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들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통한 사업구조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어떻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할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래전부터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며 국내 기업들에 대해 디지털 혁신을 도와온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영빈 대표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하려면 어떤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모든 부서에서 공유해 마케팅에서부터 생산, 애프터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도 한국 대기업에서는 부서 간 장벽이 높아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문화가 강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기술만 도입하고 있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구매 패턴이 완전히 변하고 있는데 생산자나 연구자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쏘시스템은 현실 세계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3D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해 기업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단일화된 데이터 모듈로 디자이너부터 엔지니어, 마케팅 담당자, 세일즈 담당자 등 기업 내 모든 조직이 3D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별도로 데이터 변환을 거칠 필요 없이 연결된 상태에서 공통 데이터를 토대로 PC나 모바일 기기로 협업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현실과 완벽하게 똑같은 쌍둥이를 가상으로 구현한다.
조 대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환경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가치를 제공한다"며 "단순히 형상을 복사한 게 아니라 모든 움직임과 프로세스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과 가상을 완전히 연결해 서로 상호작용하는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며 "수정 사항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실행이 가능하다. 가상에서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검증하기 때문에 실제 제작 또는 실행에 소요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다. 똑같은 트윈 모델을 만들어 정제된 데이터들이 저장되면 모델 하나에 속성 정보들이 정리된다. 그 후 실제 운영 중에 발생하는 데이터도 반영된다. 또한 움직임을 반영하기 위한 물리적인 로직이 반영되어야 한다.
조 대표는 "가상공간에 소재, 부품, 프로세스, 가상 환경 등 실물 특성을 예측하거나 실물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해 둔 상태를 디지털 프로토타입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트윈은 3D 모델을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환경 조건 등 정보가 통합되어 실물과 연결된 상태로 변화하는 물리적 특성이 반영된 정보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면서 주도권을 20·30대한테 맡기고 조직 내 경험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서포트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조 대표 생각이다. 조 대표는 "아날로그 세대에게 혁신 추진 리더를 맡기면 껍데기에만 디지털을 입힐 때가 많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 혁신을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디지털 세대를 조직에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2016년부터 드림인턴제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7~10년 정도 경험을 갖춘 숙련자를 주로 뽑았지만 인턴으로 신입 직원을 선발해 6개월 정도 근무시킨 후 조직과 화합이 잘되는 직원을 채용한다. 조 대표는 "신입 직원들이 산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적을 뿐이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참신하고 올바른 것이 많다"며 "이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통해 회사 문화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쏘시스템은 도시의 기하학적·지형학적 요소, 인구 통계, 교통·자원 데이터 등 모든 정보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3D 가상 환경에 구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를 3D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구축해 교통, 공기 흐름, 환경오염, 소음, 도로 계획, 상하수도 시설,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을 미리 테스트할 수 있어 현실적 도시 문제를 시험·검증하게 해주고, 시민과 정부, 기업 간 협업이 가능하다. 2015년부터 싱가포르 정부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 설계를 위한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조영빈 대표는…
1997년 다쏘시스템 한국지사 설립 때 재무팀 매니저로 입사한 후 다쏘시스템과 함께하고 있다. 2004년 `에노비아` 아시아지역 총괄로 일했으며, 200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채널 마케팅 업무를 총괄했다. 2008년부터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다쏘시스템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대구에 유치해 외국인 투자 유치 유공자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으며, 3D 융합산업 확산과 산학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장비·사물을 3D 가상현실서 완벽구현…시행착오 `뚝`
다쏘시스템 `디지털 트윈` 기술
`하늘 나는 고래` 에어버스 A350 채택 디자인·시뮬레이션·제조에 활용 불필요한 시간·비용 획기적 개선
이집트 피라미드 내외부 3D로 재현 연구·교육자료로 활용하기도
10명서 시작해 매출 5조 급성장 140여개국 22만 고객사와 협업
`하늘을 나는 고래`라는 별명이 붙은 에어버스의 최신형 초대형 수송기 A350은 최초로 탄소섬유복합소재를 사용한 비행기다. 기체의 50% 이상이 해당 소재로 만들어졌다.
탄소섬유로 제작된 기체와 날개 구조는 승객들의 조용하고 쾌적한 비행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경량 소재인 탄소섬유가 광범위하게 사용돼 연료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고 더 조용하면서도 공기역학적 효율이 우수하도록 만들었다.
외부 소음을 50% 줄이고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해 기내 기압을 6000피트 수준으로 맞춰 승객의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과거 비행기는 승객을 먼 곳으로 안전하게 도착시켜주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 했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난 오늘날에는 승객이 비행기를 타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중요해졌다.
에어버스 A350은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에어버스는 이러한 혁신을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법과 도구인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활용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단일화된 데이터 모델로 디자인부터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제조, 운영까지 디지털 연속성을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을 하나의 가상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매일 최대 4000명의 엔지니어가 플랫폼에 접속해 단일화된 환경에서 원활한 의사 소통과 협업을 진행했다.
다쏘시스템의 협업 솔루션인 에노비아를 사용해 내·외부 직원 간에 정보 동기화가 빠르게 이뤄졌고 항공기 구조, 설비 시스템, 튜빙, 복합재료 부품, 전기 시스템 설계 시에는 카티아를 사용해 3D 환경에서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었다. 플랫폼상에서 시뮬리아를 통한 가상 설계 검증 활동을 수행해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제작 이후 발생하는 불필요한 변경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항공기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 단계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아주 작은 실수가 기업 존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제작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설정된 기준을 통과하기도 매우 어렵다. 당연히 많은 연구개발 비용과 오랜 기간이 요구된다.
다쏘시스템은 에어버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난 35년간 에어버스의 혁신을 도왔다.
다쏘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3D로 비행기 설계와 디지털 목업을 제작한 것이 모태가 됐기 때문에 항공 분야에 강점을 갖게 됐다. 1981년 프랑스에서 직원 10명으로 시작한 다쏘시스템은 140여 개국 22만 고객사와 협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가장 지속 가능한(The Most Sustainable) 세계 1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쏘시스템의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3D 가상현실로 구현해 기업들의 비즈니스 혁신을 도왔기 때문이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항공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설, 포장소비재, 생명과학, 조선 해양, 에너지·소재산업 등 11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다쏘시스템의 성장을 도왔다. 다쏘시스템 창립 당시만 해도 기술력은 있지만 영업력이 없었던 만큼 IBM 영업을 일임하고 제품 개발에만 매진했다. IBM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거듭한 후에는 IBM에서 다쏘시스템 영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직접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 산업의 디지털 혁신 선도기업인 메디데이터를 인수했다. 인체까지 3D로 구현하고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가상에서 모든 임상시험과 수술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봄으로써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다쏘시스템은 전통적 텃밭이던 자동차, 항공 등 제조산업을 넘어 과감한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당장 수익과 거리가 먼 혁신적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의 내·외부를 3D로 구현해 연구·교육에 활용하는 `기자 3D`, 빙하를 이용해 아프리카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아이스드림`, 태양열 비행기 `솔라임펄스2`,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인공심장 모델을 만드는 `리빙하트`,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싱가포르 3D익스피리언스시티`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다쏘시스템은 2012년 프랑스 파리의 역사(BC 52년~AD 1889년)를 3D로 구현하는 `파리 3D 사가`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취합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확하고 상세한 데이터는 화재로 소실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쏘시스템은 1929년 설립된 다쏘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다. 다쏘그룹은 모기업인 다쏘항공(Dassault Aviation)을 필두로 다쏘 팔콘 제트, 항공 관련 업체인 SABCA, Sogitec, 프랑스 일간지인 르피가로, 부동산, 미술품 경매, 샤토 다쏘 와이너리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명실상부한 프랑스 대표 기업이다.
다쏘그룹 내에서도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솔루션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쏘항공은 다쏘시스템 초기 고객으로 팔콘 제트 항공기 제작에 CAD 디자인 툴 `카티아(CATIA)`를 사용했다. 1955년에 설립된 샤토 다쏘 와이너리는 최상품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밭 배수 정비, 불량품 최소화, 병충해 관리 등 와이너리 운영과 관리에 다쏘시스템 솔루션을 사용한다.
■ 김진호 포스코건설 R&D센터장 “3D 플랫폼 적용했더니…공사 석달 단축, 사업비 7% 절감”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공장 건설때 `스마트 컨스트럭션` 플랫폼 적용 가상공간에서 사전제작 가능해져 안전재해율 0% 달성 성공했죠
지난 11월 준공돼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케미칼 천연흑연 음극재 2공장 1단계 공장(세종시 소정면 세종첨단일반산업단지). 연간 2만t 규모 배터리용 음극재 생산 규모를 갖춘 이 공장은 포스코건설이 다쏘시스템코리아와 협력해 구축한 `스마트 컨스트럭션(Smart Construction)` 플랫폼을 적용한 첫 사업이다. 엑셀과 유사한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2D 기반으로 공정 관리를 진행하던 포스코건설은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통해 3D 모델링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정보다 사업 기간을 3개월가량 단축해 19개월 만에 마무리 지었으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 컨스트럭션 구축을 담당한 김진호 포스코건설 R&D센터장(사진)은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기존에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 중심의 기술 제안이 이뤄졌다"며"플랫폼 내에서 가상 시공으로 시공성을 검증하고 플랜트 설비 레이아웃을 최적화하면서 원가를 최초 사업비 대비 7% 절감했다"고 설명했다.김 센터장은 이어 "가상에서 사전 공장 제작(Pre―fabrication)이 가능해지면서 현장에서 개별 조립하던 것을 상당수 외부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안전재해율 0%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김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건설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이 다른 산업보다 소극적인 편이다.
▷제조업은 고정된 실내 환경, 설비집약적, 자동화 생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건설업은 생산물(건축물)이 다양하고 관리자 경험에 의한 업무 수행이 많으며, 현장 중심적이면서 노동 집약적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그로 인해 시스템을 활용한 데이터 중요성의 인식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다. 또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된다. 첨단 장비 대신 인력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기술이 아닌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는 편이다
―어떤 배경에서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도입하게 됐나.
▷EY가 분석·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 중 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인 메가프로젝트 365개 가운데 64%가 프로젝트 예산을 초과했다. 73%는 사업 기간이 지연됐고 공사 초기 예산 대비 준공 시 비용이 59%나 증가했다. 포스코건설 프로젝트를 분석해보니 마찬가지로 계약 대비 준공 시 예산 초과가 다수 발생했다.
또 데이터를 하드카피로 공유하다 보니 인간적인 실수(휴먼 에러)도 발생했다. 제조업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이 활발한 반면 건설업은 현장 소장과 프로젝트 매니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2D 도면으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공사 담당자는 이해하기 쉬운 반면 발주처나 전문가가 아닌 이해관계자들은 프로젝트 계획과 진행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회사의 이익 창출과 지속 발전 경영을 위해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도입하게 됐다.
―스마트 컨스트럭션으로 얻은 효과는 무엇이 있나.
▷국내 건설사 최초로 시공 생산성 향상 기법(AWP)을 기반으로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구축해 발주처, 협력사,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 간 실시간 현장 상황과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공사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실시간 사업 관리와 시공 업무 모니터링이 가능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데이터 축적과 분석으로 프로젝트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는 오픈북 방식을 통한 공사비 투명화로 발주처와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원감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계약 시 공사비 절감분에 대해서는 발주처와 포스코건설이 나눠 갖는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