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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 1,2> - 오비디우스 지음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오비디우스는 고대 로마의 시인으로 중부 이탈리아의 아르무치 중의 술모나에서 출생했다. 그는 부유한 기사 계급 집안 출신으로 일찍 로마로 유학하여 관리가 되기 위한 필수교육인 수사학과 웅변술을 배웠다.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이 부친의 소망이었으나 본인은 법률 공부보다는 시작이나 화려한 사료를 즐겨, 법정 변론을 하려 해도 “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문화의 중심지인 그리지 아테네로 유학하고 로마에서 한때 관직에 올랐으나, 결국에는 시작(詩作)에 전념하였다. 문인들을 후원하는 메살라 코르비누스에 발탁되어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하였고 티불루스 등의 시인 서클에 가담, 당시 유행했던 엘레게이아 풍의 연애시로 필재를 휘둘러 명성을 얻었다.
<변신이야기>는 전체 행수가 1만2천행 정도 되는 전15부로 된 서사시로 약250편의 변신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지창조인 카오스와 신들에 관한 부분(1부~6부), 영웅들과 인간에 관한 부분(6부~11부), 트로이 전쟁과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부분(11부~15부)으로 나뉜다. 우주의 혼돈에서 시작하여 카에사르의 암살로 끝나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신의 세계에서 신의 복수라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가지며 변신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를 몇 개로 꼽자면 변신, 시, 은유, 사랑 따위를 들 수 있겠다. 저자는 피타고라스의 사상, 즉 만물은 변화하되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과 영혼도 담긴 그릇에 따라 변화하는 윤회설을 이 책의 철학적 기조로는 삼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둔갑이나 변신과 같은 요술 같은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진다.
예를 들어 뤼카온은 이리가 되었고, 칼리스토는 곰이 되었고, 오퀴로에는 말이 되었고, 입을 잘못 놀린 바투스 노인은 돌이 되었고, 악타이온은 사슴이 되었고, 박쿠스 신을 농락한 뤼디아 뱃사람들은 돌고래가 되었다. 나르키소스는 수선화가 되었고, 클뤼티에는 해바라기가 되었고, 뉘오스의 딸들은 박쥐가 되었고, 륀코스는 살쾡이가 되었고, 미네르바에 도전한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었다. 이렇듯 <변신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변신과 관련된 일화가 소개 된다. 그렇다면 저자는 변신 키워드를 통하여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 책은 크게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 트로이 전쟁, 로마의 건국으로 이루어진다. 변화라는 모티프를 가지고 로마 건국과 저자를 고국으로 소환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절대군주에게 '당신은 위대한 신의 후예'라는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은 '아! 로마는 신의 후예가 건설한 나라이구나!'라는 감탄이 아닌 변화를 다루는 신화 그 자체를 읽는 일이다.
신화는 은유로써 삶을 보여준다. 신화 자체가 무에서 유가 창조되고, 변화무쌍한 우주와 대자연의 신비, 나아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감정들을 은유로써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변화'라는 화두에 많은 예화와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다.
2. 나를 확장시킬 책속의 내용
<<변신이야기1>>
P21
그리스어 <크로노스>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은 족족 잡아먹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크로노스의 이러한 속성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
P38
시간이 좀더 흐르자, 은혜로워라, 신들의 뜻이여, 지아비가 던진 돌은 남자의 형상을 얻었고 지어미가 던진 돌은 여자의 형상을 얻었다. 우리가 힘드는 일도 수나롭게 해내는 강인한 족속인 까닭은 이로써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근원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므로.
P39
이 수많은 피조물 중에는, 종자에서 갓 빚어진 것도 있었고, 살아나 마악 기어 나오려 하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아직은 다 만들어지지 못해 사지가 온전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몸의 일부는 생명체인데 나머지는 흙덩어리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이러한 피조물들은, 온기와 습기가 알맞게 아울리는 환경에서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P88
곰 모습을 하고 있는 칼리스토는, 아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한 발짝만 접근하면 아들의 창이 날아와 꽂힐 터였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 이 아르카스와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는 이 모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아들로 하여금 살모의 대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즉, 돌개바람을 시켜 아들을 빈 하늘로 올리게 하고 다시 이들을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별자리로 박아준 것이었다.
P107
<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러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아글라우노스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애써다고 하더라도 소리는 체 길을 찾아 올라오지 못했으리라. 곧 목이 석화했고 이어서 입술이 굳어졌다. 아글라우로스는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실은 석상처럼 가만히 앉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석상이 되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석상이 되었는데도 돌의 색깔은 거무튀튀했다. 검은 마음의 물이 들어 그런 색깔로 변하게 된 것이다.
P109
사랑을 성취하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지배자인 이 유피테르가 어떤 유피테르던가. 끝이 세갈래로 찢어진 벼락을 던지면 태우지 못할 것이 없는 유피테르, 고갯짓으로 능히 만물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유피테르가 아니던가. 그런 유피테르가 대신의 위엄을 팽개치고 소의 모습을 빌려 둔갑하고는, 다른 소에 섞여 풀밭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P118
이렇게 선 도시가 바로 테바이다. 카드모스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함으로써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는 마르스와 베누스 사이에서 난 딸과 혼인했다. 카드모스의 아내는 아들 딸을 여럿 낳아 집안을 융성케 했다. 이 부부의 아들 딸도 손주를 여럿 낳아주었다. 이 사랑스러운 카드모스의 후손들은 집안을 화기애애하게 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P133
이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숲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코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당연하다. 나르키소스는 이로써 에코의 사랑을 농락한 셈이었다. 물의 요정, 숲의 요정, 그리고 수많은 동남동녀들을 그렇게 했듯이 나르키소스는 이 에코까지 박해한 것이었다.
P133
나르키소스로부터 박해받은 이들 중에 하나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희가 그를 사랑했듯이,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고서, 하시되 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하소서, 이로써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하소서”
P138
관이 준비되고, 화장단이 마련되고, 불을 붙일 횃불까지 만들어졌지만,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요정들은 그의 시신 대신 흰 꽃잎이 노란 암술을 싸고 있는 꽃 한 송이를 찾아내었다. (수선화)
*수선화의 꽃말 : 자기사랑
P160
뜨거운 사랑과 죽음의 손길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나무여, 이미 내 사랑의 주검을 보았고 곧 내 주검을 내려다볼 나무여, 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 주세요. (오디)
P160
이 나무의 열매, 그러니까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가 익으면 검붉은 색깔로 볂는 것은 신들이 이 티스베의 기도를 들은 증거요, 화장단에서 나온 두사람의 뼈를 한 골호에 넣은 것은, 부모님들의 이 티스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한 증거라는 거야.
*뽕나무의 꽃말 : 못 이룬 사랑
P168
“어떻게든 네가 하늘을 보게 하고야 말겠다” 그러자 신주에 젖은 레우코토에 몸이 스르르 녹으면서 주위로 향기가 퍼져나갔다지. 이윽고 그 흙에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 언덕 위로 가지를 뻗는데…… 이 나무가 바로 유향목이다.
P169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도 이 꽃송이만은 태양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려. 클뤼티에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태양신에 대한)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던거야. (해바라기)
*해바라기의 꽃말 : 숭배, 기다림
P223
프로세르피나는 틈만 나면 이 풀밭으로 나와 오랑케꽃이나 백합을 꺾었지. 이날도 프로세르피나는 동무들과 함께 나와 동무들을 이기려고 열심히 바구니와 앞치마에 꽃을 따담았구나. 플루토는 이 프로세르피나를 보는 순간에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왜? 쿠피도의 화살을 맞았으니까. 플루토는 염치불구하고 이 처녀를 납치하기로 마음먹었지. 무서워라, 쿠피도가 부리는 손속!
P239
내가 남을 칭송하는 것이 어찌 내가 칭송을 받는 것만 하랴. 칭송을 받는 것도 좋지만 신들의 권능을 업신여기는 것들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일이지……
P278
판디온의 두 딸은, 도망치다 말고 문득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에게 날개가 생긴 것이었다. 이들 중 하나는 숲으로 날아들어 갔고 또 하나는 지붕 밑으로 날아들어갔다. 지붕 밑으로 날아 들어간 새의 가슴에는 살인한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진홍빛 핏자국으로 남아 있었다. 슬픔에 잠긴 채 복수를 서둘던 테레오스 왕도 새가 되었다. 머리에는 깃털로 된 긴 볓이 돋고, 부리가 칼날만큼이나 긴 새가 된 것이다. 금방이라도 싸우려는 것처럼 무장하고 있는 듯한 이 새를 사람들은 후투티라고 부른다.
P283
메데이아는, 낯선 청년 이아손을 도와주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 할 터이라 이아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과 싸웠다. 그러나 메데이아의 이성도 감정과 마찬가지로, 이 뜨거운 사랑의 불길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P288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이러는 것은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사랑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랍니다. 내가 그대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위업을 이루시고 돌아가시게 되거든 나와 한 약속을 잊지 말아주세요.
P308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아들을 되찾게 된 것을 기뻐하는 아이게오스 왕의 마음 한 구석에도 근심이 한 자락 남아 있었다. 적국 크레타왕 미노스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노스 왕에게는 막강한 군대와 막강한 전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 군대와 전함도 아들 안드로게오스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미노스 왕의 집념만큼은 강하지 못했다.
P335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이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드리려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불길 사이로도 지날 수 있고, 칼의 숲 사이로도 지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서 단 한 올의 머리카락만 잘라내면 된다. 내게는 황금보다 더 소중한 단 한 올의 머리카락. 이 보랏빛 머리카락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므로. 이 머리카락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것을 나에게 베풀어줄 것이므로
P346
얼마나 높이 솟았는가 하면,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솟아올랐다. 그러자 밀랍이 녹았다. 밀랍이 녹았는데 깃이 붙어 있을 리 없었다. 이카로스는 맨팔 맨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깃 없이 사지만 허우적거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를 부르며 바다로 내리박혔다. 이 바다는 이때부터 그의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었다. 졸지에 자식을 잃어 이제는 아버지라고는 불릴 수 없게 된 팔자 기박한 아버지가 자식을 불렀다.
P347
다이달로스는 이 생질을 질투하여 미네르바의 거룩한 성채 위에서 아래로 떠밀었다. 다이달로스는 이렇게 생질을 죽이고도 사람들에게는 아이가 발을 헛디뎌 성채 아래로 떨어졌다는 말을 퍼뜨렸다. 그러나 원래 지혜로운 인간을 사랑하는 팔라스 여신은 성채에서 떨어지는 이 아이를 중간에서 받아 새로 둔갑하게 했다. 즉, 떨어지는 아이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게 한 것이었다. 머리 회전이 빨랐던 그는 이로써 새가 되되 날갯짓과 발이 빠른 새가 되었다. 이 새는 그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P371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변신이야기2>>
P24
오, 사투르누스의 따님이신 유노 여신이여. 제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 마음껏 보고 즐기소서. 높은 데서, 고통받는 저를 내려다보시되, 그 심술이 가라앉을 때까지 마음껏 보소서. 제 팔자가, 제 적인 여신까지 불쌍하게 여겨야 할 만큼 기막히다면 실컷 보신 연후에 제 피를 말리는 이 고통, 이 몹쓸 영혼을 거두어 가소서. 저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죽음입니다. 이 죽음이야말로 서자인 저에게 주시기에 알맞은 선물입니다. 제가, 저 신전을 이방인들의 피로 물들이던 부시리스를 죽였다고 내리시는 상이 이것입니까?
P34
결국 여신께서는 이 갈란티스의 두 팔은 앞다리가 되게 하시고, 그 모습을 바꾸어 놓으셨어. 그 몸에 돋아난 털빛깔만 머리 빛깔인 금발 그대로 두고 말이다. 갈란티스는 족제비가 된거야. 갈란티스는, 입으로 거짓말을 해서 내가 무사히 아기를 낳게 하지 않았니? 그래서 여신은 갈란티스로 하여금 입으로 새끼를 낳게 하셨어.
P58
참으로 불가사의한 이 사랑, 이같이 기묘한 사랑에 빠진 나는 장차 어떻게 될까?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는 줄을 그 누가 알랴?
P69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린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P77
아폴로 신은 이 소년을 꽃으로 환생하게 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설움을 그 꽃잎에 아로새겼으니 휘아킨토스의 꽃임에 ‘아이’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P95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P95
화살촉에 찔리는 순간, 인간의 아름다움에 반해 버린 이 여신은, 자기 성도인 퀴프로스 섬의 아름다운 해변에도 가지 않았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파포스에도,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크니도스에도, 광물이 많은 아마토스에도 가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하늘에도 올려가려 하지 않았다. 하늘보다는 아도니스가 좋았던 것이다.
P107
이 말에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의 피에다 향기로운 넥타르를 뿌렸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도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여기에서 핏빛 꽃이 피어났다. 꽃 모양은, 외피가 종자를 싸고 있는 석류꽃과 흡사했다. 그러나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P131
어릴 때 아버지의 동굴에서 익히 보았는지라 저는 잘 압니다. 바람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것이랍니다.
P152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 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P167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말이네, 보는 눈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
P192
아이아스는 자신이 유피테르 대신의 4대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유피테르 대신이 어디 한두 집안의 조상입디까?
P193
다시 말하면, 우리의 가문을 보고 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용기로써 이루어낸 업적으로 평가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P210
트로이아의 공주인, 아름다운 <카산드라>를 말한다. 이 카산드라는 아폴로의 총애를 받고 예언하는 능력을 얻었으나 끝내 몸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폴로로부터,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빼앗겼다. 따라서 카산드라의 예언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가 오래전부터 트로이아 전쟁을 예언했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카산드라는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에 숨어 있다가 소 아이아스에게 발각되어 능욕당하고 본토로 끌려갔다가 퀼뤼타임네스트라 손에 죽었다.
P220
베누스가 인간인 안케세스와 사랑을 나누자 유피테르 대신은 안키세스에게, 만일에 여신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누설하면 큰 벌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키세스는 이 비밀을 누설했다가, 유피테르의 벼락을 맞는다. 안키세스는 베누스가 이를 막아 준 덕분에 목숨은 가까스러 건지나, 이때 벼락을 맞은 일로 평생 힘을 쓰지 못하는 불구자로 살게 된다. 여기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영웅 아이네이아스다. 그리스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는 별로 중요한 인물로 다루어지지 않은 이 아이네이아스가, 후일의 로마 신화에서는 신화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 것은, 바로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아 유민을 끌고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 로마 건국의 기틀을 닦게 되기 때문이다.
P227
카륍디스는 아시다시피 소용돌이로배를 감아들여 바다 밑까지 끌고 들어갔다가는 다시 토해내는 무서운 괴물이고, 스퀼라는 허리에 개대가리가 주렁주렁 달린 괴물이다. 이 스퀼라는 그런데도 얼굴만은 처녀의 얼굴을 하고 있다.
P242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P275
뿔이 달린 강의 신은 여신의 명에 따라, 아이네이아스의 몸에서 죽음이 앗아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씻어 내고는, 영생에 필요한 부분만 남겨 두었다. 베누스 여신은 아들의 몸을 정죄하고, 신들이 쓰는 향수를 뿌린 뒤 그의 입술에다 달디단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발라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이리하여 신이 되었다.
P292
헤라클레스가 소떼를 끌고 가죽 장화 같이 생긴 반도 남단에 이르렀을 때 수송아지 한 마리가 바다로 도망쳤다. 이 땅의 말로 수송아지는 <비탈리아>였는데 이 땅 이름인 <이탈리아>는 바로 이 <비탈리아>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전설이다.
P295
‘사모스 사람’은 오늘날 우리가, 퓌타고라스 학파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 퓌타고라스를 말한다. 오비디우스가 쓴 이 책에는 ‘퓌타고라스’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원전 550년 전후에 사모스에 태어난 퓌타고라스는 기원전 530년에 사모스를 떠나 크로톤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크로톤의 과학자’로 불리는 그는 젊은 시절에 이집트 승려들, 동방박사로 유명한 페르시아의 마기, 인도의 바라문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가르친 메템프쉬코시스(윤회설)는,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에서 안키세스로부터 배운 것과 일치한다. 수(數)는 만물의 근본 원리이며, 침묵을 사랑하고 살생을 삼갈 것을 가르친 그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비디우스는, 이 퓌타고라스의 철학, 특히 영혼 윤회설에 관한 가르침을 장황하게 소개함으로써 이 <변신이야기>의 철학적 기초를 돋보이게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P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중략)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P301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땅은 색색의 꽃을 한 아름 안고 봄을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년 중에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의 겨울이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
P302
이와 같이 우리의 육체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오늘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 속에 있던 시설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세세한 손길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이 너무 비좁아 우리가 몸부림치면, 자연은 우리를 우리의 집에서 텅 빈 공간으로 밀어냅니다. 날빛 아래로 태어난 아기는 연약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아기는 짐승처럼 사지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또 이 시기가 지나면 아기는, 떨리는 다리, 불안정한 다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섭니다. 옆에 무엇이 있으면 잡고서라도 말이지요. 그러다 튼튼한 다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재빠른 다리로 세상을 달립니다. 이윽고 청년을 보내고 중년을 보내면, 우리는 노년에 이르는 비탈길, 인생의 황혼으로 통하는 내리막길에 서게 됩니다.
P302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서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는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P312
여신의 아들이시여, 제 예언을 귀담아들어주십시오. 그대가 살이 있는 한 트로이아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대는 이 땅에 떠나게 됩니다. 불과 칼이 그대에게 길을 내줄 것입니다. 그대는 트로이아 부활의 상징과 더불어 먼 길을 여행하여 마침내 그대의 고향이나 그대가 지키던 트로이아보다 그대를 더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이국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내 눈에 그 이국의 땅이 보이는 듯 합니다. 과거에 보았던 어떤 땅보다 넓은 땅, 지금 우리가 아는 어떤 땅보다 넓은 땅, 앞으로 우리가 알게 될 어떤 땅보다 더 넓은 땅이 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다를 지도자들도 그 땅을 차지하려고 나설 것입니다만, 이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율루스의 핏줄에서 태너나는 지도자뿐입니다. 그만이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나타나면 땅도 그를 찬양할 것이고 하늘도 그를 찬양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 세상을 떠나 하늘에서 영생할 것입니다.
P329
카에사르는 당신의 나라에서 신이 되신 분이다. – 영/줄리어스 시저. 즉 ‘카이우스 율리우스 카에사르’를 말한다.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율루스의 자손. 따라서 이 족보는 베누스 여신에게 닿는다.
P329
마르스 신의 직분인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정치에도 능하신 이 분께서 새로운 별, 즉 새로운 혜성이 되신 것은, 이 분께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고, 평화 시에는 많은 업적으로 쌓으셨으며 엄청난 명성을 얻으셨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다. 카에사르의 공적 가운데 이 분을 아드님으로 삼으신 것 이상으로 빛나는 공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아드님’은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되었던 ‘아우구스투스’를 가리킨다. 카에사르의 조카였던 아우구스투스는 카에사르의 유언에 따라 그 대를 잇게 된다. 즉 저사 오비디우스는 이 아우구스투스에게 대를 물린 것이야 말로 카에사르가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오비디오스는 이 황제의 비위를 건드려 먼 땅으로 유배되어 있을 동안에 이 책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의도적으로 카에사르의 후계자인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미화하고 있는 것 같다.
P332
점술사들이 잡은 짐승의 간은 그 윗부분이 크게 상해 있어서 국가의 변란이 생길 것이라는 점괘를 보여주었다.
P333
베누스여 네가 관심하는 카에사르는 운명의 서에 기록된 삶을 다 살았다. 이 땅에서 살게 되어 있는 햇수를 다 채웠다는 말이다. 카에사르는 이제 죽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죽어서는 신이 되어 하늘에 오르게 되어 있고, 인간은 신이 된 카에사르를 위해 신전을 세우게 되어 있다. 카에사르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게 되며 아버지를 살해한 자들과 복수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가 되면 우리를 제 편으로 끌어넣어 싸우게 된다. – 아우구스투스는 카에사르의 양자가 되고 그 이름을 물려받아 ‘카이우스 율리우스 카에사르 옥타비아누스’가 된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로마황제는 ‘카에사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된다.
P334
내 카피톨리움이 있는 로마를 저의 카노푸스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위협이 하릴없구나. 로마 장근의 아내가 된 그 땅의 여왕은 이 장군의 약속을 과신하다가 패망한다. –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의 아내가 되엇다가 로마 군의 침공을 받아 나라와 지아비를 잃고는 자살하게 되는 일
P335
신이 된 율리우스는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아들이 하는 일이 자기를 앞서고 아들의 영광이 자기 영광 이상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는 흡족해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백성들이, 자기의 이름을 아버지 율리우스 카에사르의 이름 앞에 세우는 것을 금했다. (중략) 아가멤논이 그 아버지 아트레오스보다, 테세우스가 그 아버지 아이게오스보다, 아킬레오스가 그 아버지 펠레오스보다 더 유명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P335
유피테르 대신은 천궁과, 우주의 삼계를 다스리시고 아우구스투스께서는 이 땅을 다스리신다. 이 두 분은 모두, 그 다스리시는 세계의 아버지시자 지배자이시다.
P336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 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이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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