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 중에서 신문기사에 달린 댓글을 가지고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고소를 하는 경우가 몇 백명 혹은 몇 천명까지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가 연락을 했는데, 경찰서에서 친구에게 3년 전쯤에 정치 관련 기사에 단 댓글때문에 고소되었다고 경찰서로 출두해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답니다. 그 기사와 관련하여 댓글을 쓴 사람 중에 800명이 고소되었다고 하더랍니다.
몇일 전에 신문 기사에 댓글을 썼는데 고소를 당했다면 피해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악성 댓글을 방지할 목적으로 겁을 주려고 고소를 한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3~4년 전에 작성한 기사의 댓글을 고소한 경우라면 돈을 목적으로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면 합의금을 요구한다거나, 재판으로 넘어가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의 경우 인정되는 손해배상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좀 달라 집니다.
친구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800명을 고소한 경우에 1명당 100만원 정도의 합의금 내지 손해배상만 받아도 8억원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돈이 모이게 됩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서도 최근에 대량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몇가지를 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형법의 명예훼손죄의 조문을 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야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공연히'라는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있는데, 법률용어로는 공연성이라고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공공연하게 이런 정도의 의미입니다. 대법원에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불특정이라면 다수인이 아니어도 상관없고, 다수인이라면 특정된 다수라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면 복잡하니 따지지 말고 대법원의 기준을 보겠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몇 명이 이야기를 듣던, 어떤 관계이던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다른 곳에다가 말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1명이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명예훼손이 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몇 명이더라도 다른 곳에다가 이야기를 옮길 가능성이 없으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몇 명인지 어떤 관계인지와 상관없이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에서 공연성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한 판례들을 몇 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피고인(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을 의미합니다)이 오전 10시경에 세종로에서 통행인 10여명이 모여 있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저놈은 공상당이고, 6·25때 인민군을 보내서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한 경우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들은 사람은 한 사람씩에 불과했으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피해자와 특별히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피고인이 한 이야기도 현직 지방의회 의원이면서 다음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말을 옮길 수 있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갑과 그의 처 을에게 피해자가 처자식이 있는 남자와 같이 산다는 말을 한 경우에 갑과 을이 피해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이라 하더라도 갑과 을이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로 지킬만한 특별한 신분관계는 인정되지 않아서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공연성이 없어서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자기 집에서 피해자와 서로 다투다가 피해자에게 “내가 혼자 자는 방에 들어와서 포옹을 하면 성교를 요구한 더러운 놈”이라고 말을 했는데 이 이야기를 피고인의 남편만 들었다면, 피고인의 남편은 다른데다가 자기 부인의 이야기를 전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는 전과 6범으로서 교사직을 팔아먹고 고발을 일삼는 악덕 교사이다”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피해자가 근무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제출한 경우에 학교법인 이사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학교법인 이사장이 다른 곳에 이야기를 옮길 가능성이 없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만 들을 수 있도록 귓속말로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한 경우 피해자는 자기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가능성이 없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경찰서 내에서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와 화해할 것을 권유 받던 중에 피해자가 도둑질을 하였다고 말을 한 경우에 경찰서 내에는 조사하는 경찰관 외에도 4명 정도의 경찰관이 있었던 경우라도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은 경찰관서에서 발생한 사실에 대하여 비밀을 지킬 것으로 기대되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명예를 훼손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과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피해자를 위해서 비밀을 지킬 것으로 판단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비밀을 안 지킬 것으로 판단되면 명예훼손죄가 된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1명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1명이라도 그 사람이 소문을 낼 사람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이니까 아무나 잡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하는게 좋습니다.
(박웅희 변호사 010-7511-2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