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안전확보 시급하다
‘민식이 법’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강화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에서는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통학로 주변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등 시행을 앞두고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안전시설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주거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육지원청,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인 어린이보호구역 안전대책 수립이 더딘 것만 같아 학부모들의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 9월, 충청남도 아산시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9살 어린이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길 건너에서 피해 아동의 어머니와 동생이 사고 현장을 목격했고, 가족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 이른바 민식이법이 발의되었고, 본 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말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처벌 조항이 다른 법률에 비해 과도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에 위와 같이 처벌하는 건 아니다.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다.
해운대지역 스쿨존과 단속카메라 현황 (사진출처 : 부산일보)
● 해운대구 어린이보호구역 과속단속카메라 턱없이 모자라
‘민식이법’에 따라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카메라를 달아야 한다. 하지만 부산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비율은 8.1%에 불과하다. 100% 설치하려면 3년 이상이 걸릴 상황이다. 해운대구의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율은 부산시 평균보다 더 낮아 5.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율이 가장 높은 중구(36.3%)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해운대구 좌동과 중동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이 30개 가까이 되지만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신도초등학교와 동백초등학교 단 두 곳뿐이다. 우동에는 대략 15개 전후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있지만 과속단속카메라는 아예 한 곳도 없다. 과속단속카메라가 없다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과속을 해도 사실상 적발할 방법이 없다.
우동 해림초 횡단보도 앞 불법 주·정차 차량
●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도 근절해야
우동에 있는 해림초등학교 앞 도로는 왕복 3차로이다. 학교 앞으로 1차로가 지나고, 학교 맞은편으로 2개의 차로가 있다. 차들이 막힘없이 지나가도 좁은 길인데, 하교 시간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학교 교문 양옆으로 횡단보도가 있지만 하교 때 학교를 나서는 어린이를 태우고 가려는 승용차와 학원차량들이 교문 앞으로 늘어서 있는 통에 지나는 차량들은 횡단보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교통신호와 제한속도만 잘 지키면 되겠지만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갑자기 정지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면 아무리 느린 속도로 가더라도 아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교문 근처에서 승용차 승하차를 금지하기는 힘들다. 교문 주변 인도를 따라 무단횡단을 방지하기 위한 펜스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부모의 등·하교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도 있기 때문에 등·하교시 승용차 사용을 문제 삼기도 어렵다. 또한 학원차량들의 경우 정해진 승차 공간이 없어 교문 앞 주·정차를 금지한다면 학부모들이 직접 학원에 데려다줘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를 강력하게 단속함과 동시에, 학교와 구청,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어 학생들이 안전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승하차 구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의 특정지역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전용 정차구역 도입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 시 과태료가 2배로 가중 부과된다. 사진은 좌동 양운 초등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
● 해운대구와 해운대교육청이 스쿨존 정비에 적극 나서길
3월 시행되는 ‘민식이법’에 앞서 각 지자체들은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통학로 주변 교통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해운대구청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 안내표지판, 과속방지턱 관리 실태, 옐로카펫과 안전펜스 점검 등을 시행하고,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필요한 곳을 찾아 법 시행 전이라도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산시는 2022년께 모든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한다. 통학로 안전을 위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늘리는 것에 모두 공감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탓에 계획한 기간까지 설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정된 법률의 취지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위해 적은 예산으로도 실행할 수 있는 교통안전 대책들이라도 먼저 추진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학교와 유치원의 건물구조나 주변 교통환경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 학교에 맞는 교통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학교와 관계기관, 학부모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이다.
좌동 양운초 배움터지키미 봉사자들
/ 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