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증권사 계좌 중 지난해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을 확정한 계좌의 잔액은 작년 말 기준 46조56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36조4365억원으로 -3.4% 감소하였습니다.
물론 전체 개인 계좌의 잔액은 345조6349억원에서 361조3957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지만 국내 주식 큰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유동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주식을 매수하는 서학개미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누군가는 한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면 어떡하냐고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 같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필립피셔 그리고 워렌버핏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한 '가치투자'가 한국에서는 거의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투기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밸류에이션 대비 가치가 상승하기 보다는, 이상한 테마만 덕지덕지 붙어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허다할 뿐이죠.
게다가 수시로 발생하는 자회사 물적분할 이벤트, 대주주만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 등 개인투자자에게 1도 혜택이 없는 소수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폐습만 가득합니다.
이러니 그 누가 과연 한국 증시를 떠나는 개미투자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놈의 금투세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면서 투자자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적으로 뭘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지난 9월 24일 민주당에서 금투세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열고 말한 것을 보고 좀 경악했습니다.
토론회에서 한 의원이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이 있으면 인버스에 베팅하면 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금투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시제도와 미국의 공시제도를 비교하면 정말 압도적인 차이가 납니다.
또 기업에서 터진 문제 사이즈를 보면 미국에선 바로 깜빵행인데, 우린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개선방안은 아주 미비하죠.
끝으로 카카오만 보더라도 이게 얼마나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다 쪼개놓은 걸 보면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흔들어집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문제만 봐도 참.... 두산밥캣 주주였던 외국인 투자자 션 브라운 테톤캐피털 이사는 한 세미나에서 “날강도 당한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제 생각엔 현재의 정부 또는 앞으로 출범한 새로운 정부들이 아무리 밸류업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쳐지지 않는다면 K-디스카운트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