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건 네팔 카투만두 타멜 이라는 도시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숙소에서였다
안나푸르나BC 트래킹을 하고 에베레스트 BC 트래킹을 하기 전에 여성산악회 회원들을 만나 하이얏트 호텔에서
고상돈 3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1977년 고등학교 때 미도파 백화점에서 처음 본 에베레스트 원정대 사진
생각이 나서 김영도 회장님이 한국말로 말을 하고 영어로 번역이 되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 감동적으로 바라보았던
30년 전의 하얀산을 오르는 그들의 뒤 모습과 빨간 바지와 파카...'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곳이 없다"는
녹음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던 온통 눈 덮힌 산을 오르던 시원한 사진들을 떠올렸다.
크래바스라는 골이 깊게 파인 빠지면 위험 할 수도 있다는 곳을 은색 하얀 사다리를 걸어 올라가던
사진이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30년의 지나가버린 시간을 생각 했었다.
식이 끝나고 숙소에 와서 고미영씨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가는 길은 작은 비행기를 타고 스튜디어스가 주는 솜으로 귀를 막고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사탕이 다 녹을 무렵 루클라 공항에 도착한다"는 말을 했다
그 후 잠실 커피숍에서 준비해 간 인터뷰 내용을 물으며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고
어느 날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자고 해서 몇명이 함께 갔던 그녀의 집에 운동기구와 상패와 트러피... 컴퓨터
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밤을 새우며 이야기 하다 새벽녘에야 잠시 눈을 붙였던 날... 함께 걸었던 겨울의 석촌호수...
아직도 웃는 모습이 생생한데...
관악산을 가다가 우연히 만나서 같이 내려오던 그날
"어려운 벽을 만났을 때 힘들다는 말을 안 해요 뒤 따라 오는 후배들이 겁먹을 까봐"라던 씩씩한 고미영씨
이렇게 서둘러 떠날 줄은 몰랐다
남아 있는 사람들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처음에는 정말 맥이 없었다.
처음 '기도 해 달라'는 문자가 와서 잘못 온 줄 알았었다
다음에 온 문자에는 '캠프2 직전에 추락했다'는 말에 씩씩하게 일어나 웃으며 오는 드라마를 생각했었다
"파키스탄은 낮에는 덮고 밤에는 엄청 추워 살아 있다면 그렇게 있지는 않아" 손귀하 언니는 이렇게 말을
했고 “처음에 간 헬기가 고장 나서 고처야 한데 거기가 험한 지역이어서 파일럿은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부에서 안된다는말을 들었다
그녀의 빈소에 영정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은 변경시키거나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동전의 양면같은 삶의 끝에 놓여있는 죽음 그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어쩔수 없는 신의 영역이어서 그녀의 밝고
씩씩했던 웃음을 대신해 복도 끝까지 늘어선 하얀 국화를 보았다
라인홀트 메스너의 '벌거벗은 산'이라는 책에 낭가파르밧의 산에서 그는 동생 권터를 잃었고
우리는 멋진 여성 클라이머 이자 늘 웃는 우리가 사랑했던 씩씩한 알피니스트를 잃었다
첫댓글 가슴에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