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니체의 말(超譯ニ-チェの言葉)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초역(超譯)이란 원문의 형식이나 문체 등에는 거의 구애를 받지 않고 원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독자에게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또는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번역자 자신의 지식과 문장력, 표현력을 총 동원하여 독자 중심으로 하는 번역문이다. 가장 상업적인 번역문으로 흥미위주의 출판물 번역에 주로 활용하는 번역을 뛰어넘는 번역법이다.
<초역 니체의 말>은 니체의 글 중에서 명언을 담은 책이다. 니체의 책은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 독자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 시라토리는 ‘초역’을 통해 니체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초역’은 번역방법 중 하나로 일본의 ‘아카데미 출판’에서 발명한 번역 방법으로 상표 등록이 되어 있기도 하다. 번역에 종류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라면 ‘초역’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책의 구성은 한 페이지에 니체의 말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그 출처가 적혀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자신에 대하여, 2장 기쁨에 대하여, 3장 삶에 대하여, 4장 마음에 대하여, 5장 친구에 대하여, 6장 세상에 대하여, 7장 인간에 대하여, 8장 사랑에 대하여, 9장 지성에 대하여, 10장 아름다움에 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의 사상가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20세기를 연 문제적인 철학자이다. 1844년 독일 레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니체의 조상은 폴란드 계라고 알려져 있다. 5세 때 목사인 아버지를 사별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집에서 자랐다. 14세에 슐포르타 기숙학교에서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고 1864년 본 대학에 진학하여 신학과 고전 문헌학을 공부했다.
1865년 스승인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겨갔으며, 그곳에서 바그너를 알게 되어 그의 음악에 심취하였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함으로써 철학적 사유에 입문했다. 28세 때 최초의 저작 『비극의 탄생』을 펴냈으며 이 저작에서 니체는 아폴론적인 가치와 디오니소스적인 가치의 구분을 통해 유럽 문명 전반을 꿰뚫는 통찰을 제시한다.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재직중이던 바젤 대학을 퇴직하고, 이후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요양지에 머물며 저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1888년 말부터 젊었을 적 얻었던 매독이 발전되어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니체는 이후 병마에 시달리다 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가 사망한 해인 1900년은 특별한 상징을 지닌다. 19세기를 마감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20세기를 새롭게 연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니체의 작품 세계에서 대표작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위치는 각별하다.
잠언 형식의 아포리즘이 니체 저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아포리즘의 절정이다. 하이데거는 니체를 적극적 니힐리스트로 규정하였고, 푸코는 권력-지식 담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니체는 고정된 가치에 회의적이었고, 특히 기독교적 덕목을 혐오하였다. 니체 사후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니체에 대한 숭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책속으로>
027 두려움 때문에 동조하는 사람
타인의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모든 이가 깊이 사고한 후 지지나 동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소외되길 염려할 때 동조한다. 혹은 대중 속에 섞여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을 때 동조한다. 어떤 이유이든 그에는 두려움, 일종의 공포심이 내재되어 있다. ---p.45, 「Ⅰ. 세상에 대하여」
042 한결같은 환대는 불신의 다른 얼굴이다
언제 찾아가더라도 늘 융숭한 대접으로 당신을 환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환대는 당신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환대는 아직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적신호일지 모른다. 무조건적인 환대란 상대편의 적의를 마비시키기 위한 경계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당신을 진심으로 신뢰한다면 과장된 환대는 필요치 않다. 완전한 친구로 받아들이고 안심함으로써 경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p.63, 「Ⅱ. 인간에 대하여」
074 불안한 자는 사랑받길 갈구한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자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스스로를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현재의 자신에 대해 강한 불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이대로 괜찮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p.98, 「Ⅲ. 자신에 대하여」
128 상대를 상처 입히고 싶다면
무엇을 위해 상대를 헐뜯는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인가.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굳이 입을 더럽혀가며 목청 높일 것도 없다. 과장조차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p.159, 「Ⅵ. 말에 대하여」
207 자신이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방랑과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방랑하는 것이다. 평원을 지나 험준한 산줄기를 수없이 넘어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거치고, 계곡물에 발을 적시고, 차가운 별빛 아래를 걸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마주할 것이며, 많은 것을 체험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언제나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것뿐이다. 자신이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p.243, 「Ⅷ. 삶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