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토 辛丑日
정관 양지, 정재 묘지, 육해살
丑은 경금(편관), 정화(상관), 기토(정재)의 입고지.
“싫다 좋다를 가리는 것이 카르마 업이다. 이유를 대지 말고 그냥 해라.
하늘에 비가 내리면 자기가 가진 그릇만큼 받는다. 내가 종지면 종지만큼, 쪽박이면 쪽박만큼.
하지만 못 받아먹는 사람도 있다. 바가지 거꾸로 쓰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지금 좋다 싫다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다."
눈 뜨자마자 들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나는 바가지를 거꾸로 쓰고 비를 받고자하는 사람인가.
‘싫다. 좋다’는 핑계를 제공하고 구실을 만들고 스스로를 얽매는 습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습 자체 였다.
날을 잡은 건 아닌데 점심 때 어제 주문한 용품들이 도착해 밥 먹다말고 청소를 시작했다.
오감 중 가장 피로감이 빨라 쉽게 무뎌지는 게 후각이라는데 나는 이 후각이 늘 감각의 알파와 오메가다.
흔히 나쁜 냄새를 취(臭), 좋은 냄새를 향(香)이라 나눠부르는데
향과 취 둘이 헷갈리기도 하고 뒤섞이기도 하면서 유독히 신경이 쓰인다.
목소리가 그의 외모처럼 변주와 가식이 가능한 무기라면,
향이나 취는 인간의 쌓인 업에 뿌리를 둔 더 깊은 과거, 감춰둔 속내를 알게 한다.
공간도 다르지 않다.
영해 집으로 이사 와서 매일 쓸고 닦으며 발견한 건 크고 작은 금, 깨진 틈새, 들춰진 장판,
거기 머무는 습기와 성장하는 곰팡이, 그리고 저 깊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뿌리 깊은 냄새.
외출하고 돌아오면 문을 열자마자 집안 모든 구멍이 토해낸 습기와 냄새의 연합군이 먼저 맞아주었고
종일 화장실 문을 닫아둘 수 없었다.
낮에 방안에 있으면 화장실 배수구와 베란다 배수구에서 뿜어 나오는 좌우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는 캡을 사려고 쇼핑몰을 드나들다 일단 배수구 청소부터 해보자 싶었다.
이것저것 꼼꼼히 살펴보다 결국 가장 빨리 배송되는 제품으로 낙점했다. 뭐든 생각났을 때 해보아야하기 때문에...
아무튼 그 용품들이 하루만에 배송이 되어 먹던 밥을 던져놓고 일을 벌였다.
배수구 두 군데에 제품을 쏟아 넣고 거품을 일으켜 배수구 속 세균과 찌꺼기가 녹기를 기다렸고
그 사이 세면대와 변기까지 구멍이란 구멍은 과탄산소다와 베이킹소다, 식초를 부어 거품청소를 했다.
세탁기에도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넣어서 빨래를 돌렸다.
1시간을 훌쩍 넘긴 후 뜨거운 물을 엄청 쏟아서 배수구 청소를 마감하고 베란다 바닥도 씻어내고 빨래를 널었다.
그 부산을 떨고 나니 3시가 훌쩍 지났다. 대충 씻고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이런... 공부가 또 물 건너갔다.
설거지까지 마쳐놓고 산책을 나갔다 오니 거짓말처럼 화장실과 베란다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일시적이라고 해도 얼마나 고맙던지. 오늘은 냄새 때문에 돌아눕지 않고 잘 잘 것 같으다.
아...내일은 일을 좀 할 수 있으려나.
하늘도 땅도, 너도 나도 모를 일이다.
첫댓글 부산떨고 난후,,,..잠이 몰려온다!! 딱 저네요~
제일 컨디션 좋을때 맘잡는다고 청소하고 체력방전되서 좀 쉬고해야지하면
밥때오고,,, ㅋㅋㅋㅋ
일시적으로라도 냄새잡은거 축하드려요~ 스물스물 올라오는 그 냄새... 엄청 짜증나고 힘든데..
다행입니다~
냄새때문에 엄청 고생을 하셨네요
그나마 해결을 하셨다니 다행입니다만
청소를 해도 여름이라 다시 냄새가 날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저도 살아 보니 1층은 유난히 심하더라구요
배수구를 막아 주는 캡이 있던데
그걸 쓰니까 냄새가 거의 안나더라구요
그리고 세면대나 씽크대는 안 쓸때
물을 받아 두면 냄새가 못 올라 와서 도움이 되더라구요~
생활속 지혜의 보고이네요~~ 잘 알고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바쁘셨네요.
냄새박멸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