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해반에 김치로 연명할 때 김치를 가져다준
누나가 고맙고, 컴퓨터가 고장이 났는데 픽업해서 해결해준 지인이 고맙습니다.
추석날 아빠 안부를 물어준 우리 딸 예주가 눈물 나게 보고 싶고 고맙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돼야할 텐데 빚만 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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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된지 10년 쯤 된 것 같은데 제 관심사가
된지는 체 몇 년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어제 매형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스크린 한
게임을 한 후에 알-콜까지 갔습니다. 분명 내가 누나네 들어올 때는 자고 있었고만
샤워를 한 후 거실에 들어와 보니 매형이 안주를 만들고 있고 누나는 소파를 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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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 누워있습니다. 김빠진 소주에 맥주를 섞어 먹다가 무슨 얘기가 나와서 제가 40년
전 누나의 모습을 증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누나는 한 번도 직장을 안 다닌 적이
없었고, 월급을 타면 생활비에 우리들 파카를 사줘서 잘 입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우리들의 형님누나들이 독일로 간호사도 가고 광부를 가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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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말입니다. 제 얘기가 꽤 길었는데도 매형이 경청하더니 누나가 어느 날인가 월급을
잃어버려 집에 가지 못했는데 엄마랑 큰 누나가 찾아와 돈 달라고 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그때 느꼈을 누나의 암담한 절망감을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합니다. 미안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압니다. 그때도, 어 그제도, 엄마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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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엄마랑 전화 통화 한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딸의 입장
보다 당신 생각을 먼저 한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사람이 자기 맘을 몰라주는 것처럼
속상한 것도 없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상처를 주지만 그중에
스킬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주는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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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상처의 파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니 상상 그 이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기도 하고,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까운 만큼
데미지가 크다는 것입니다. 한 시간을 넘게 이야기 하는 동안 누나가 자는지 마는지
듣고만 있었고, 우리가 나가서 2시간가량을 이야기 하는 동안 누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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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 매형이 갑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애들 엄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제는 내가 애들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든지, 이혼을 하고
새 출발을 하든지 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사는 것은 비겁한
남자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매형이 식구로 편입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이렇게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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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처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아빠본색’ 이라는 프로그램을 거의 다 보았습니다. 작가(김 성원 외 7명)가 인문학을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박 경식 피디가 롱런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김 구라, 김 영호, 김 흥국, 이 창훈 편을 하나도 안 빼고 다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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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정으로 김 영호 씨가 하차 하긴 했는데 그 양반이 빵집을 운영하면서 딸들과
소통하는 부분은 인상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김 흥국 씨에게 내 마음이 꽃혔습니다.
김 흥국은 골수 해병대와 축구광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그가 히트 곡 2개로 가수협회장을
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러기 아빠인 김 흥국이 딸내미(김 주현)랑 손잡고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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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센터를 찾아 갔습니다. 주현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아빠와 친밀감이 없다고
상담사가 말할 때 내 가슴이 다 철렁하던데 김 흥국이가 창백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마음은 아는 사람만 알지요. 존재감 없음은
죽음만큼 힘든 상태입니다. 저는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김 흥국이나 구라를 무조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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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김 구라는 인텔리젠트 맞고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흥국 이는 진실한 남자이고
반드시 가족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우리시대의 아빠로 저는 흥국을 응원합니다.
검사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식당을 향하던 중 주현이가 아빠에게 “검사 받은 것은 어땠냐”
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 흥국은 “너에 대해 몰랐던 걸 알았다. 더 잘 해 줘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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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데요. 그러자 딸내미가 “나 말고 엄마한테 잘하세요. 내가 커서 엄마랑 아빠 둘이
살게 됐는데 사이가 좋지 않으면 되겠냐? 엄마에게는 아빠 밖에 없고 아빠에게도 엄마
밖에 없으니 둘이 서로 잘 이해하며 지내면 좋겠다.”고 따뜻한 조언을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 큰 딸내미는 아빠랑 엄마는 맞지 않는다고 하드만. 주현이 너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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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이 각시는 제 애들 엄마를 많이 닮았습니다.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제 추측인데
아마도 모든 것을 닮았을 것입니다. 혈액형도 O형일 것이고요. 물론 흥국이가
여러모로 저보다 나은 남편인 것을 잘 압니다. 어쨌거나 저가 하고 싶은 말은 불통으로
인해 느끼는 소외감은 죽음과 맞먹을 만큼의 임-팩-트 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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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멜랑 꼬리 한 기분은 뭐지? 매형이 직원 워크숍을 떠나면서 100만원 상당의
물건을 보내왔습니다. 적시타입니다.
“화요일 날 회사에 물건 좀 받아줘? 그리고 물건 값은 일당으로 써”
“고맙습니다. 매형” 아 엠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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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 어떤 것들도 인정치 않으시는 주님,
지금 나안에 서려있는 편견과 자가당착의 분노가 사그라지게 하옵소서.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사랑을 보지도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는
허투루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2016.10.1.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