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경비를 못내서 초교때 서울과 고교때 설악산은 가지 못했다. 남은 병아리떼는 자습을 했다. 마음만은 흥분되어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엄마의 손때 묻은 김밥, 삶은 계란, 땅콩, 고구마에 아이스깨끼 사먹으라며 주신 오원, 십원짜리 종이돈 똘똘 말아 안주머니에 넣었다. 꼭 선생님 뒤만 따라 다니라는 당부의 말씀은 흘려듣고,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은 주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영동선 기차를 갈아타고 강릉역에 내렸다. 경포대와 오죽헌을 돌아보며 신사임당, 율곡을 생각하고 동해바다를 향해 나는 더 큰 사람이 되겠노라고 고함을 질렀다. 메아리는 없고 날카로운 파도소리 웅장하다.
설악산 흔들바위, 토왕성폭포, 신흥사, 육담폭포 구름다리 ...
골골이 명승유적지 뿐이다. 돌아보니 피곤해서 졸린다.
어느새 코를 골다가 깨어보니 여기저기 책상에 머리박고 조는 친구들, 만화책, 소설책, 잡지 보는 친구들이 보인다.
그때 다짐하기를 다음엔 내 스스로 돈 벌어서 설악산도 가고 제주도에 가고 외국에도 가겠다고. 그러나 강릉 경포대는 몇 번 다녀왔지만, 46년이 지난 아직도 설악산은 가보지 못했다. 새해엔 꼭 가보고 싶다. 옛 고교시절 친구들의 흔적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