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이재명의 ‘제3자 뇌물죄’, 박근혜 때보다 범죄구성요건 더 크다
朴에 적용한 ‘경제공동체’론 없이도 李 부정청탁·대가성 증명 가능… 위법성·책임성 등 명확
거물정치인 소환 前 강력한 증거 확보는 檢 불문율…부패 척결 위한 법 집행 의지가 중요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하면서 ‘이재명 리스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혐의는 제3자 뇌물수수죄다.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 진영은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제3자 뇌물죄의 경우보다 이 대표의 범죄구성요건이 더 크다고 말하고 있다.
◇ 제3자 뇌물죄의 법리
형법 제130조에서 규정하는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약속한 때 성립하는 범죄다.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되는데, 뇌물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특가법에 의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처벌된다.
제3자 뇌물죄의 법리는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재판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리됐다. ‘제3자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한다. 즉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
또 ‘부정한 청탁’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가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해 대가를 교부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의사 표시가 없더라도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 표시로 가능하다.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그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그 전부에 대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해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어야 하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는 뇌물이 실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박근혜 사례’, ‘이재명 사례’
성남FC 사건은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 소재 병원 부지 3000평을 상업용지로 변경하고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을 면적을 전체 부지의 15%에서 10%로 낮추는 대신 줄어든 5%에 해당하는 56억 원을 성남FC에 후원금으로 지급하게 한 사건이다. 당시 성남FC 구단주는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였다.
쟁점은 두 가지. 성남FC가 제3자인가 하는 점, 그리고 성남FC의 후원금 지급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로 볼 것인가 하는 점. 첫 번째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시의 예산이 지원되는 산하기관 성격의 성남FC 당연직 구단주였다는 점에서 성남FC는 제3자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후원금은 기부채납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3자 여부는 법적 평가의 문제다. 별도 법인인 성남FC가 제3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16년 7월 법령을 개정해 기부채납을 현금으로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두산건설의 후원금 제공 결정은 그 이전에 이뤄졌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죄에 관한 한 성남FC 사건의 ‘이재명 사례’가 국정농단 사건의 ‘박근혜 사례’보다 오히려 더 큰 범죄구성요건을 갖는다는 견해가 나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과 최서원 씨 사이에 오간 뇌물수수의 구체적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당시 내세운 논리가 ‘박근혜·최서원 경제공동체’론이었다. 그런데 검찰 고소장에 따르면 이 시장은 두산건설 등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금 지급을 사전에 인식했을 뿐 아니라 계획했다. 범죄구성요건 해당성이나 위법성·책임성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정청탁과 대가성
이 대표 측은 성남시의 일자리와 세수 증대를 위해 시장의 권한을 합법적 범위에서 활용한 것이라며 부정청탁과 대가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할 때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多寡), 수수 경위와 시기, 직무집행의 공정, 사회의 신뢰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두산건설은 2010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자금 마련에 나섰고 의료시설 부지인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추진했다. 두산건설은 2014년 10월 용도변경이 될 경우 사옥 신축 시 1층 일부를 성남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제공하거나 성남FC에 후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관련 부지는 1991년 두산그룹이 72억 원에 매입했는데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용도변경을 거치면서 2022년 기준 1조 원이 넘는 가치로 평가받는다.
한편 두산건설의 후원이 있기 직전인 2014년 11월 성남FC는 ‘세입 성과급 운영계획’을 마련해 광고 유치 시 유치금액의 10∼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성과급의 90%는 성남FC 대표와 직원들에게 집중됐다. 이 대표는 2015년 7월 용도변경을 허가하면서 “두산이 시세차익만 챙긴다면 건축허가 취소는 물론 지은 건물을 철거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제반 사정들이 부정청탁과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는 토대가 된다.
‘우회 후원’ 방식도 수사 대상이다. 제2 사옥 건축이 현안이었던 네이버는 2015년부터 2년간 후원금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단법인 희망살림(현 롤링주빌리)에 40억 원을 후원하고 희망살림이 그중 39억 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지급하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성남FC나 희망살림을 이용한 후원금 지급과 성과급의 사용처 수사 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은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이재명 뇌물죄’가 될 수도 있다.
◇ 수사 전망
검찰이 유력 대선 주자이자 현직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할 때엔 그만한 준비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소환 요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가 완벽히 갖춰졌을 때 한다는 게 검찰의 오랜 불문율이다.
이 대표가 계속 출석에 불응할 경우 검찰은 조사 없는 불구속기소보다는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구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법 앞의 평등과 부패 척결을 위한 검찰의 일관된 법 집행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종민 /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문화일보
■ 용어설명
‘경제공동체’는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 논거. 박근혜와 최순실은 경제공동체여서 적극적 논의나 뇌물의 귀속 여부와 관계없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것.
‘국정농단’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사건. 2016년 10월 관련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돼 박근혜 탄핵소추와 기소 및 형 확정으로까지 이어짐.
■ 세줄요약
제3자 뇌물죄의 법리 : ‘제3자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 즉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으면 인정되며, ‘묵시적 의사 표시’로도 성립 가능.
‘박근혜 사례’, ‘이재명 사례’ : 성남FC 사건은 이재명이 기업 인허가 제공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의혹 사건. 법조계에서는 박근혜에게 적용됐던 경우보다 李의 범죄구성요건이 더 크다고 말함.
부정청탁과 대가성 : 거물정치인 소환 前 강력한 증거 확보는 검찰의 불문율.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을 종합 고려할 때 李의 부정청탁과 대가성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