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잃어버린3년 (하)

[레저프로한기홍]

2008년 11월 28일 (금) 07시 30분  이닝

LG의 잃어버린 3년, 이순철에게 돌을 던져야 할까? (하)

이상훈의 트레이드나 FA를 선언한 유지현(유지현은 2004년 1월 30일 결국 1년 계약의 구단 제시안에 도장을 찍었다.)을

외면한 것은 분명히 이순철의 작품은 아니었다. 비록, 적극적인 가담자였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에 불과했다.

애초에 그의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연으로 참여한 작품의 후유증이 상당했다.

당장 선수단의 분위기가 딱 '개판 5분전'이 된 것이다.

2004년 FA로 팀을 떠나는 김재현은 당시 '아 상훈이형이나 지현이형을 대하는 것을 보니

나도 결국은 저렇게 쫓겨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팀의 리더가 비참하게 팀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을 수 없는 노릇이다.

" 그 양반은 2군에서 맡은 역할만 하면 된다. "

이런 팀 분위기 와는 상관없이 이순철은 매우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한다.

이순철이 전지훈련에서 모토로 내세운 것은 '무한 경쟁'이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경쟁을 각오해야 할 선수의 이름을 꼬집어 이야기를 했다.

" 유지현이 주전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고...단지 "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도록 하겠다.

" 정도면 충분할 것을 이순철은 굳이 구단의 계획을 실현하고 말겠다는 자신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이순철의 성격이 상당히 집요하고 직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순철의 성격과 연관이 된 일화가 두 가지가 있다.

부임 후 팬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이순철은 김용수 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이상군 코치를 영입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 그 양반은 2군에서 맡은 역할만 하면 된다. " 라고 대답을 해서 팬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김용수는 이순철의 2년 선배다. 더군다나 LG의 간판스타 출신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김용수의 존재가 불편했다고 하더라도 팬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2004년 일본 전지훈련에서 일본인 사회인 야구팀(오키나와 제철)과 연습경기를 앞둔 이순철은

" 나무 방망이로 맞붙으면 우리와 상대가 되겠는가? 당신들은 알류미늄 방망이를 쓰라 " 며

아마추어팀인 오키나와에 배려(?)를 해줬다. 결과는? 17-15 엄청난 난타전 끝에 LG가 패배를 했다.

괜히 만용을 부렸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순철은 매우 직설적이었고 자존심이 강했지만, 현실 인식에 있어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2004년 LG는 시즌 초반 2위권을 내달릴 정도로 선전을 했다. 신임 감독 이순철은 성공적인 데뷔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6월이 지나면서 8연패를 당하는 등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시즌 6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LG가 부진에 빠져든 원인은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마운드에서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이승호가 다시 왼쪽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고,

이동현 역시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8월 이후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추역할을 해줘야 한 투수 두 명이 중도에 빠져나간 것. 이병규, 이종열, 박경수, 최만호 등

야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부상과 함께 주축선수들의 잇따른 부진도 골칫거리였다.

이상훈의 빈자리를 대신할 것이라 믿었던 진필중은 극도의 불안한 피칭을 선보이며

전반기도 마치지 못한 채 2군으로 떨어졌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부상(브라이언 쿠퍼)을 당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알 마틴)을 보였다.

결국 이순철은 무엇을 해볼 겨를도 없이 데뷔 첫 해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성적을 떠나 이순철은 이미 그해 겨울 저질렀던 '원죄'와 더불어,

시즌 초반부터 유지현을 1군에서 제외시킨 채 2군으로도 내려 보내지 않고 1군 선수들 배팅 볼을 던지게 하는 등,

팬들을 자극하는 일들로 이미 공공의 적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유지현은 타 구단의 러브콜을 거부했고 그해 10월 유니폼을 벗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마저 개떡 같았으니 비난을 피할 수가 없었다.

데뷔 첫 해부터 이미 수많은 안티를 만들어 낸 이순철. 그러나 '이순철의 첫해가 차라리 낫다'라고

생각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2005년 LG는 '콩가루 집안'이었다

이순철의 2년차 시즌인 2005년은 불행한 시즌이었다.

2004년 11월 2일, LG는 홍현우와 이용규를 KIA로 보내고 이원식과 소소경을 받아들이는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이용규가 스프링캠프에서 왜 쫓겨나게 되고 이순철의 미움을 받았으며 트레이드 이후 어떤 선수로 자라게 되었다'

따위는 여기에서 거론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소소경과 이원식을 받아온 이유다.

" 2군에서 뛸 투수가 부족해서 데려왔다. " 이순철은 선수를 보는 안목과 선수단 운영에 대한 마인드에 대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5년 LG는 더 좋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다. 전년과 같은 6위였지만 54승 71패(1무)로 승률이

고작 0.432였다. 1996년 이후 최악의 승률. 성적도 엉망이었지만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이순철이 선수들과 1년을 함께 하면서 어떤 숨겨진 일들이 저질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를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선수들에게서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동수는 2007년 좋은 성적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 예전에는 실책을 하거나 찬스에서 헛방망이질을 하고 나면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이순철)감독님이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을 하니 선수들도 말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아 이제 나도 2군으로 내려가겠구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러다보니 불안해서 성적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김재박)감독님이 기죽지 말라며 박수를 치시고 파이팅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후배들도 응원을 해준다. 덕아웃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잘해서 감독님께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아마도 좋은 성적과 연관이 되는 듯하다.

" 비단 최동수 뿐만이 아니라 이런 식의 인터뷰를 2007년 LG 선수들은 숱하게 했다.

2005년 7월 2일 KIA전 9회에 구원 등판한 김민기는 연속안타를 내주고 강판 당하자

투수 코치에게 공을 넘겨주는 대신 홈 플레이트 뒤편 그물에 던져버리고 마운드에서 내려가 버렸다.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항명'을 한 것이다.

결국 다음날 2군으로 떨어진 김민기는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9월에야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그해 부상을 딛고 복귀한 김민기는 일관성이 전혀 없는 등판 타이밍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조인성 역시 주장을 맡았음에도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2군으로 쫓겨나기도 하는 등

2005년 LG는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었다. 팀 캐미가 완전히 무너졌는데 성적이 좋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김민기는 2007년 후반,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할 때 LG 투수들을 이끌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독려를 하면서 팀 분위기를 이끌어 준 투수다.

조인성은 2007년 '감독님을 위해 우승을 하고 싶다'고 대놓고 인터뷰를 한 선수다.

무엇이 그들을 달라지게 만들었을 까. 2005년 당시 LG가 콩가루가 된 원인은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선수들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인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감독의 리더십 부족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선수가 실수하면 감독이 덕 아웃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투수는 맘에 안드는 교체를 한다고 공 집어 던지고,

주장은 감독 맘에 안든다고 설렁설렁 거리며 뛰지 않은 팀.

팬들은 하루 종일 팀 공식 사이트에서 감독 퇴진 릴레이로 도배를 하는 팀. 바로 2005년 LG 트윈스의 모습이었다.

이순철은 2005년 시즌이 끝난 후 KIA에서 마해영, 최상덕, 서동욱을 받고 장문석, 손상정, 한규식을

내보내는 3-3 트레이드를 하는 '자살 트레이드'로 LG 팬들의 사랑에 보답을 했으며,

2006년 팬들은 심히 민망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으로 이순철의 사랑에 화답을 했다.

결국, 이순철은 2006년 6월, 임기를 반년 남겨놓고 스스로 옷을 벗어야 했다.

이순철이 떠난 후 LG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꼴찌를 했다. 그러나 팬들은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아마도 이것이 이순철의 2년 반이라는 시간에 대한 LG 팬들의 평가일 것이다.

이순철은 감독이 되자마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욕먹을 일을 자청해야 했고,

시즌이 시작되면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더군다나 믿었던 놈들은 하나같이 부진하고,

유망주들은 제자리 걸음에 팬들은 욕만 해댔으니 분명 지독히도 운이 없었다.

그러나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트레이드를 성급하게 단행하는 무식함과 역대 프로야구 감독 가운데 최악에

가까운 투수 교체 타이밍, 선수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빵점짜리 리더십,

상황에 대한 부족한 이해력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LG의 잃어버린 3년을 만든 장본인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쓰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왜 그에게 돌을 던지냐고?

이 글을 시작하면서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능력이 팀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당신이 야구 감독의 영향력를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이순철은 팀을 말아먹은,

비난받아야 마땅한 감독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이다. 과연 이순철이 아니었다면, LG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까?

당시 LG의 전력과 프론트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이건 매우 곤란한 질문이다.

그럼 이순철이 없었다면 LG의 잃어버린 3년은 없었을까? 솔직히 이것 역시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순철에게 돌을 던져야 할까? 지금 내가 돌을 들고 있다면 주저 없이 돌을 던질 것이다.

이순철이 LG의 3년을 혼자 다 말아먹은 것도 아니고, 이순철이 아니라도 LG가 3년을 잃어버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놈이 왜 그에게 돌을 던지냐고?

당장의 10승을 더 거두기 위해 팀의 미래와 거래를 하는 감독은 절대로 박수 받을 수 없다.

비록 10번을 더 패하더라도 그래서 참기 힘든 비난을 받더라도 팀의 미래를 위해 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순철은 20패를 더 당하면서도 팀의 미래를 망쳐놓았다.

이것은 돌이 아니라 총을 맞을 짓이다. 이순철은 잃어버린 3년을 만들어서 돌을 맞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릴 10년을 만들려고 했기에 돌을 맞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면, 그래서 억울했다면 설령 30패를 더 당하고

매장을 당하더라도 미래를 만들어 놔야 했다. 그러나 이순철은 하지 않았다.

'야구 감독'이라는 영광스런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그렇게 쉽게 내려놓기가 억울해서...

어떤이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았던 팀.

그 소중한 미래를 자신의 일신을 위해 거래를 했다.

미래를 보려하지도, 볼 능력도 없었던 감독.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세월은 너무도 비참했다.

도대체 이제 LG를 어떻게 되돌려놔야 하는 것인지, 과연 이것이 회복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불안감. 그 악몽 같은 기억에서 자유로워 지지 않는 한,

내게 돌이 있다면 절대로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이순철이 빼앗아간 소중한 추억과 이순철에게

농락당한 서글픈 미래를 향하여 주저없이 돌을 던지리라.

LG의 잃어버린 3년... 이순철에게 돌을 던져라.

[티엔 www.inning.co.kr]

[그랜져사랑(김성국)]

ㅎㅎㅎ 저는 야구에는 문외한이라소 잘 모르지만 야구에 대한 한기홍 게시판지기님의 열정이 가득한 글 인것 같습니다.

[진수민]

^^ 잘 읽어보았습니다 ~!

[정양수산(김창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