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내리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입안을 헹구고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아침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저울 위에 원두 20그램을 올리고 핸드그라인더에 털어 넣은 뒤 천천히 손잡이를 돌린다.
사각사각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을 채운다.
그 소리는 어느새 알람보다 더 확실한 기상 신호가 되었다.
곱게 갈린 커피를 드리퍼에 담고 잠시 생각한다.
오늘은 점드립으로 할까, 오버푸어로 할까.
두 방식의 맛 차이는 아주 미묘하다.
점드립은 물줄기를 한 점에 집중하며 천천히 내리는 방식이고,
오버푸어는 말 그대로 물을 넉넉하게 부어 추출하는 방법이다.
점드립이 조금 더 정성스럽게 느껴져서 대개는 그쪽을 선택한다.
귀찮은 날에는 오버푸어를 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냥 하던 대로 점드립이다.
사람들은 원두의 15배 정도 되는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내 방식을 고집한다.
원두 20그램에 물 200밀리리터. 딱 10배다.
누군가에게는 진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 아침에는 이 정도가 가장 잘 어울린다.
커피가 다 내려지면 곧바로 마시지 않는다.
조금 식어가도록 두고 그 사이 토스터기에 WHITELIER 식빵 한 장을 넣는다.
빵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가
집 안에 퍼질 즈음, 꺼낸 식빵 위에 스키피 땅콩잼을 바르고 꿀을 조금 둘러준다.
혼자 사는 사람의 아침치고는 제법 정성스러운 한 끼다.
커피를 반쯤 마신 뒤에는 우유를 적당히 부어 거품기로 휘휘 저어준다.
엄밀히 말하면 라떼라고 부르기 애매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라떼다.
그렇게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마시며 아침 시간을 늘여간다.
홀아비 냄새가 배어 있는 집 안도 커피 향이 퍼지면 조금은 덜 쓸쓸해진다.
빵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여 공기 속을 맴돌고, 익숙한 풍경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 익숙함이 낯설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늘 마시던 커피, 늘 먹던 식빵, 늘 같은 식탁과 늘 같은 아침이다.
그런데도 마치 남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한 걸음 떨어져 보인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이란ㅡ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변하면 풍경도 달라진다.
오늘 아침이 딱 그런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