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코로나 19)
이태호
1년에 8할 정도는 새벽에 눈을 뜬다. 05시면 어김이 없다. 일어날 때까지 운다. 처음에는 시계를 탓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죄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교회로 향하는 아내의 발걸음 때문이다. 이제는 울자마자 내가 아내를 흔든다. “일어나시오. 하나님께서 부르잖아요.”찬찬히 생각해보면 아내의 기도 덕에 나의 하루는 물론, 자식들도 무탈하게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부부지간에 행복이 깃들어 평화롭다.
아내는 하나님을 만나러 갔고, 나는 침대에 누워 리모컨을 누른다. 제일 먼저 ‘코로나 19’ 현황에 대하여 눈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까지 알뜰하게 챙긴다. 지난주에는 확진자 제로라는 보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었다. 어디 그뿐인가. 전에 멈췄던 여행계획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웬 날벼락인가! 더군다나 ‘Gay’들이 드나드는 유흥주점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거야 원! 말세 임박을 외치던 목사님의 핏대가 떠올랐다.
이처럼 코로나19의 확산을 나타내는 숫자와 그래프는 불안과 안도의 바로미터다. 그 때문에 확진자의 증감 숫자는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나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벌떡 일어났다. 조금만 더 누워있겠다던 조금 전 마음이 바뀌었다. 확진 자가 세 자릿수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 이런 낭패가 있나! 달력을 보았다. 빨간색 플러스 팬의 동그라미가 특정한 숫자를 포위했다. 그날은 또 다른 그리운 얼굴들과 마주하는 날이다.
서울에서 괜찮은 횟집을 운영하는 후배의 초청장이 떠올랐다. “선배님, 이번 OB 모임은 코로나19 퇴치 기념 겸, 우리 집에서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초대장을 응시하며 적절한 혼잣말을 생각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어” 나는 다른 후배들에 비하여 그 후배를 더욱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것은 횟집 개업식 때 생선회와 무채 건으로 잠시 질의 문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생선 접시 밑에 무채를 수북하게 넣는 것을 상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후배의 답은 전혀 딴판이었다. 후배의 횟집 상호를 작명해준 장본인으로서 손님에게 정직하라는 뜻에서 말문을 연 것이었다. 결국 나의 염려는 기우였다. 반대로 알지 못했던 상식을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선배님, 무채를 밑바닥에 수북하게 깔아 놓는 까닭은 량을 부풀리거나 선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생선 지방에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EPA와 뇌세포를 활성화하는 DHA 등이 함유돼 있습니다.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는 우리 몸에 매우 좋은 영양소라고 학원에서 배웠습니다. 또한 무채는 바로 이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무채에 듬뿍 함유된 비타민 C는 이들 영양소의 산화를 막는 항산화제인 셈이지요. 생선회 접시에는 생강도 놓여 있는데, 비타민 E가 많은 생강 역시 항산화제 구실을 합니다. 무에는 또 생선을 구울 때 검게 탄 부분에 들어 있는 발암성 물질을 분해하는 옥시다아제도 들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생선회의 무채는 산화를 예방하고 염분을 흡수하며 항암 역할을 한답니다. 그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도 생선회 수요가 부쩍 늘었으며 무채를 같이 먹도록 교육하고 있답니다."
달력을 보니, 모임 날짜가 임박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선후배들을 향하여 생선회와 무채에 대한 진실을 강의할 예정이었다. 모두 건강에 민감할 나이가 아닌가. 이럴 때 아는 척하면서 후배의 氣도 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아,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감 여부가 중요한 열쇠다.
오늘따라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밉다. 내 자식 같았으면 무릎을 꿇리고 눈물이 쑥! 빠지도록 훈계할 텐데…….
첫댓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전도사님인 언니가 한참 동성애 경고 톡을 보내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유난하다 생각했는데, 엄청 많은가봅니다. 유흥을 즐기는 이는 또 왜 이리 많은지요. 아무리 젊은 때라도 절제와 자제를 모른다면 그 젊음을 무엇에 쓸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외국에 근무할 때 룸메이트가 저 애가 동성애 자라고 손가락질을 하여 별놈 다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는 30대 초반이었고 나름 개방된 사고라고 생각했는데도 게이에 대하여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시대의 젊음은 그저 자유를 외쳤는데 요즘 젊은이들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