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발상지 남포동에서 부산극장과 함께 영화제 성장을 이끌었던 부산지역 대표 극장인 '대영시네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대영시네마 측은 오는 18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포인트 교환 절차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한국 영화계의 대부 고(故) 곽정환 회장의 부인인 원로배우 고은아(본명 이경희) 씨가 대표로 있는 대영시네마는 지난 17년간 지역의 대표 영화관 중 하나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공세 속에 영화 중심지가 서면과 해운대로 옮겨가면서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최근 민간자본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영시네마 건물은 내·외부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말 '롯데시네마 부산대영점(가칭)'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재개관할 예정이다.
초창기 BIFF 이끌던 주역
롯데시네마로 간판 바꿔
대영시네마는 옛 대영극장과 혜성극장을 합쳐 1999년 7월 '21세기형 최첨단 극장'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당초 영화관 신축을 추진하던 벽산그룹이 경영난을 겪자 곽정환 회장과 강우석 감독 등이 공동투자자로 나서, 당시로선 최신 시설의 멀티플렉스가 탄생했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멀티플렉스보다 앞서 대영시네마가 등장하면서 부산의 복합상영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상영관이었던 대영시네마는 하루 관객수가 5천 명을 넘을 정도로 전성기를 맞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경영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영시네마가 사라지면서 순수한 부산지역 향토극장의 명맥은 사실상 끊기게 됐다. 부산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부산극장은 2009년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업무제휴를 맺었고, 지금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특히 평지형 좌석 등 '옛날 극장'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본관(1~3관)이 지난해 5월 철거와 함께 신축 공사에 들어가 오는 7월께 재개관한다.
지역 대표 향토극장의 폐관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대영시네마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회사원 이 모(28·여·사하구 다대동) 씨는 "대영시네마는 학창 시절 처음으로 친구들끼리 영화를 본 곳이자 첫 데이트 장소였다"며 "향토극장이 쇠퇴하면서 옛 추억마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