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스님의 ‘가시를 거두세요’ <12> 108배 의미와 공덕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면...“일단 합시다. 108배”
법당에서 절을 해도 되고, 집에서 해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속으로 그저 부처님을 생각하며 절을 하면 됩니다. 그 자리가 바로 절을 하는 최고의 도량이 됩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부처님께 절 올리는 공덕
108배는 몸을 굽혀 절을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수행법입니다. ‘오체투지’란 내 몸의 다섯 가지 신체 부위로서 ‘이마, 양 팔꿈치, 양 무릎’을 땅바닥에 대어 부처님께 공경을 올리고 나의 몸과 마음을 낮추어 다스리는 수행입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공덕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간단히 다섯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거에 지은 나쁜 업장이 빨리 소멸한다.
둘째, 건강한 몸을 얻는다.
셋째, 잘생기고 훌륭한 외모로 태어난다.
넷째, 하늘 세계 태어나거나 사람으로 태어나도 좋은 가문에 태어난다.
다섯째, 깨달음을 빨리 얻게 된다.
번뇌를 소멸하는 방법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공덕은 이와같이 훌륭한 결과를 성취합니다. 그래서 옛적부터 수많은 수행자들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습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 존재’를 ‘중생’이라고 부릅니다. 중생은 번뇌와 망상이 있습니다. 번뇌 망상의 숫자를 모두 헤아리면 ‘팔만사천 번뇌’라고 부릅니다. 팔만사천 번뇌를 줄이면 ‘백팔 번뇌’라고 부릅니다.
중생이 가지고 있는 백팔 번뇌를 하나하나 다스리고 소멸한다는 뜻으로 불교에서는 ‘108배’ 수행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108배를 늘리면 ‘삼천배’ 수행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하루 동안에 삼천 번 절을 하는 것입니다. 빨리하면 6시간이 걸리고, 보통 사람은 10시간 안팎이 소요됩니다. 삼천 번을 앉았다 일어서니 결코 쉽지 않은 수행입니다.
‘삼천배’는 과거에 출현하신 천 분의 부처님과 현재에 출현하는 천 분의 부처님과 미래에 출현하실 천 분의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는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수행입니다. 수많은 불자들이 부처님께 간절히 절을 올려서 큰 공덕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책으로 써도 다 말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체험담을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불자의 108배
과거에 어느 여성 불자님이 있었습니다. 불자님은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손가락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며 병원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지만 관절염이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손가락의 염증이 온몸에 퍼져 갔습니다. 악성 관절염으로 도저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걸음조차 옮기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괴로움에 몸을 떨고 마음이 피폐해진 불자님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였습니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눈을 떴는데 울고 있는 남편과 초등학생인 자식을 보며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자살시도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친척 언니가 찾아왔습니다.
“너 이미 한 번 죽었다 생각하고 나 따라서 저기 산속에 있는 암자로 가자. 그곳에 큰스님이 계시니 그분께 찾아가자.”
그렇게 언니를 따라서 간 곳이 김천에 있는 ‘수도암’이었습니다. 수도암에는 법전 큰스님께서 머무르고 계셨습니다. 몇 년 전에 입적하신 법전 큰스님은 해인사 방장으로 주석하시고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셨습니다.
당시 수도암에는 마을까지만 차가 들어가고 수도암까지는 차가 다니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30분이 걸리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걸음조차 옮길 수가 없었던 불자님은 마을 청년에게 부탁하여 지게에 업혀서 수도암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큰스님 앞에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제발 살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다는 것
가만히 말씀이 없던 스님께서 한마디 툭 던지셨습니다.
“오늘부터 108배를 해라.”
불자님은 그 자리에서 기겁을 했습니다. 걷지도 못해서 수도암까지 업혀왔는데 108배를 하라고 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스님, 저 죽습니다. 108배 하다가 저 죽습니다.”
큰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절하다가 죽어라. 죽을 마음으로 절을 해라. 108배를 목표로 절을 해라.”
불자님은 할 수 없이 큰법당에 가서 절을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언니가 부축을 해줘서 절을 하는데 겨우 두세 번 절을 하고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어쨌거나 입을 악물고 열 번 가까이 절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탈진했습니다.
간신히 열 번조차도 절을 못 채우는 상황이면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포기했을 겁니다. 그런데 불자님은 매일 절을 올렸습니다. 한 번 절하고 쉬고, 두 번 절하고 쉬고, 몇 번 더 절하고 쉬면서 겨우 겨우 절을 올렸습니다.
절을 하면서 엄청 울었다고 합니다.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숫자를 늘려가며 입을 악물고 울면서 절을 했다고 합니다. 3개월이 지났을 때 드디어 혼자 힘으로 108배를 성공했다고 합니다.
108배, 천배 그리고 삼천배
108배를 성공한 불자님은 다시 수도암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30분 오르막길을 조금씩 걸어서 혼자 힘으로 도착했습니다.
108배를 성공한 불자님을 앞에 두고 큰스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 봐요. 하니까 되지?”
그리고 스님이 숙제를 내주셨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천배를 해라. 그리고 삼천배를 목표로 꾸준히 절을 해라.”
이토록 기가 막힌 말씀에 불자님은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스님. 하겠습니다.”
불자님은 생각했습니다. 불과 3개월 전에 자기가 이 몸뚱이로 혼자서 108배를 할 수 있을지 장담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하고 하다 보니 결국에는 108배를 성공했듯이 반드시 천배, 삼천배 성공할 수 있으리라.
불자님은 매일 절을 했습니다. 조금씩 숫자를 늘려가며 절을 했습니다. 법당에서도 절을 했고 집에서도 절을 했습니다. 그저 묵묵히 절을 하였습니다.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불자님은 처음 절을 시작하고 3년 후에 ‘일만 배’의 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하루 동안 일만 배 오체투지를 성취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토록 괴롭혔던 관절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방울이 바다를 이루듯이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믿기 힘든, 그러나 분명히 실제로 있었던 오체투지의 가피이야기입니다.
당시 수도암 선원에서 정진하셨던 선배 구참스님은 밤새워 일만배 절을 올리던 그 불자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놀랍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일단 108배부터 시작합시다. 법당에서 절해도 되고, 집에서 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집에서 절을 할 때에는 마음속으로 그저 부처님을 생각하며 절을 하면 됩니다. 그 자리가 바로 절을 하는 최고의 도량이 됩니다.
삼천배와 일만배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108배부터 시작합시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흙먼지가 모여 태산이 이루어집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절하기가 어려운 분들은 염불부터 시작합시다. 결국 하나로 통합니다. 어떤 방법으로서 수행하든지 꾸준히 닦고 정진할 뿐입니다.
광우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상임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