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4] 이소담(李小淡) - 내 인생 외길에 걸고 - 5. 전도된 인물들 - 2
1 하루는 홍인동교회 가까이에 있는 친정에 들려 “별일 없으세요?” 하고 문을 열었더니 친정아버님이 반가워하시며 들어오라 하신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할 말이 있으니 들어와” 하시는 바람에 들어가니 “나 장로, 박 장로, 미국에서 온 예일 박사 등 모두에게 다니며 말을 들어 봐도 새로운 말은 하나도 들어볼 수가 없어서 산 기도나 갈까 한다”라고 하신다.
2 그때 빠르게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버지 “지금 때가 산기도 갔다가도 내려오는 때입니다” 하니까 “내 말을 들으니 어젯밤 꿈 생각이 나는구나. 꿈에 흰 두루마기에 갓 쓴 청년이 이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에게서 빛이 나고 뒤로는 성도들이 쭉 들어와 머리를 숙이고 앉았기에 나도 머리를 숙이니까 그 청년이 지금 기도만 할 때가 아니라고 해서 머리를 들었다.
3 그리고 그 옆에 흰옷을 입고 서 있는 여인을 보고 저 노인에게 약을 드리라고 명령하니까 하얀 주머니를 열더니 흰 약봉지를 꺼내어 나에게 주는데 그 청년이 이 약을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이오 하며 그 약을 받고 꿈에서 깨었다”라고 하시면서 지금도 방 안이 환하다고 하셨다. 4 “아버지 그 약은 진리를 말함이요, 진리를 들으면 생명이 부활할 것을 가르친 말입니다” 하자 아버지 말씀이 “진리 말씀을 하는 데가 있어야지” 하신다.
5 나는 좋은 기회다 싶어, 집 앞 서울운동장 담을 끼고 가면 서울교회가 나오니 내일 아침 10시에 오시어 말씀을 들어보세요” 하자 꼭 가실 것처럼 말씀을 했지만 아버님은 60년 보수파 장로로서 신앙에는 고집 불통이었다. 부친은 서론을 듣고 오셔서 “책이 있으면 자세히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6 그 후 원리해설을 읽다가 “목사, 장로, 다 썩었다. 얘야! 흑시 문 선생이 선지자가 아니냐” 물어보시기에 “글쎄요” 했을 뿐이다. 어느 날 “통일교회가 홍인동에 하나뿐이냐?” 물으시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교회를 지어야 하겠구나” 하시더니 교회 세울 계획을 하시고 아들이 경영하고 있는 양주군 별내면 불암산 근처에 있는 1만 15평(삼화 농장) 땅 중 만여 평 땅을 손수 일꾼을 데리시고 교회 터로 닦고 유실수를 심으셨다. 7 아버지는 생활비를 줄여 먹을 것도 먹지 못하고 열 칸 집을 짓고 고생을 하시니 자녀들이 말하기를 “집 짓는 버릇이 있으시니 할 수 없어!” 이렇게 동정도 못 받고 고생하시는 뜻을 나만은 알기 때문에 “인간이야 알 수 있나, 하나님은 아시겠지” 할 뿐이었다.
8 어느 날 언니로부터 부친이 편찮아서 음식 준비를 해놨으니 가지고 가서 뵙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교회 일을 끝내고 부탁 대로 달려가 “아버지 어디가 아프세요?” 하며 머리를 짚어보니 “머리는 안 아프고 맥이 없어 그런다”라고 해서 옷장의 문을 열고 딸로서는 처음으로 새호청과 새 옷을 꺼내어 함께 모시며 일하는 이국일씨(현 교회장) 보고 갈아입혀 드리라고 하고 문 선생님 모시는 때라 교회에 일이 있어서 간다고 하니까 부친이 하룻밤 자고 가면 안 되냐 하셨지만 뿌리치고 아버지 곁을 떠났다. 문밖을 나와 ‘하나님 우리 부친 오늘 밤 지켜 주시 옵소서’ 되풀이하며 청파동 교회로 왔다.
9 다음날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드는 손이 빠른 예감으로 떨렸다. 부친이 위급하다는 말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선생님을 뵙고 싶어할 때 왜 막았으며 마지막 치맛자락을 붙들고 함께 있기를 원하실 때 왜 못 응해 드렸을까.
10 마음속으로 회개와 용서를 빌며 제발 돌아가시지 마십시오 기도하며 달려가니 이미 병풍이 둘려 있고 하얀 홑청이 씌워져 있었다. 나는 울지도 못하고 “하나님 불효 자식입니다.
11 당신의 뜻을 위한다고 육신의 부친에 대해서는 너무 불효했읍니다. 당신의 효자 이주수 장로의 영혼을 받아 좋은 위치에 세워 주시옵소서” 외람된 기도를 올렸다.
12 지난날을 생각할 때 외골수로 걸은 것 같다. 모든 것 버리고 모든 것 잃고 항상 먹는 것조차 잊고 쓰러지고 그렇게도 사랑했던 아들, 딸도 마음에서 멀어지고! 요령 있게 슬기롭게 가야지 하는 소리가 나의 귓전을 스치지만 남이야 어떻든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묵묵히 외길을 걷고 또 걸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