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聖者가 된 아기보살
-장덕천 시인을 추모하며
홍순갑
늘 미소 지었어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언제나
낮은 자리로 옮겨 앉았지요.
자신을 앞세우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단지 들판 위로 한가로이 부는
산들바람이나 되려 했어요.
뜰 가득 내려쬐는 오후의 고요한
햇살이고자 했어요.
목마른 나무 위로 솔솔 내리는
가랑비나 되자 했어요.
평생 그랬어요.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았어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
다른 이에게 하소연 하지도 않았어요.
삶 속 분노조차 다독여
강물에 흘려보냈지요.
아픈 상처는 가슴에 꼭 끌어안았어요.
영혼으로 빚어낸 수많은 시들이
밤하늘별처럼 반짝여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듬는
당신은, 성자가 된 아기보살이어요.
첫댓글 홍순갑 선생님, 원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