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화 < 2024년 11월 10일 나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
종종 우리는 자신의 욕구나, 자신이 믿는 정의,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등등 그럴만한 다양한 이유로 화를 내지만, 자칫 잘못 화내는 습관을 들이면 분노 조절 장애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제대로 화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오복음에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 사이들을 꾸짖으시며 강하게 화를 내십니다. 예수님께서 는 그들을 ‘눈먼 인도자’, ‘윗자리를 좋아하는 자’, ‘겉과 속 이 다른 자’ 등 위선자라고 꾸짖으시고, ‘회칠한 무덤’, ‘독 사의 족속’이라고까지 하시며 열불을 토하십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선택받았고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거룩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왜 그들에게 그토 록 화를 내셨을까요?
복음은 다른 구절에서도 예수님을 연민의 정으로 가득 찬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지니신 동시에, 종종 분노하 시는 분으로 묘사합니다. 그분은 성전에서 환전상을 내쫓 으실 때 하느님의 진노를 보여 주셨습니다.(요한 2,13-15 참 조) 또한 안식일에 누군가를 치유하신 것에 대해 적대자들 이 시비를 걸자,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 야 하지 않느냐?”(루카 13,16) 하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화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셨습니 다. 안식일에 병을 고치시는지 당신을 지켜보는 이들을 ‘노 기 띤 얼굴로 둘러보시고’(마르 3,5 참조) 슬퍼하셨습니다. 예 수님은 잘못된 행위에 대항해 화를 내셨기에 그분께서 내신 화는 올바르고 정당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화를 올 바로 사용하라고 하셨지, 금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마태 5,22)라고 말씀하신 것도, 적개심에서 비롯되어 살인까지 유발하는 화를 멀리하고 정당하게 내야 할 화와 그렇지 않은 화를 구분하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예수님 께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셨습니다. 일종의 ‘친근감 있는 화’입니다. 가령, 그분은 예루살렘 입성을 준 비하시며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대해 말 씀하셨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자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태 16,23)고 하시 며 화를 내셨습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유혹을 물리치고 고 통스러운 결정을 따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화를 풀어 악마에게 발붙일 기회 (틈)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에페 4,26 참조) 될 수 있는 한 빨리 논쟁과 싸움을 해결하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죄가 되는 행동이나 적개심을 품은 화를 내버려 두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면 인간관계를 망치기 쉽습니다. 화를 표현할 때는 늘 인내와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화가 선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성령께 도우심을 청해야 합니다
- 문종원 베드로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