 곳을 2km를 5시간 걸리는 화전민 지역~~~엄청난 산나물 많더군요 gps 트랙를 다시 따라가려합니다
드류님 산행기보며....저두 제대로 복습합니다....ㅎㅎㅎ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