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행에서 술을 적게 마시고 10시가 다 되어 잘 돌아왔다.
아들 두 놈 모두 무등산행에 동참하겠단다.
막내가 기말고사 끝나 시간 여유가 있다하고 취업준비를 하는 큰놈도 시간을 낸단다.
증심사쪽으로 차를 끌고 가 '나비야 청산가자'에 주차하며 점심 먹겠다고 한다.
아침을 안먹은 놈들을 위해 중머리재에 들러 김밥 두줄, 막걸리 하나, 작은 머리고기 하날 산다.
이런 준비면 서석대 다녀와 늦은 점심을 먹어도 될 듯하지만
둘은 얼른 내려오잔다.
마음을 비우고 새인봉으로 오른다.
비가 온 후여서인지 숲속이 상큼하다.
상가에서 새인봉쪽으로 오르는 이들이 많다.
큰놈이 후적후적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 버린다.
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따라가다가 능선에서 막내를 기다린다.
뚱뚱한 막내와 걸으니 편하다. 오랜만에 산에 오니 힘들단다.
계단 위 벤치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키큰 참나무 사이를 걷는다.
큰 애는 보이지 않는다.
운소봉 계단을 올라 바위 끝 소나무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 새인봉 주봉에 가지 않고 우측으로 들어가 소나무 아래 자릴 잡는다.
주변 바위 끝에 두팀이 간식을 먹고 있다.
한결이는 김밥 몇 개 먹고 머리고기는 하나만 먹는다.
입이 짧아 걱정이다. 막걸리 한잔을 막내에게 주고 내가 반쯤 마신다.
한강이는 머리고기도 잘 먹는다.
챙기고 새인봉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결이는 표정이 밝지 않지만
한강이는 더러 미소를 짓는다. 아마 여친에게 보낼 모양이다.
중머리재라도 가자 하지만 싫다해 약사사로 내려간다.
무등산 사랑에 푹 빠진 배나무 선생을 만난다.
약사사나 증심사를 들러 배를 더 고프게 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얼른 마치자는 표정이다.
그래도 기어이 문빈정사 지나 탐방안내소 앞에서 편백숲으로 들어간다.
잠깐 돌아나오며 버드나무 끝의 숲 앞에서
내 나무를 가리키며 나 죽으며 화장해 뼈가루 조금 이나무 아래 뿌리며 날 기억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이다.
자꾸 한강이에게 데이트할 때 카페보다는 이런 숲이 좋다고 잔소리를 한다.
나는 광주에 처음 와 데이트를 어떻게 했던가?
청산가자 식당에 들러 바베큐를 3인분 시키고 나서 후식냉면으로 점심을 한다.
두 놈 다 잘 먹으니 다행이다.
한강이는 이미 한달 넘어버린 성년의 날 선물로 해드폰을 사 달라고 한다.
뭔놈의 해드폰이 20만원이 넘는다는데 그러겠다고 한다.