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법 참하지요?
오늘 마침내 달리는데 성공하고 지금은 나른하고 만족해서 잠시 쉬고 있답니다.
저의 그녀는 잔잔하게 일이 많은 열정녀랍니다.
기동력이 필요해서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지요.
자전거도 꽤 값이 나가는 건 다 알고 계신 일.
우선 당근마트에서 저렴하게 장만한 뒤, 익숙해지면 더 나은 것으로 장만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아무리 배우는 일에 거침이 없고 열정렙인 그녀라 할지라도
저와 친해지기는 그리 쉽지 않거든요.
여러 번 넘어지고 자빠지고 무릎에 멍이 들고
운동신경 무디다고 가족들의 핀잔도 듣곤 하는 눈치였어요.
물론 스스로도 '아 이렇게까지 내가 둔하다는 말인가?' 싶어
좌절감도 맛보았겠지요?
그래도 도와줄 수는 없었어요. 어떤 일에건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사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두 바퀴로 중심을 잡아 달리는 일은
달려본 적이 전혀 없는 어떤 사람에겐 기적과 같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나, 자전거로 말할 것 같으면 고급지게 말해서 '銀輪'이라 불리는 것만 봐도
바람을 가르고 풍경을 따돌리며 앞으로 달릴 때의 그 즐거움.
게다가 남의 힘, 일도 안 빌리고 시간을 주름잡을 수 있는 기능성을 생각하면
그까짓 바퀴 네 개 달린 자동차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개별적이며 자유로운
정말 사랑스러운 애마가 아닐 수 없지요.
달리는 사람을 보고 있는 타인에게까지 나눠주는 즐거움은 덤입니다.
그녀는 드디어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게 되었어요
천변을 따라 멀리까지 긴 머리 휘날리며 거침없이 달리더군요.
비틀거리던 나도 탄력을 받아 신나게 달리며 속으로 외쳤어요. 브라보!!
이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겠지요. 그때는 나를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 일이구요. 정든 것들과 이별하는 법을 나도 좀 아니까요.
사진의 내 모습만 보고도 가슴 떨리는 어떤 사람은
소녀시절 커다란 자전거로 시도하다 심하게 넘어진 뒤
포기해버린 일을 못내 아쉬워 한답니다.
그 사람은 아직도 미련이 있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
아무래도 어른용 세 발 자전거로라도 기분을 내고 싶지만
두 개의 은륜이 빠르고 눈부시게 굴러가는 그 상쾌함은 아마 얻을 수 없지 싶어요.
아, 그러니까 실패했어도 다시 도전을 했어야지요, 내 참,
그렇게 살아서 많은 기회를 잃고, 얻는 게 없었다니 자업자득입니다요.
나의 그녀가 씽씽 달리며 꿈을 펼치는 것만 해도 아,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부터 우리는 운명공동체 아니겠어요?
나의 그녀는 꿈이 많아요. 덩달아 나도 꿈이 생겼네요.
그녀의 꿈을 위해서도 열심히 달려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