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97. 토종 닭
앞 집에서 어느 날, 닭을 세 마리 사 왔다.
잘 생긴 수탉 한 마리와 날렵하게 보이는 암탉 두 마리이다.
며칠 동안 발목에 긴 줄을 매어 큰 나무에 붙들어 두었다.
눈 앞에 보이는 먹이를 쪼아대며 자꾸만 걸어나가려 한다. 발목이 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매번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아마 한 2 주일 쯤 그렇게 같은 자리에 붙들려서 주는 먹이를 받아 먹었나보다.
그들이 자유를 얻었다.
빌리지 내의 넓은 뜰과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며 연신 발로 휘젓고 주둥이로 뭔가를 찍어 먹는다. 세 마리가 늘 같이 다닌다.
수탉은 아주 큰 소리로 목청껏 울고 암탉도 이따금씩 크게 꼬꼬댁거린다.
알을 낳았다는 소리같은데 알은 보이지 않는다.
얕으막한 곳에 알을 낳을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주고 그 속에 폭신한 종이 부스러기 등을 넣어 주었는데도 한 번도 암탉이 그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잠은 또 어디서 자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닭 세 마리를 빌리지 안의 모든 가족들이 관심있게 지켜본다.
어느 날 저녁 어둠이 내릴 때 현관 앞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앉아 있는데 남편이 저쪽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내게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쓸어진 채 되살아난 우리 집 잭푸릇 나무 위로 수탉이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다.
그 나무는 누운채 완만하게 일어선 나무라서 일부러 가파르게 날아오르지 않아도 된다. 가만가만 살금살금 걸어 올라가니 그 뒤를 따라 암탉 두 마리가 같은 걸음걸이로 뒤따른다. 약간 높아진 나뭇가지로 옮길 때 날갯짓을 하며 꼬꼬댁 거린다.
잭푸릇 잎새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자 아주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이다. 어느새 사방은 완전히 어둠에 잠겨버린다.
앞 집 Mr 정이 싱글벙글이다. 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우리 옆집 교수님네 화단, 벽과 꽃나무 사이에서 여덟 개의 알을 발견했다고 한다.
먹이는 앞집에서 먹고 잠은 우리 나무에서 자고 알은 옆집에서 낳는다. 참 웃긴다.
잭푸릇 나무가 우리 침실 쪽이라 새벽 3시 반이면 어김없이 울어대는 바람에 내가 잠이 깨어 버린다. 게다가 잭푸릇 나무 밑엔 하얀 닭똥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 아래쪽에 잭푸릇 열매가 이미 달렸는데 닭똥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내일 쯤엔 봉지를 싸 주어야 할까보다.
게다가 어제밤부터는 또 암탉 한 마리가 화단가에 틀어박혀 앉아 알을 품기 시작한다.
21 밤이 지나면 예쁜 병아리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암튼 이건 경사이긴 한데 지금은 건기지만 우기가 오면 닭똥 냄새며 파리는 어쩔 건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그 때가서 볼 일이고 우선은 신기하고 재미 있다.
첫댓글 필리핀 닭도 우리 이곳 닭과 생김등이 같네요.
알은 누구 소유인가요?
장닭 신세가
그 동네에서는 최고 같구먼유….
껄 후렌드 첩까지 양 옆에 끼구설랑….
병아리 떼로 온 동네를 메울 참이 구먼유…
두 암닭과 꿈같은 밤을 지 새우고
세벽마다 … ‘’잘 잤어.. 인간들아 !! 일어나 어서들 …‘’로
홰를 치며 울어 제끼는디 ….여기가 천국이구 먼여 …ㅋㅋㅋ…
새벽 닭 …우는 소리 들은지가 70년은 족히 되는것 같구먼유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