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후퇴한 경영 도덕성 윤리 회복해야 정도 경영 가능
[기획] 다단계판매 어디로 갈 것인가? - <4>
2023년 대한민국에서 영업하는 모든 다단계판매업체의 매출이 발표됐다. 업계의 매출을 일괄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수년째 고수해오던 5조 원대 매출이 깨진 것이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8.4% 떨어진 4조 9,606억 원을 기록했다. 금액으로 보면 4,560억 원이 감소한 것이다.
전문적이지 않은 전문 경영인
매출의 증감은 세계 경제 동향에 따라서도, 국내의 정국에 따라서도, 때로는 기업의 다양한 사정에 의해서도 변동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매출이 빠진 원인에 대한 해당 기업의 분석이 없다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는 것은 대책 또한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 경영인이 전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단계판매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국제 정세나 경제 동향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영자 및 임직원이 사업자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매출과 수입이 직결되는 사업자들이 사업 부진에 대한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훨씬 더 깊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다 답변을 내놓는 사람들도 “코인 때문에, 불법 업체 때문에, 조합 때문에, 공정위 때문에…” 등등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코인을 비롯한 불법 업체는 다단계판매가 없었던 시절에도 존재했고, 다단계판매가 호황이던 시절에도 공제조합과 공정위는 또한 존재해 오지 않았던가.
최근 모 업체에서 지사장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지사장 및 임원급 인사들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쉬고 있는 지사장급 인사도 적지 않고, 또 최고 경영자를 꿈꾸는 임원급 인사도 많지만 기업의 수는 그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현직 지사장으로 재직중인 사람들이 일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는 “저조한 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말이 좋아 최고경영자이지 의식은 그저 월급쟁이 정도의 수준이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역량은 떨어지고 부패에는 관대
또 다른 복수의 관계자들은 “과거에 비해 경영자 및 임직원의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들에 따르면 “다단계판매가 신사업으로 각광받던 시기에는 한진그룹, 효성그룹, 진로그룹 등등 대기업이나 타업종의 전문분야에서 훈련된 재원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다단계판매밖에 모르는 주니어들이 나이만 먹은 꼴”이라는 것이다.
현장의 리더 사업자들도 옛날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옛날에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다단계판매와 유통을 바라보는 경영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매출이 떨어지면 프로모션을 내거는 게 경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며 “영업과 매출을 운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인다.
이와 함께 과거보다 부패에 대해 너그러워졌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옛날이라고 부패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의 경영자들은 부패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단계판매업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한 리베이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려고 경영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경영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업계 전문 경영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고 우려한다.
모 업체의 리더 사업자는 “지사장이 바뀌면 덩달아 택배 업체도 바뀌고, 부자제납품업체도 바뀌고, 심지어는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이 투명해지고 맑아졌는데 우리 업계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글로벌 기업의 이상한 채용 문화
또 다른 회사의 리더 사업자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본사의 채용 방식과 채용 과정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원래 어떤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용할 때 가장 정확한 방법은 그 사람에 대한 주위의 평판을 듣는 것인데 글로벌 기업에는 그런 문화가 없는 것 같다”며 의아해 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입사 이후 지속적인 재교육을 통해 임직원의 역량을 키워주고, 경제 현실 특히 다단계판매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 교환이 필요한데 요즘은 이러한 과정들이 생략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한 발전할 수가 없는데, 선장 격인 경영자가 재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거나,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성향이라면 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드물게 임직원 교육에 심혈 기울이는 업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상위 업체에서는 정기적으로 또는 특정한 이슈가 발생할 때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을 공유한다.
모 업체의 경우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가 하면 리더 사업자 또는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사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지 듣는 시간을 갖는다. 이 회사의 경영자는 “우리 회사와 평생을 함께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 속에서는 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직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경제 동향이 어떠한지, 그와 함께 다단계판매는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등에 대해 듣고 있어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선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임직원들은 회사의 매출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얼마나 먼 거리를 오가는지, 고객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지 알아야 사업자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업체의 경영자는 “심혈을 기울여 교육을 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직하는 직원이 생기면 힘이 빠진다”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하게 체득되는 교육은 경영자 자신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꽤 많은 보스를 모셨지만 회삿돈에 손대지 않는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못 봤다. 회삿돈에 손 안대는 것이 오히려 충격적이어서 그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동일한 보스를 지칭한 또 다른 경영자 역시 “짧은 시간 그분과 함께 일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보스”라는 것이다.
모 업체의 임원은 “안타깝게도 그와 같은 보스를 이야기하는 임직원보다는 보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털어놓는 임직원이 더 많다는 게 어쩌면 지금 다단계판매업계가 부진에 빠진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출처 : http://www.mknews.kr/?mid=view&no=40612&cate=A1&page_siz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